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는 하루를 운행하는 동안에도 수많은 주검을 맞이한다.
개나 고양이 등 사람과 함께하는 동물은 물론이고, 고라니, 너구리와 같은 걸어 다니는 야생동물 그리고 꿩, 비둘기, 작은 새 등과 같은 날짐승들... 그리고 수없이 많은 곤충들...
시골버스의 운행노선이 산골마을을 연결하는 산길이어서 차량에 치인 야생동물의 주검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덩치가 큰 동물들은 차량의 범퍼와 부딪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작은 새나 곤충 등은 달리는 차의 유리창에 부딪쳐 죽는다. 물론, 원인 제공차량은 버스 자신일 수 있고, 앞서간 차량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고를 낸 차량은 사라진 지 오래고 버스기사는 그 주검만을 맞이하는 경우도 많다.
어둑어둑한 새벽이나, 혹은 어스름한 저녁에 검은 도로 위에 누워있는 동물들의 사체는 그 자체로도 보는 이의 마음을 어둡게 만든다. 시골버스기사는 버스를 잠시 세우고 버스에서 내려서 도로 가장자리나 도로 옆 야산으로 그 주검을 치운다. 그럴 때면 나는 3~4초 정도 눈을 감고 죽어있는 동물들이 좋은 곳으로 가도록 도와주십사 신께 살짝 기도를 한다. 물론 버스 안의 승객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 기술이다. 비록 하찮은 짐승으로 태어났지만 그 생명의 존귀함은 모두가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루는 도로 한가운데 쓰러져 있는 고양이가 있어서 버스를 세우고 내려서 살펴보니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었다. 조금 전까지도 뛰어다니던 모습이 머리에 그려져 길옆 풀숲에 고양이 사체를 옮겨두고 몇 초간 눈을 감았다가 고개를 드는 순간 버스 안에서 창밖으로 나를 쳐다보던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별! 희한한 놈 다 보겠네 '
말은 안 했지만 눈은 분명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았다.
" 뒤에 오는 차가 밟으면 보기가 흉하잖아요! "
눈이 마주친 노인이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고자 독백처럼 중얼거리며 버스에 올라 남은 운행을 시작했다.
비가 온 후 물가나 다리 위를 지날 때면 물에서 부화한 날파리들이 버스 앞유리창에 부딪쳐 전방이 안 보일 지경이다. 또한 버스 앞유리는 수직에 가까워 승용차와는 달리 곤충들이 유난하게도 많이 부딪친다.
날파리들의 흔적들은 추모의 개념과는 전혀 먼 귀찮은 청소의 대상만 될 뿐이다.
인간 잔인성의 끝을 본다는 전쟁터에서...
수많은 인간의 주검은 이 곤충들의 흔적과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을까?
과연 생명의 존엄과 존중은 어디까지 해야 할까?
인간은 평화시에만? 동물은 가축은 제외하고 반려동물까지? 그러면 야생동물은? 곤충은 몸길이 3cm 이상부터? 기준이 있기나 한 걸까?
조금 전까지 멀쩡하게 하나의 인격체로써, 또는 하나의 객채로서 존재하던 생명체들이 어느 한순간에 유기물 덩어리로 바뀐다. 사고나 질병으로 생명을 다하는 것이야 자연의 법칙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하겠지만, 인간의 고의적인 살인과 학살이 이 세상을 얼마나 추악하게 변모시켜 왔는가를 인류의 역사는 똑똑히 보여준다.
과연 생명에도 가중치(加重値)가 있는 것일까?
왕족이나 귀족들의 죽음은 애도의 대상이고, 민초들이나 노예들의 죽음은 개나 곤충들의 죽음과 같다는 말인가? 그러면 고귀한 죽음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남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 죽음은 고귀하다. 이것은 진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리고 내가 살기 위하여 남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어쩌면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자연스러운 자연의 법칙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자신의 권력과 재산을 위하여 남의 생명을 빼앗거나 죽어가는 생명을 외면하는 것은 짐승보다도 못한 행위이다. 이것 또한 인간만이 이런 짓을 한다.
시골버스기사 생활을 한지도 벌써 두 해가 지났다.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어영부영 오래 했다.
그 사이 고라니, 산비둘기, 꿩 그리고 수없이 많은 파리, 모기, 벌들을 살생하였다.
나는 죽으면 좋은데로 못 갈 거다.
시골버스기사도 하늘을 두려워하면서 살고 있는데, 이 세상에는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이 너무도 많다.
이 화창한 4월에 천사같이 착하고 어린, 무고한 목숨이 봄비에 떨어지는 벚꽃처럼 사라져 갔다. 이제는 잊어버리자고 뻔뻔히 얼굴을 들고 사는 인간들과 추종자들 머리 위로 하늘에서 벼락이 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