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2편 : 박성우 시인의 '또 하루'
@. 오늘은 박성우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또 하루
박성우
날이 맑고 하늘이 높아 빨래를 해 널었다
바쁠 일이 없어 찔레꽃 냄새를 맡으며 걸었다
텃밭 상추를 뜯어 노모가 싸준 된장에 싸 먹었다
구절초밭 풀을 매다가 오동나무 아래 들어 쉬었다
종연이양반이 염소에게 먹일 풀을 베어 가고 있었다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 [웃는 연습](2017년)
#. 박성우 (1971년생) : 전북 정읍 출신으로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우리나라 최초로 청소년 시집 [난 빨강]을 펴냈으며, 아내 권지현도 [세계일보] 신춘문예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문단에 드문 부부 시인. 오직 시만 쓰는 전업시인으로 살고자 우석대 문창과 교수직을 내려놓고 전북 정읍시 산내면 장금리 시골로 내려와 산다고 함.
<함께 나누기>
따로 해설이 필요없는 참 맑고 평화로운 시이지요. 따로 덧붙이면 괜히 군더더기일 뿐이라 제 마음대로 글 써내려 가겠습니다.
아마 먹거리 걱정 안 해도 된다면 이런 전원에 묻혀 살면서 목가(牧歌)나 부르며 살라고 권하는 시 같습니다. 다행히 저는 끼니 걱정은 안 해도 되니 이곳 달내마을이 참 좋습니다. 어제처럼 비 내린 뒤 안개가 스멀스멀 계곡을 따라 올라올 적엔 이곳이 선계(仙界)가 되니까요.
차에 내리자마자 이제 완전히 안면 익힌 길고양이가 마중을 나옵니다. 가볍게 인사하고(?) 물과 사료를 내놓습니다. 전에 모르고 지낼 때와 인사 트고 지낼 때는 확실히 다릅니다. 아무데나 똥 싸고 텃밭 짓밟고 하던 행패가 없어졌습니다. 더욱 들쥐도 사라졌고.
다음 낫 들고 언덕에 올라 칡넝쿨을 쳤습니다. 놈들이 겨우 뿌리 내리려는 조릿대와 어린 소나무 칭칭 감아 올라가기에 싹둑 잘렸습니다. 일이야 힘들고 귀찮지만 굽은 허리 꼿꼿이 펴는 조릿대를 보면 제 허리도 펴지는 듯 상쾌합니다. 이런 맛에 땀 흘리는 거겠죠.
텃밭에 들어갔습니다. 수박과 참외 따러 먼저 들렀는데, 참외는 저번에 왕창 따가선지 보이지 않고 수박은 두어 개 보입니다. 토마토, 오이, 가지, 아삭이고추... 하나하나 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 입에 들어오면 얼마나 맛있을까요.
늘 신기하게 여깁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라곤 고작 씨앗만 뿌릴 뿐인데 하늘은 참 고맙게도 시나브로 비 뿌리고 햇살로 살며시 어루만져 주니까요. 시에서처럼 날이 맑아 빨랫줄에 옷가지 널면 이번에는 햇살과 바람이 어루만지고. 사람이 하는 일이라곤 그저 세타기 돌렸을 뿐인데.
텃밭에 호박잎 뜯어 살짝 데쳐 젓국 내려 쌈 싸 먹고, 풋고추는 된장에 찍어 먹고, 오이는 냉국 만들어 훌훌 마시고. 이리 신나게 마음대로 적어가다 마지막 시행에 펜을 멈추었습니다.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떠나갈 때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행동과 태도가 아름다워야 한다는 뜻으로 새깁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앞얼굴뿐 아니라, 남이 눈여겨 보지 않는 뒷모습도 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아름다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