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이진수 씨!”
우리말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우리는 오사카 총영사관에서 나왔습니다. 여기 공항경찰서에서 연락 왔더군요. 이 공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이진수 씨가 관여된 것 같다면서.”
영사관에서 도움을 주려왔는지 추궁하려 왔는지 아무 관심 없다. 그냥 피곤하다. 잠을 재우지 않고 이틀간 취조당한 피로감보다 모든 일이 다 귀찮다. 그녀가 가고 없는데 이따위가 무슨 소용 있는가.
“이진수 씨, 피살당한 박수나 씨랑 어떤 관계시죠?”
대답하기 싫다. 그냥 이 자리가 무척 싫다. 할 수만 있다면 이곳을 그저 벗어나고 싶을 뿐.
“여기 수사관 앞에서도 아무 말 안 하셨다더니 도와주려 온 우리에게도 입 닫을 셈인가요?”
그래도 잠자코 있자니,
“여기선 전문가의 소행이라고 했답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야쿠자의 소행이죠. 불행히도 범인은 잡지 못했답니다.”
그 말에 다물고 있을 수 없다.
“아니 공항 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인데 범인을 잡지 못했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조금 전에 와 수사관한테 들으니 사건이 나고 어수선한 상태에서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공항 직원의 도움을 받은 것 같다고 하니... 그건 그렇고 이진수 씨 정말 박수나 씨 와는 어떤 관계죠?”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어떤 사이냐고? 그걸 너희들이 알면 범인 잡는데 도움 되겠느냐고? 또 범인을 잡은들 그녀가 살아 돌아오느냐고? 그 뒤로도 계속 물어댔지만 뭐라 답할 말이 없다. 그녀가 없는데, 그녀가 세상에 없는데, 다시는 그 목소리 들을 수 없는데, 해맑은 미소를 볼 수 없는데...
영사관에서 왔다는 사내가 한 마디 덧붙였지만 그냥 흘려들은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수사관들 말로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목을 긋는 살인수법은 전형적인 배신자 처리법이라 하는데, 아니 그리도 여리여리해 보이는 여자가 야쿠자의 배신자라니, 나원 참!"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