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차별

by 한지원

시골버스 기사들은 가능한 한 승차하시는 노인들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버스에 오르려고 애쓰시는 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승차시간이 많이 소요되니 기사가 쳐다보고 있으면 빨리 승차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느껴질까 봐 애꿎은 왼쪽 유리창만 뚫어지게 바라보곤 한다.

'버스비가 얼마요?'
'현금 천오백 원, 카드 천사백 원입니다.'
'기사양반 여기 천오백 원 있어요!'
'예! 넣으세요!'
얼굴을 옆으로 돌려 방금 전에 승차하신 할머니를 보니, 매일 버스를 타고 다니는 할머니다.
아마, 버스기사 얼굴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버스비가 천삼백 원인가요?"
뒤이어 남자 승객 한 분이 버스에 오르면서 버스요금을 또 물어본다.
'앞에 할머니와의 대화를 분명히 들었을 터인데... 이게 뭔 헛소리래!...'
"아저씨! 일 년 반 전에 버스비 천오백 원으로 인상됐어요!
그동안 버스 안 타고 다니셨어요! 왜 옛날 얘기를 하십니까?"
볼멘소리를 하고 얼굴을 돌려 아저씨 쪽을 쳐다보았다.
나이는 칠십은 안돼 보이고, 언제 감았는지 떡진 머리에 입고 있는 잠바의 소매 끝자락은 새까만 때가 반들반들하게 코팅되어 있었다. 그리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아저씨 몸에서 풍겨왔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손으로 동전을 넣었다. 시퍼렀게 녹이 슬어있는 동전이 돈통 바닥에 덜그럭 소리를 내며 어지럽게 떨어졌다.

보통 시골버스는 승객이 올라타면 먼저 승차하고 있던 지인들이 반가운 인사로 환영을 한다.
자연부락을 연결하던 오솔길에 소달구지가 다니고 이 길이 확 포장되어 차가 겨우 다닐 수 있는 도로로 변한 것을 시골버스가 이 길을 버스노선으로 사용한다. 예전에는 이 길로 마을 간 인적. 물적 교류가 이루어졌고, 우리의 옛 어르신들은 이 길을 따라 시집. 장가들을 갔다. 그 길을 따라 산골마을에 들르는 버스에는 거의 반 모든 승객이 서로 다 아는 사람들이다. 우스개 소리로 버스 안 모든 승객은 사돈 아니면 팔촌내의 친척이라고 한다. 지인들의 반가운 환영인사는 홈런을 친 타자가 더그아웃에 들어오기 전 같은 팀 동료들과 나누는 손치기 인사(high five)같이 한다.

그러나 그 남자는 인사해주는 사람이 없다.
너무 오랜만의 외출이어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지 아는 척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버스 맨 뒤쪽에서
"오랜만이야! 어디 갔다 오나?"
겸엿쩍게 "네!"
"잘 지내지"
"네!"
"그래! 살아야 또 만나지!"
"네!"
그리고 산골마을 승강장에서 그 남자는 하차했다.
나는 무슨 사연인지 알고 싶지는 않다.
단지 그 남자가 불편부당한 이유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고립된 삶을 강요받고 살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랄 뿐이다.
버스노선이 끝나는 두메산골 인적 없는 회차지점에서 출발시간을 기다리면서 물휴지로 버스 시트에 밴 그 남자의 냄새를 지우는 내 어깨 위로 왠지 모를 설움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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