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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Sep 12. 2024

[장편소설] 삼백아흔 송이 장미꽃(27)

제27편 : 사내(17)

  [제27편] : 사내(17)



  “나 화장실 갔다 올 테니 잠시 저기서 기다려.”

  “아뇨 저기는 사람들이 많아 좀 그렇네요. 저 구석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여기 오사카엔 우릴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 걱정 마.”

  “그래두요.”

  “사람두 참… 알았어.”

  뉴델리 직행하는 비행기가 아니기에 오사카에서 트랜싯(한 비행기가 곧장 목적지까지 날아가지 않고 중간에 잠시 머물며 다른 비행기로 옮겨 타는 과정)하는 사이에 들른 화장실엔 다른 사람이 없다.


  소변기 쪽으로 가 바지춤을 내리려 할 때 앞 거울을 무심코 바라보자 한 사내가 들어온다. 사내, 아는 이 아무도 없는 오사카 공항, 눈에 낀 선글라스가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소변을 보는 척하며 앞의 거울을 통해 저쪽에서 걸어오는 사내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서 눈치 못 챈 양 오줌 누는 척.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는가. 순식간에 다가온 놈의 오른손이 바지춤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걸 보는 순간 놈보다 더 빨리 복부를 정확히 노려 걷어찼다. 허나 만만치 않은 상대. 칼은 떨어뜨렸지만 재빨리 자세를 취하며 공격하는 게 아닌가. 내가 위험하다면 그녀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방향을 정했다. ‘살을 주고 뼈를 깎는다.’ 무기를 집을 짬이 없으니 몇 대 맞는 거야 몸으로 버티기로 결정. 일부러 오른쪽 어깨를 내주자 발이 거기로 향할 때 발 든 사이 드러난 사타구니를 정확히 걷어찼다. 어깨에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나마 다행은 놈이 그대로 고꾸라진 점.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는 놈의 턱을 왼발로 내리찍었다. 이제 놈은 저항 못할 터.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밖을 나와 그녀 쪽을 보았다. 아직도 장미꽃더미를 가득 안고 평화롭게 선 그녀를 보며 안심하는 순간 웬 사내가 그녀 앞을 가로막는다.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있는 힘을 다해 달렸지만 이내 그녀가 안고 있는 장미꽃보다 더 붉은 피를 목에서 뿜어내는 걸 볼 뿐.

  “안 돼!”

  

  (다음 마지막 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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