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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위한 돌봄 > 우울해도 불행하진 않아.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DAY21, 1인칭 마음챙김 #우울 #불행 #상실

by 산책이

Even if I am sad, I am not unhappy.



내 몸은 가성비가 없다.

자주 먹여줘야 하고

금방 피곤해하며

하루를 열심히 살면,

다음날은 무조건 살살 지내야

병이 나지 않는다.


좌식 생활에서 와식생활로 넘어가면서

빠른 속도로 내 몸은 그나마 있던 생기와 활기를

방바닥 난방에 증발시켜 버리고 있다.

어디서든 잘 눕는다는 건

베개와 이불을 찾을 여유도 없다는 거다.


다정함도 여유로움도 체력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나는 이제 까칠하고 초조한 인간으로

진화하기 직전인 것 같다.


건조한 인간이 되어

바사삭 부스러지기 전에

나에게 사랑을 줘야겠다고

결심해 본다.


나를 돌보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걸었던 조건적 사랑을 잠시 거둬들이고

무조건적으로 나를 아끼고 사랑하련다.


난 지금 스스로 인정해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슬퍼해도 된다고

우울해도 된다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어떻게든 무엇이든 하려는 나를

그저 기특하다 해주련다.


나는 지금 우울해도

불행하진 않다.


어찌 됐든 지금 난 나를 돌보기 위해

지금 엄청 힘을 내고 있다.


상실감 그리고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극복할 수 없다.

그저

내 안에 잘 적응하며 살 수 있도록

나에게 천천히 시간을 줄련다.


그저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줄 거다.

그러다 서서히 마음이 괜찮아지면

느슨하게 조건적 사랑을 줘야지.


아침에 달리고

저녁에 헤엄치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무진장 힘내고 있다.


하루에 5분을 달려도

샤워를 하는 목적으로라도 수영을 하러 간대도

그저 기특하다. 멈추지 않고 일상을 살아내려는

나를 기특히 여겨야지.


누워있어도 마냥 누워만 있지 않는다.

그게 중요하다.

뭐라도 읽으려 하고, 쓰려고 한다.

말하고 듣는 게 잘 안돼도, 나는 읽고 쓰고 있다.


가성비가 없는 마음과 몸이면 좀 어때.

나는 지금 그런 나를 기특히 여기련다.


다시 한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그래도

우울해도 불행하진 않다고

나를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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