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함께 해온 나의 기록
암과 함께 해온 나의 기록.
2012년 1월 4일, 나는 호르몬성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12년 동안, ‘완치’라는 이름의 평온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2024년 10월 1일, 또 다른 낯선 문 앞에 서게 되었다.
검사 결과지는 차갑게 선언했다.
“좌측 견갑골, 임파선, 그리고 다시 생긴 유방암.”
그 순간, 세상이 멈춘 듯했다.
완치라는 단어가 주었던 안도와 기쁨은 한순간에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청명한 날.
날씨만큼 내 컨디션도 어느 때 보다도 좋았던 그날.
폐 CT를 찍고 결과를 보러 가는 길, 나는 여느 때처럼 가뿐한 마음과 발걸음이었다.
12년 동안 반복해 온 연례행사처럼, 늘 그래왔듯 무심히 다녀올...
그러나 진료실 문을 열자, 상황은 달랐다.
의사는 영상을 가리키며 조용히 말했다.
“당신의 뼈가 흘러내리고 있어요.”
귀에 꽂힌 건 그 한마디뿐이었다.
“뼈가 녹아내린다”는 이 말의 무섭고도 낯선 무거움이 가슴을 짓눌렀다.
나는 겨우 물었다.
"뼈가 흘러내린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영상을 보여주시며 "이렇잖아요" 하신다.
까만 공간 속에 윗변이 넓고, 겉선이 길게 흘러내리는 사다리꼴 모양이 보였다.
'그게 뼈가 흘러내린 모양인가 보다.'
'그런데... 난 한 달 전에도 또 몇 달 전에도 CT를 찍었었는데...'
난 몇 달째 감기에 시달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야 발견된 걸까요?” 난 모기만 한 소리로 웅얼거렸다.
의사는 2차 병원에서 넘어온 기록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이미 “Cancer”라는 단어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마침표를 찍으시며, 급하니 빨리 혈액내과로 가라고 하신다
'웅웅...'
"Cancer"
다른 설명들은 멀리서 메아리처럼 흘러갔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한참을 그렇게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지난날을 복기하기 시작했다.
2012년 1월, 처음 수술대에 올랐던 순간부터 12년간의 완치 판정을 믿으며 살아온 날들,
그리고 다시 마주한 시리디 시린 이 현실까지.
그 모든 시간을 꿰어내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암과 함께해 온 나의 기록, 다시 써야겠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인생은 언제나 예고 없이 방향을 틀곤 한다.
1장. 암, 그 녀석과의 만남
2011년 겨울.
반짝이는 트리와 캐럴 소리 속에 찾아온 뜻밖의 침입자.
‘암’과 처음 마주했던 순간.
내 마음은 얼어붙은 채 어둠의 나락으로 빠져버렸다.
눈물과 혼란, 그리고 뜻밖의 용기까지
이 장은 그 시작의 기록이다.
2장. 치료와의 싸움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 몸과 마음을 잠식하던 고통 속에서도
작은 기쁨과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이 내 삶을 붙잡아주던 시간들.
그 소확행들이, 끝없는 싸움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3장. 완치 판정
“완치입니다.”
그 한마디로 다시 되찾은 삶의 빛깔과 자유, 그리고 새로운 도전들.
이 장은 완치 이후의 날갯짓을 담는다.
4장. 다시 찾아온 그림자
12년의 평온은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두려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약과 함께 이어가는 삶.
믿음과 인연, 일상 속의 작은 기쁨들 속에서 다시 다잡는 용기.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나의 기록이다.
이 글은 한 사람의 기록이자,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작은 위로다.
마지막으로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단 한 가지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것이 내가 전하고 싶은 단 한마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