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외수 시인(1946년 ~ 2022년) :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으나 강원도 인제에서 성장.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소설가로 주로 이름이 알려졌는데 시집도 세 권이나 펴냈으며, 사회 현상에 제 목소리를 내면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문인이기도 함.
<함께 나누기>
오늘 아침 해돋이 보러 양남 앞바다 나갔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무슨 소원을 빌까 하다가 관뒀습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 대신 작심삼시(~三時)라 하여 사흘은커녕 세 시간만 지나면 잊어버리니 계획 세운들 뭘 하겠느냐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는 것처럼 오늘부터 걸어가는 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나만의 길입니다. 아직 아무도 2025년 1월 2일의 길을 먼저 걸어간 적 없으니까요. 그 길을 오롯이 내 두 발로 걸어갑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동안 길을 가면서 참 많이 뒤돌아봤습니다. 내가 걸어온 길이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과 후회로. 그러나 오늘부터는 뒤돌아보지 않겠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좌고우면 하지 않고 뚜벅뚜벅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겠습니다.
이제 나이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아무리 아픈 진실도 / 아직 꽃이 되지 않”음을 잘 알기에 결실을 얻기 위해 또 다른 아픔을 이겨내겠습니다. 내가 기다리는 해빙기는 어디쯤에 있을지 궁금하지만 그래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걷다 보면 봄바람도 불어오고 얼음도 녹을 테지요.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 시간은 날카로운 파편으로 추억을” 없애려 하기에 과거에만 매달리지 않겠습니다. 걷고 또 걷다 보면 길가에 죽은 풀도 헐벗은 나무도 해맑은 꽃으로 다시 피어나겠지요. 네 꼭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백색의 풍경 속으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 눈부시다”
이 시구에서 한 폭의 수묵화를 봅니다. 하이얀 눈 속 소나무에 앉은 새 한 마리가 날갯짓하며 허공을 박찰 때 분분히 날리는 눈꽃 송이송이를. 그렇지요, 가끔 별것 아닌 일이 대단히 소중한 일로 다가옵니다. 소소함이 소소함으로 끝나지 않고 크나큰 행복으로 밀려오기도.
올 한 해, 다른 계획 세우지 않아도 내가 걷는 길은 어느 누가 먼저 걸은 길이 아니라 오직 나만의 길임을 생각해 봅니다. 교과서에 실릴 필요도,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릴 필요도 없이 오직 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