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양동

by 한지원

우리 버스 노선 중에 경상북도 화북면 끝자락에 '옥양동'이라는 곳이 있다.

우리 기사들은 이것을 '오걍동'이라 발음한다.

나도 당연히 그렇게 발음하고, 다른 분들도 읽어보시라 하면 십중팔구는 저렇게 발음하실 것이다.


점심시간 전후로는 버스 배차간격이 좀 벌어진다. 평상시에도 보통 한, 두 시간 간격인 배차시간이 점심시간이라고 더 벌어지면 도대체 어떡하냐고 항의하실 분들이 계시더라도,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냥 노는 것도 아니고, 그 사이 짧은 노선을 한 번 돌고 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 시간 터미널에 있는 커피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식후의 한가함을 즐기고 있는데...

"기사 양반 '옹냥동"가는 버스가 몇 시에 있슈?"

팔순의 할머니 한 분이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물어보신다.

'그 할머니 특이하게 발음하시네...'

나도 노선 시간을 모두 외우지 못하는 지라...

노선 시간표를 보고 확인 후,

"어르신 아직도 한 시간 반은 더 기다리셔야 될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늦게 온데..."

"여기서 테레비 보고 노시면서 천천히 기다리세요!"

"알았슈! 고마워유!"


그로부터 일주쯤 지났을까...

점심을 먹고 커피를 자판기에서 뽑아 들고 돌아서는데...

"기사 양반 '옹냥동' 가는 버스가 몇 시에 있슈?'

나는 또다시 시간표를 보고,

'배차 간격이 넓네...'

"어르신 한 시간 반은 기다리셔야 될 것 같습니다. 테레비 보면서 편히 기다리세요!

그리고 기사 휴게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뭐지? 이 데자뷔 같은 싸아한 느낌은?'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옹냥동'에서 기억이 났다.

'아! 그 할머니구나! 혹시, 이 양반 치매인가?'

기사 휴게실에 먼저 와있던 선배 기사에게 상황설명을 하니, "아! '덕평'에 내리는 그 할머니!"

참고로 옥양동은 덕평을 거쳐간다.

"옥양동 가시는 게 아니고요?"

" 치매는 아니신 것 같은데, 매일 기사들에게 옥양동 가는 버스 시간 물어보시거든, '덕평' 가는 노선 시간 말씀드리면 돼!"


그로부터 며칠 후,

"기사 양반 '옹냥동' 가는..."

"어르신 '덕평' 가신다면서 '옥양동'은 왜 물어보세요? 그리고 전번에 말씀드렸잖아요! "

시골 버스기사는 불만이 가득한 볼멘소리를 한다.

"...."


그냥 할머니의 일과이다.

버스 기사에게 말을 걸 수 있는 구실인 것이다.

단지 버스 기사들이 귀찮아할 뿐...

옥양동 가는 시간을 물으면, 자주 가는 동네가 아니니 시간대가 맞지 않아, 나 같이 내용을 모르는 버스 기사는 장황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고, 그래야 할머니의 대화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지니...

할머니의 얼굴빛이 안 좋다.

오늘로서 할머니의 대화 상대가 한 명 줄어든 탓이다. 그 후로는 그 할머니는 나에게 '옹냥동' 시간을 물어보지 않으셨다.

지금은 터미널에서 그 할머니 모습을 뵌 지가 일 년은 넘은 것 같다.


시골 버스를 매일 타고 다니시던 노인들이 안 보이면 두 가지 경우 중의 하나로 생각한다.

첫 번째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연세 팔십 잡수신 노인이, 버스기사 잔소리가 듣기 싫으셔서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여 차를 몰고 다니시던가...

아니면 두 번째,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셨던가... 거의 대부분이 두 번째의 경우이다.


예상하셨겠지만, 다른 동네는 저승(低乘)을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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