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366)

제366편 : 최광임 시인의 '개 같은 사랑'

@. 오늘은 최광임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개 같은 사랑
최광임

대로를 가로지르던 수캐 덤프트럭 밑에 섰다
휘청 앞발 꺾였다 일어서서 맞은편 내 자동차 쪽
앞서 건넌 암캐를 향하고 있다, 급정거하며
경적 울리다 유리창 밖 개의 눈과 마주쳤다
그런 눈빛의 사내라면 나를 통째로 걸어도 좋으리라
거리의 차들 줄줄 밀리며 빵빵거리는데
죄라고는 사랑한 일밖에 없는 눈빛, 필사적이다
폭우의 들녘 묵묵히 견뎌 선 야생화거나
급물살 위 둥둥 떠내려가는 꽃잎 같은, 지금 네게
무서운 건 사랑인지 세상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간의 생을 더듬어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은 눈
단 한 번 어렴풋이 닮은 눈빛 하나 있었는데
그만 나쁜 여자가 되기로 했다

그 밤, 젖무덤 출렁출렁한 암캐의 젖을 물리며
개 같은 사내의 여자를 오래도록 꿈꾸었다
- [도요새 요리](2013년)

#. 최광임 시인(1967년생) : 전북 부안 출신으로 2002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 모 신문에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를 연재했는데, ‘디카시’란 SNS상에서 디지털 사진과 시를 결합한 새로운 시 놀이임.
현재 두원공대 겸임교수로 있으며, 이름만으로 혹 오해할까 봐 여성 시인임을 미리 밝힙니다.




<함께 나누기>

내일이 중복(中伏)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는 이들끼리 모여 소위 보신탕집에 몰려가곤 했지요. (저는 가지 않았습니다만) 처음 달내마을로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여름이 되면 트럭 마이크에서 “개 삽니다. 누렁이 백구 도사 똥개 가릴 것 없이 다 삽니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시로 들어갑니다.

“대로를 가로지르던 수캐 덤프트럭 밑에 섰다”

수캐가 길을 가다가 트럭 앞에서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차를 몰던 화자도 급정거를 합니다. 자칫하면 사고 났을 뻔. 화가 나 욕을 내뱉으려다 수캐가 바라보는 방향을 보니 암캐가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차에 받혀 죽을지 모르고 암캐 보느라 급정거한 모양.

“급정거하며 / 경적 울리다 유리창 밖 개의 눈과 마주쳤다”

수캐의 눈빛을 보는 순간 수캐의 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딱, 내 스타일이야!’ 하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으니까요. 문득 암컷을 향한 수컷의 정열에 불타는 시선을 느꼈습니다. 만약 저런 눈빛의 사내가 있다면 나를 통째로 걸어도 좋으리라 하는 울림을 받으며.

“죄라고는 사랑한 일밖에 없는 눈빛, 필사적이다”

길 막고 암캐를 바라보느라 거리의 차들이 줄줄이 밀리며 빵빵거려도 두려움 없이 오직 수캐는 저 멀리 암캐만 바라봅니다. 죄라곤 사랑한 일밖에 없는 필사적 눈빛, 비록 짐승의 눈빛이지만 저런 필사적인 사랑의 눈빛이라면 길 좀 막은들 대수랴.

“지금 네게 / 무서운 건 사랑인지 세상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폭우가 퍼붓는 들녘의 야생화처럼, 급물살 위로 둥둥 떠내려가는 꽃잎처럼 생명이 위태롭더라도 단 한 번 사랑을 불태울 수 있다면, 그런 기회가 온다면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눈에 불을 켜고 본다면 어쩜 내게도 기회가 올지...

“단 한 번 어렴풋이 닮은 눈빛 하나 있었는데 / 그만 나쁜 여자가 되기로 했다”

언젠가 수캐의 눈빛을 닮은 사내를 사귈 기회가 딱 한 번 있었는데, 그땐 그 눈빛을 알아보지 못하고 피했건만 이제라면 나쁜 사내 쫓는 나쁜 여자가 될 수도 있으련만. 후회 반 아쉬움 반으로 지나가 버린 그 진짜 사내와의 기회, 지금이라면 이것저것 재지 않고 ‘개 같은 사랑’을 한번 해보련만.

“그 밤, 젖무덤 출렁출렁한 암캐의 젖을 물리며 / 개 같은 사내의 여자를 오래도록 꿈꾸었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내와의 개 같은 사랑을 꿈에서나 이루려 합니다. 그렇지요, 한 번도 일탈해보지 않은 여자가 나쁜 남자에게 은근히 끌린다 하더니. 개 같은 사랑, 흔히 쓰이는 상스러운 표현입니다만 이 시에서만은 아주 강렬히 다가올 겁니다. 특히 한 번도 개 같은 사랑 못해 본 사람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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