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5편 : 최금진 시인의 '웃음의 속셈'
@. 오늘은 최금진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웃음의 속셈
최금진
개그맨 p씨가 웃음 회사를 세웠다
회사에서 발생한 이윤은 재투자하여 더 큰 개그 집단을 만들고
국민 전체를 개그맨으로 만들 생각이란다
개그를 잘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개그를 못해서 나라를 썰렁하게 하면 탄핵해야 한단다
남을 웃긴 실적이 부족한 회사원들은 명퇴를 당할 것이고
공무원들에겐 연말 보너스로 웃음이 한 박스씩 배당될 것이다
그들에게 웃음은 머잖아 공포가 될 것이지만
개그맨 p씨는 이렇게 말한다
일부 엔터테인먼트들의 사례가 전체의 예가 될 수 없다,
누구나 꺼내어 크기를 대볼 수 있다는 점에서 평등하며
크기에 불만이 있으면 더 크게 웃으면 된다는 점에서 민주적이다
인터뷰 도중 그는 갖가지 농담으로 사람들을 웃겼다
덧붙여, 앞으로 웃음은 비닐포장지에 담겨
집집마다 아침 우유처럼 배달되는 세상이 온다고 그는 말했다
웃지 않으려면 밥도 먹지 말라,
웃음이 당신을 속였다고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그가 말하는 농담과 진실 그 어느 것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기자회견을 마친 사람들의 반응이었으나
그의 커다랗고 익살스런 얼굴은 아홉 시 저녁 뉴스에 나온다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는 아마도 조금은 웃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 취직하고 싶다는 몇 통의 장난 전화가 걸려올 것이고
사람들은 모두들 깔깔깔 웃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장난이 아니다!
그의 웃음 전략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웃음이 전파를 타고 시커먼 케이블 속으로 쏟아져 들어가
하악뼈와 상악뼈에 도청장치처럼 달라붙는 순간
당신은 우울한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건지 알게 될 것이다
- [현대시](2008년 2월호)
#. 최금진 시인('70년생) : 충북 제천 출신으로 199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동국대, 경희사이버대, 광주대와 한양대에 출강하여 시 창작을 가르침.
(혹 이름만으로 혼동할까 봐 남성 시인임을 밝힙니다)
<함께 나누기>
세기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은 이리 말했지요. ‘웃음이 없는 하루는 낭비한 하루다’라고. 그뿐 아닙니다.
‘인류에게는 정말로 효과적인 무기가 하나 있다. 바로 웃음이다.’ (마크 트웨인)
‘인생에서 가장 의미 없는 날은 웃음 없이 보낸 날이다.’ (E E 커밍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기에 행복하다.’ (윌리엄 제임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웃음이 실종돼 버렸습니다. 걸핏하면 화내고 짜증 내는 일이 더 많아졌고 얼굴 찌푸리는 날이 훨씬 잦아졌습니다. 어느 방송국이든 뉴스 진행자들의 얼굴은 굳어 있고,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이들은 억지웃음을 강요하고...
그러다 보니 가장 만들기 편한 ‘가요 프로’, ‘음식 프로’ 그도 아니면 ‘여행 프로’가 판을 칩니다. 거기엔 짜증이 개입되지 않으니까요.
오늘 시도 그런 점을 꼬집습니다. 이 시인의 시 중 이런 비틀기(풍자)가 여럿 보이는데 이번 시는 웃음 잃은 사회가 그 대상입니다.
개그맨 p씨가 웃음 회사를 세우고, 거기서 발생한 이윤을 재투자하여 더 큰 개그 집단을 만들고 국민 전체를 개그맨으로 만든다는 계획에 찬사를 보냅니다. 마찬가지로 개그를 잘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개그를 못해서 나라를 썰렁하게 하면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역시. 웃음을 비닐포장지에 담아 집집마다 아침 우유처럼 배달하게 되면 저도 그 웃음요구르트를 사 먹겠습니다.
그리고 16행과 17행에 나오는 '웃지 않는 사람은 밥도 먹지 말라'는 '일하지 않는 ~~ 말라'를 패러디했고, '웃음이 당신을 속였다고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역시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 말라'를 패러디했습니다.
"웃음이 전파를 타고 시커먼 케이블 속으로 쏟아져 들어가 / 하악뼈와 상악뼈에 도청장치처럼 달라붙는 순간 / 당신은 우울한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건지 알게 될 것이다"
우울한 표정 짓는 사람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느낀다면, 아니 우울한 표정으로 다니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물게 한다면, 아마 이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왜냐면 법을 만드는 정치인들이 웃는 방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우리나라 가장 안 웃는 집단이 정치인이라 하니까요.
정치에도 유머가 깃든 외국의 사례를 들어봅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한 번은 백악관에서 자기 구두를 손수 닦고 있었다. 친구가 들어와 그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 말했다.
“어찌 대통령이 자기 구두를 직접 닦고 있나?”
그러자 링컨은 말했다.
“아니, 그럼 대통령은 다른 사람 구두도 닦아야 하나?”
영국의 처칠 수상이 처음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 당시 처칠의 상대후보는 인신공격을 마다하지 않았다.
“처칠은 늦잠꾸러기라고 합니다. 저런 게으른 사람을 의회에 보내서야 되겠습니까?”
처칠은 아무렇지 않게 응수했다.
“여러분도 나처럼 예쁜 마누라를 데리고 산다면 아침에 결코 일찍 일어날 수 없을 겁니다.”
연설장엔 폭소가 터지고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 당선되었다.
저는 대통령 국회의원 장차관 같은 사회의 우두머리가 되려면 가벼운 유머라도 구사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자격 조항에 개그맨 공채시험 응시 이력서를 첨부해야 한다고, 이 연사 강력히 강력히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