언제까지 고통이 지속되는가
항우울제, 항불안제와 같은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약 기운으로 잠을 잤다.
그게 뭐든 간에 일단 잠에 들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고,
그렇게 못 자던 잠을 자다 보면 내 문제가 조금씩 해결될 것이라 굳게 믿었다.
약을 먹은 뒤 30분이면 정신을 잃고 곯아떨어졌지만,
매일 아침 약 기운을 가득 품은 채 위험한 졸음운전을 했다.
꿈속에서 운전을 하는 것인지 현실에서 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반쯤 눈을 감은 채 출근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직까지 살아남은 것이 용하다..)
그렇게 출근 후 2시간쯤 비몽사몽 하다가 오전 10시 즈음이 되면 서서히
잠(약)에서 깨어났고, 이전에 겪었던 문제들이 다시금 나를 괴롭혔다.
뻐근함, 불편함, 통증, 불안, 초조…
수개월동안 그 생활을 지속하며 결국 깨달았다.
이 방법도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이쯤 되자 자포자기의 심정까지 들기 시작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은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들었고,
몇 년 전 구 여친(현 와이프)에 이끌려서 간 점집 점쟁이의 말까지 신경 쓰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살다가 정 힘들면 한번 찾아와”
다행히 그 점집에 다시 찾아가는 일은 없었지만 당시 솔직한 심정으로는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만 있다면
수백만 원을 들인 굿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당연하게도 그동안 회사에서의 업무 능률은 떨어졌고,
능률이고 나발이고 당장 모든 일을 집어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퇴사를 해야 할까? 휴직을 해야 할까?
내 일은 어떻게 해야 하지? 회사를 나간다면 생계를 이어갈 수는 있을까?
곧 결혼도 앞두고 있는데..
그놈의 책임감이 항상 내 앞길을 막아섰고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해 결국 하루하루를 버티고 또 버텼다.
언제나 그래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