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약 다이어리>무지하게 약을 끊으면 생기는 일

#단약 #부작용 #정신과 #우울증 #불안 #불면 #직장괴롭힘 #편견

by 산책이

제목 : 무지하게 약을 끊으면 생기는 일


겉보기엔 똑같은 알약처럼 보이지만, 병원에서 처방받는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에는 엄연히 ‘용량’이 있다. 단순히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 알약 몇 개가 아니라, 정확한 이름과 용량(g)이 정해진 약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무슨 약을 먹는지 세심하게 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이 약을 먹으면 잠을 잘 수 있는 거구나.’

‘이 약을 먹으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거구나.’

‘이 약을 먹으면 울지 않고 버틸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성실하게 약을 복용했다. 말 그대로 ‘모범 복용자’였다. 약을 먹으면 내 마음도 치료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처음에는 하루에 다섯 알에서 여섯 알을 복용했다. 아침에 먹는 약과 밤에 먹는 약으로 나뉘었고, 2주마다 병원을 방문했다. 의사 선생님은 2주 동안의 상태를 확인하며 신체 증상도 점검하셨다. 두통, 어지럼증, 메스꺼움 같은 부작용이 있으면 약을 바꿔주시겠다고 했다. 다행히 나는 큰 부작용 없이 약에 빠르게 적응했고, 무엇보다 밤마다 푹 잘 수 있어서 기뻤다.고 했다. 나는 다행히 부작용 없이 바로 약물에 적응했고 밤마다 잠을 잘 수 있게 되어 기뻤다.


그러나 내가 먹는 약이 무엇인지, 얼마나 많은 양을 먹고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단약을 결심한 뒤 나는 알약의 개수와 복용 횟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약을 서서히 끊어보기로 했다.

예를 들어 약이 다섯 알이면 가장 작은 알약부터 빼고 먹었다. 그 약이 정확히 무엇인지, 몇 g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시작했다. 처음엔 괜찮았다. 두통도 없었고, 어지럼증도, 메스꺼움도 없었다.

‘아, 이렇게 하면 되는 거구나.’

쉽게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약의 반감기가 뭔지도 몰랐고, 모양과 크기가 똑같은 캡슐약도 실제 약 안 성분의 중량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에게 ‘이 약을 끊고 싶어요’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2주마다 진료를 봤지만, 단약을 결심한 건 약을 처방받은 지 일주일이 지나던 시점이었다.


나는 우울증 약을 먹기 전부터 소화기관이 좋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주 체했고, 구토도 흔한 일이었다. 체기가 있으면 어지럼증은 늘 따라오는 증상이었다.

자의적으로 단약을 시작하고 48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건 아니었지만 세상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마치 멀미하는 것처럼.


나는 또 소화불량인가 싶어 소화제를 먹었지만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이상해졌다. 건물이 미세하게 휘청거리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바닥에 물병을 굴려보기도 했다.


땅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었고, 건물이 기우는 것도 아니었다. 체한 것도 아니었다. 식욕은 있었지만 계속 어지럽고 속이 불편해 당황스러웠다.

48시간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매스꺼움까지 시작됐다. 바르게 서 있는 게 힘들어 결국 바닥에 누웠지만, 누운다고 해서 증상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혹시… 내가 약을 끊어서 이런 걸까?







keyword
월, 수, 토, 일 연재
이전 03화< 나의 단약 다이어리>단약을 결심하기까지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