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많이 퇴색됐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명절날 사촌들을 포함하여 온 가족이 집안 장손의 집에 모여서 차례를 지내곤 했다.
지금은 그렇게 까지는 못하고 우리는 지금도 형제가 모여서 차례를 지낸다.
바로 그 명절날 집안 어른들만 모여서 하는 행사가 있는데, 아이들은 안 끼워주고 주로 성인들만 모여서 한다.
고스톱...
여기서 노파심에서 한 말씀드리자면, '가다 서다'는 오락의 의미가 더해져서 도박의 의미가 희석될 수 있지만, 가지 않고 서 있기만 하면 '섰다'로 변질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새로 시집온 새댁과 시어머니, 시동생과 시누이들, 5촌 당숙 등... 온갖 껄끄러운 족보의 당사자들이 모여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서로의 자웅을 겨룬다. 비속어가 오가고 평상시에는 차마 할 수 없는 행위를 권유하기도 하거나, 인심 쓰듯이 죽으라고 당당하게 말을 하기도 한다.
예절 반듯한 집안의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허물어진 질서 속에서 서로 크게 웃고 떠들고 나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친척들 간의 친밀감은 점점 더 쌓여간다.
혹시, 가족 중에 타짜나 선수들이 있는 경우, 주최 측은 게임의 공정성과 부정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화투를 미리 몇 벌 준비하여 둔다.
그러면 엔트로피(entropy)란 무엇인가?
이제 가장 껄끄러운 부분에 도착했다.
'엔트로피란 우주 내부 어떤 시스템에서 생기는 유용한 에너지가 무용한 에너지로 변화하는 량의 척도이다. '라고 위키백과에서 정의하였다.
어려운 말이다. 나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이것을 수식으로 나타낼 수도 있지만, 제 독자들이 저에게 등을 돌리는 것이 두려워 수식을 안 쓰기로 하겠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서는 엔트로피란 '물리계의 무질서한 정도'라고 정의하는 것이 더 무난 하리라 예상된다.
고스톱을 시작하기 전의 위계질서가 가득한 집안이나, 포장박스 안에 짝 맞추어 가지런히 들어있는 화투의 엔트로피는 낮은 상태이나, 적당히 화목해진 집안이나 군용 담요 위의 널려진 화투는 엔트로피가 높아진 상태를 보여준다.
군사독재 시절 학창 시절을 보낸 분들 중 '질서'라는 단어에 목메는 분들이 있어서 다시 위계질서가 있는 가족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항의하셔도 소용없는 일이다. 자연 상태에서 엔트로피의 증가는 비가역적(非可逆的)이다. 아무리 난리를 친다고 해서 저 엔트로피의 상태로 다시 갈 수가 없다. 그것이 자연의 진리다.
오히려 고스톱으로 화목해졌던 가족이 판돈으로 대판 싸우고서 서로 등을 돌린다면, 그것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더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무리 담요를 흔들어 봐도 비, 풍, 칠, 초, 똥 등이 다시 짝을 맞혀 포장박스로 들어갈 일이 없듯이 자연 상태에서 한 번 높아진 엔트로피는 저엔트로피로 바뀌지 않는다. 물론 수학적으로는 가능하다. 혹, 몇 백만 번 흔들면 한 번쯤 짝이 맞춰질 확률은 있다. 그때까지 흔들 기력이 있으면...
또한, 엔트로피의 증가는 열역학 제2법칙과 같이 설명된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고, 그릇에 담긴 뜨거운 물이 주변 온도와 같아져서 평형을 유지할 때까지 열이 이동을 한다. 물이 담긴 컵을 상온에 백만 년을 놓아두더라도 주변의 열이 컵 속으로 들어가 물이 뜨거워지지 않는 이치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의 물리법칙이자 진리이다.
현대의 시민사회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다.
부의 재분배, 권력의 분산, 교육의 기회균등으로
지식의 비 독점화 등...
그러나 작금의 몇몇 인간은 자신의 소유한 것에 대한 미련으로 이런 자연의 법칙을 거부하고자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쌓고, 권력을 독점하며, 지식을 지배하여 동조 세력들과 함께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천문학적인 돈을 사회에서 갈취한 재벌 3세는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고,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을 한 대기업 회장은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
수백 명이 함께 투여할 수 있는 마약을 소지한 재벌가의 손녀는 반성문 하나로 죄를 면하게 되고,
법조계의 개혁을 외친 학자의 가족은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고 있다.
이것은 돈과 권력이 쌓이면서 엔트로피가 낮아져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권력과 돈은 분산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자연의 법칙이다.
시골 버스기사는 쌓아 놓을 재산도, 독점할 권력도 없다. 고준위의 물질인 경유를 디젤엔진에 넣고 하루에 150리터씩 운동에너지와 열에너지로 바꾸어 이 세상의 엔트로피를 높이고 있다.
나는 세상의 물리 법칙에 어긋남 없이 잘~살고 있다.
그림출처 : super b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