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여도 괜찮지?
거울 앞에 홀로 서서
희미한 내 모습 보니
두려움 이르기를
"이 한 자릴 견딜 수 있느냐,
너의 마음이 작지 않으냐?"
- 작자 미상.. 은 아니고 @삥이
<Yiruma - River Flows in You>
가끔은,
내가 거울 속의 나를 마주할 때마다
이상한 두려움이 밀려오는 때가 있다.
밤이 깊을수록 나를 더 작게 말하는 때가 있다.
사람 앞에선 괜찮은데,
거울 앞에선 꼭 눈을 피한다.
나는 요즘,
거울 앞에 서는 시간이 짧아졌다.
머리도 대충 넘기고,
얼굴도 오래 안 들여다본다.
예전엔 하루에 몇 번씩 들여다보던 내 얼굴인데,
고등학생 때는 "어이 거울왕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친구들에게 놀림이 되던 나인데,
이젠 스쳐 지나간다.
마치, 안 보면 안 보일 것처럼.
내가... 언제 두려움을 품을까?
음.. 아마,
거울 속 내 얼굴을 마주했을 때.
내가 책임질 용기가 없었을 때.
헤헤..
흑흑..
어느 밤에는,
큰 사람으로 불릴 때마다 외려 작아지는 순간이 있다.
인플루언서,
누군가들의 리더,
자랑스러운 네 친구,
부모님의 듬직한 아들,
의지하고 싶어지는 그 사람.
보통,
누군가가 멋있다 말을 할 때에는 자존의 원천(源泉)이 되는데,
때로,
누군가에게 멋있어지고 싶을 때에는 두려움의 근원(根本)이 되는 아이러니한 감정이 있더라지.
너, 정말 괜찮은 사람 맞아?
너, 책임감을 삼켜낸 것 맞아?
너, 조금 더 멋있어질 수는 없는 거야?
너, 네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빛나게 어깨를 내어줄 수 있어?
이런 물음,
다들 한 번쯤 품지 않았을까?
나는 묻는다..
라기보단 늘 물어왔다.
나는 왜 두려운가.
두려움은 내 부족함으로 비롯되는가,
아니면 사랑받고 싶은 감정으로 비롯되는가.
작은 나를 보여줘도 사랑받고 싶은
그 '욕망' 때문 아닌가.
그렇다면,
두려움은 약함인가,
혹은 사랑의 징후인가.
프랑스 공화국의 철학자이며, 동시에 작가였던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
그가 말했지.
"주체성은 타자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 속에서 깨어난다."
(La subjectivité s'éveille dans l'impossibilité de se dérober à la responsabilité pour autrui.)
늘,
내 말에는 잘 들어보라는 듯 리듬이 생기고,
내 손짓에는 잘 이해하라는 듯 동작이 커지고,
내 목소리는 감정이 튀지 말라고 깔려 있어.
맞아,
레비나스 아저씨가 말씀하시잖아,
두려움은 나의 결핍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고 싶은 의지이기에 생기는 거일지도 몰라.
어느 작가와 이런 말을 나눈 적이 있어.
그: 삥이님은 도대체 상대의 뭘 보세요? 이상형도 뚜렷지 않고..
나: 저는요. 외면과 내면을 잘 보지 못해요. 다만 혼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요. 제 곁에선 사람이 계실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길 바래요. 사람들에게 시기질투를 받을 만큼 고운 빛으로 두르고 싶어요. 때문에 전 작은 사람이에요. 아직은요. 어쩌면, 내일도요.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5천만 뷰의 조회수를 달성했던 "취약성의 힘(The Power of Vulnerability)"이라는 강연으로 유명한 그녀.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
그녀가 그러더군.
"취약함은 우리가 느끼는 핵심이다. 우리가 삶에 참여하고 사랑하고 속한다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Vulnerability is the birthplace of love, belonging, joy, courage, empathy, and creativity.)
완벽해지려는 노력은 때로,
나 자신의 취약함을 숨기려는 시도이니,
도리어
취약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연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라네.
아니야 아니야.
나는 여전히 작아.
어깨를 내어주기엔,
내 어깨는 아직 여물지 않았고,
누군가의 기대 속에 피어나기엔,
아직 내 생의 봄이 오지 않았어.
그래도,
거울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려고 한다.
마치,
안 보면 안 보일 것처럼 지나치는 게 아니라
내 두 눈으로 응시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작은 나에게
"너는 두려워도 괜찮아."
한 마디를 건네어보려고 한다.
지금 한 번 보자.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