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딱 고개

by 한지원

등산을 다니다 보면...

거의 모든 산의 등산로에 하나씩 있는 것이 있다.

이름하여 '깔딱 고개'.

보통 정상 근처 8~9부 능선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나 가끔씩 등산로 들머리에 있어 등산 초반부터 힘을 빼게 만든다.

이 고개를 오를 때면, 가슴이 2기통 엔진처럼 쿵쾅거리며, 깔딱 고개란 말이 암시하듯이 숨이 넘어갈 것처럼 깔딱거리면서 산을 올라야 한다.

깔딱 고개를 올라서면, 그때부터 눈앞에 신세계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집 근처의 산책로 같이 평탄한 길이 이어지기도 하고, 정상 부근이라면 발아래로 시원한 풍광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달콤한 휴식시간은 깔닥고개를 오른 후 갖는 것이 상식인데, 간식을 먹거나 반주를 곁들인 식사도 정상에서 안하고 여기서 하는 등산객도 있다. 깔딱 고개를 숨막히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오를 수 있는 이유는, 힘든 고통이 지나간 후의 벌어질 행복한 일들을 머릿속에 상상하기 때문이다.


시골 노인들에게 있어서 버스의 승차 계단은 어쩌면 깔딱 고개인지 모른다.

눈앞의 버스 계단을 오르기만 하면, 얼마 후 읍내장터까지 버스가 데려다줄 것이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고, 앞 동네, 뒷동네 할매나 할아범도 만나볼 수 있다.

버스 계단 오르는 것이 무슨 깔딱 고개냐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리 튼튼한 젊은 친구에게는 2~3초 걸리는 일이지만, 시골 노인들에게 있어서 버스에 오르는 일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늙은 육신에 그나마 남아있는 모든 힘을 다 쏟아야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남 일이라 말하기 쉽고 하찮은 일일지라도 그 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는 깔딱 고개같은 삶이 존재한다.

재벌에게는 몇 푼 안 되는 돈이지만, 서민에게는 목숨을 바꿀만한 재물일 수도 있고...

판사에게는 그저 매일 고민하는 판결문 한 장이지만, 피고인은 운명을 결정하는 신의 결정문 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깔딱 고개를 넘고 있다.

그리고 이 고개를 넘고 나면,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산 정상의 평전(平)을 보게 될 것을 꿈꾸면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