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 필요는 발견의 어머니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이과수 폭포를 가기 위해 공항에 내려 호텔로 향하는데 갑자기 가이드가 이정표를 가리키며,

"저기 표기된 대로 왼쪽으로 가면 내일 갈 아르헨티나요, 오른쪽으로 가면 파라과이입니다" 하고 말했다.

아니 브라질과 그 두 나라가 그리도 가깝다는 말인가 하는 마음에 "그럼 이틀 사이에 우리가 세 나라를 오갈 수 있다는 말입니까?"' 하고 물어보았다. 그 까닭은 브라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세 나라 국경 지역에서 마약과 총기 밀거래가 성행하고, 심지어 총격전까지 벌어짐을 올해 뉴스에서도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두 나라 다 우리가 전세 낸 버스를 탄 채 유럽의 나라들처럼 가벼운 심사 뒤 바로 옮겨갈 수 있다고 했다. 국경이란 뭔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로, 옮겨가는데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와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갈 수 있는데...

그랬다, 우리에게 인식된 국경의 개념이. 지뢰와 대포로 가로막힌 남북한 사이의 국경이 그런 선입견을 불러왔음이다. 그래서 눈에 띈 다른 두 나라로 가는 길을 표시해 놓은 이정표가 그냥 하나의 표식으로 다가오지 않고 깊은 상징으로 다가왔다.


_d_31901g_g_f06Ud018svci9wm7npvj3ut_149gk0.jpg (브라질에서 파라과이로 들어가는 관문)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대신 우리 일행은 '필요는 발견의 어머니'라는 명언을 만들어냈다. 브라질 쪽 이과수 폭포를 보고 나오다 바로 곁에 파라과이랑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그냥 이웃마을 가듯이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럼 점심을 파라과이에서 먹는 게 어떠냐고 누군가 의견을 내었고, 이왕 여기 온 김에 한 나라 땅을 더 밟을 수 있다는 기대에 모두 동의를 했다. 인터넷을 통해 차로 15분 거리에 '진미식당'이란 한인식당 있다는 정보를 얻어 거기에 뜬 번호로 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그래도 전화번호를 바꾸어서 그럴 거라고 여기고 그곳을 찾아갔는데 일요일이어선지 다른 일 때문인지 문이 닫혀 있었다. 그대로 브라질 호텔로 돌아가 근처에서 현지식을 먹느냐로 고민하는데, 모임의 회장을 맡은 이가 이 근처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한인식당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우리는 너무 무모한 짓이라고 말렸지만 그는 나섰고 이내 한인식당을 찾아냈다. 그 성공의 뒤에는 눈물겨운 사연이 함께 했다. 회장은 차에서 나가자마자 파라과이 사람들에게 짧은 영어로 'koren restaurant'을 물어 찾아갔다. 허나 그곳 역시 문이 닫혀 있더란다.


그래도 혹시 하여 문을 두드렸더니 주인으로 보이는 한국인 할머니가 나왔지만 역시 그 시간에는 영업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단다. (참고로 더운 나라에서는 보통 저녁 7시 이후에 식당 문을 연다고 함)

허나 회장은 연기의 달인, 며칠 굶은 불쌍한 표정으로 사정했고 마침 거기서 지역 주민 모임을 하느라 음식 준비하던 참이라며 그 음식으로 식사를 허락했다.

외국에서 김치와 나물무침을 먹다니!!!

특히 바다 없는 나라에서 동태탕을 먹다니!!!

그리고 그 동태탕이 옆사람이 죽어도 모를 맛이라니!!!


6_c83Ud018svcj8u6h46qb998_149gk0.jpg (우리를 즐겁게 만든 한인식당 "수라"의 수라상)


더욱 그곳이 국경 접한 면세지역이라 소주 한 병 3.5달러(4,000원), 940cc 맥주가 2달러(2400원) 밖에 안 하니... 혹 다음에 브라질 쪽에서 이과수 폭포로 여행 오시면 파라과이에 있는 [수라]란 한인식당 꼬옥 꼭 방문하시기를. 패키지라면 가이드를 설득해서라도 꼭 방문하시기를...

(다른 분들 얘길 들으니 근처에 있는 [한인회관]도 음식이 괜찮다고 함)


의지의 한국인이 이뤄낸 '필요는 발견을 낳는다.'는 말 그대로 아주 향기로운 하루였다.


<뱀의 발(蛇足)>


자유여행의 장점은 많으리라.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보고 싶은 곳에 오래 머물 수 있고, 쇼핑센터 들를 필요가 없고... 그런데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인을 보지 않아서 좋다'라고. 이런 말을 하면 오해를 할 듯싶어 빨리 해명해야겠습니다.

패키지로 가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들르는 호텔을 찾습니다. 그러니 거기 로비에서 마주친 사람을 쇼핑센터에 가면 보고, 식당까지 따라오는 듯 함께 합니다. 뿐이랴, 관광 시간도 똑같아 관광지에 가면 한국어만 들립니다. 분명히 다른 여행사 모른 사람들이건만 어찌 그리도 천편일률적인지.


그런데 여행 나선 지 8일째로 접어들건만 공항에서도, 멕시코 '거대예수상'과 '해와 달의 피라미드'에서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이과수 폭포'에서도 딱 두 명만 만났을 뿐. 홀로는 얌전하나 무리 속에 들면 힘을 얻고, 그래서 호기가 일어납니다. 괜히 조용하게 소리 내도 될 일을 무리를 지으면 목청이 높아지고, 호기가 하늘 끝까지 치솟습니다.

특히 술이 들어가면 더 그렇습니다. 추한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잦아집니다. 양이 탈을 쓰면서 늑대도 되고, 사자도 되고, 독수리도 됩니다. 제발 떼 지어 다니지 말고, 그렇다 하더라도 추태 부리지 않았으면...


*. 커버 사진은 이과수 폭포 아르헨티나 전망대에서 찍었는데, 세 나라의 국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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