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5편 :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
@. 오늘은 김인육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 [잘가라 여우](2012년)
#. 김인육(1963년생) : 울산광역시 북구 산하 출신으로 2000년 [시와 생명]을 통해 등단. 계간 <미네르바> 편집위원이면서 현재 서울 양천고 교장(2023년~)으로 재직 중
<함께 나누기>
이 시를 어디서 읽었는데 하실 분 계시다면 2016년 방영된 [도깨비]란 드라마에서 언급된 적 있으니 그때 혹 보셨을지도...
시집을 든 공유가 김고은을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건널목을 건너오는 듯한 환상 속에 시 한 편 읽는데 거기 나오는 시가 바로 이 「사랑의 물리학」입니다. 그래서 이 시는 아래 덧붙인 영상을 먼저 보고 해설을 읽음이 더 나을 듯싶습니다.
우린 학교 다닐 때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는 속설을 배워 다 압니다. 그때 물체와 물체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만유인력이라 하며, 거기에는 일정한 법칙이 성립하는데, 이를 만유인력의 법칙이라 한다고 배웠건만 뭔지 모르고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시에서 이 이론을 만날 줄이야.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만유인력은 두 물체의 질량이 크면 클수록 그 힘은 커지지만, 두 물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힘은 작아집니다. 그런데 질량과 부피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부피가 클수록 질량이 크다는 오류에 빠지는데 부피와 질량은 상관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부피가 작은 새끼손톱 크기의 쇠구슬에 비해 그보다 훨씬 부피가 큰 농구공이 더 가볍게 느껴집니다. 그러니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가능하지요. 왜 이런 표현을 했을까요? 바로 다음 시행을 이끌어내기 위한 미끼입니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조그맣고 하늘거리다’라는 말은 질량이 가볍다는 말인데, 그 계집애가 자기보다 질량이 무거운 화자를 끌어당깁니다. 이는 만유인력의 법칙에 어긋납니다. 물리학 이론대로라면 화자가 계집애를 끌어당겨야 합니다.
바로 사랑은 이런 겁니다. 과학 이론으로도 종교적 믿음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 초과학적인 현상이 사랑입니다. 사랑의 그림자가 나를 휘감는 순간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그녀에게 뉴턴의 사과처럼 굴러 떨어질 수밖에요.
“심장이 /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진자운동은 괘종시계에 달려 있는 시계추처럼 일정하게 왔다 갔다를 반복하는 운동입니다. 그런데 ‘아찔한’이란 시어로 하여 심장박동이 정상에서 벗어나 무척 빠르게(아찔하게) 뜁니다. 첫사랑, 당연히 그 어느 때보다 더 빠른 진자운동이 되었을 거고, 심장박동 또한 ‘쿵쾅!’ ‘쿵쾅!’ 하는 소리가 외부로 빠져나올 만큼 세찼을 겁니다.
시에 가장 많이 쓰인 글감이 사랑이라 사랑을 노래한 시를 여럿 보았지만, 첫사랑을 이보다 더 과학적으로 풀어놓은 시를 본 적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쩌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나 호킹 박사의 우주론을 응용한 시도 보게 될지 모릅니다.
#.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가 오늘 시 "사랑의 물리학"을 낭송하는 장면입니다.
https://youtube.com/watch?v=lCmvuCKA6Os&si=NNw-l6a_sVns1Jp4
[도깨비] 공유 '사랑의 물리학' 시낭송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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