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팬, 법정에 서다

제9화 후크 선장 해적선 <졸리 로저호>

by 임재도

임재도 작가의 법률감성소설

피터 팬, 법정에 서다

존엄사법이 제정되지 않아 살인범이 된 어느 소년의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간병과 사랑이야기






제9화 후크 선장 해적선 <졸리 로저호>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하루 전날이었다. 아이들은 여름 한낮의 햇볕이 채 수그러들기도 전부터 모래사장에 나와 있었다. 오늘 저녁에 모래사장에서 모두 함께 해적놀이를 하자고 선생님이 미리 말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과 함께하는 해적놀이는 아이들끼리 하는 놀이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선생님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해질 무렵이 되자 여느 때와는 달리 마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하나둘 모래사장으로 모여들었다. 모래사장 중간에는 그보다 더 일찍 나온 웬디 삼 형제, 투틀즈, 슬리 세 엄마가 바닷가의 돌을 쌓아 만든 아궁이 두 개에 커다란 밥솥을 걸어 놓고 불을 때서 저녁밥 지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평소와는 달리 섬 건너편 해안 마을 선착장 쪽 바다에서 나타난 후크 선장의 발동선이 방파제 선착장에 정박했다. 후크 선장과 스미 갑판장이 배의 갑판에 실려 있던 커다란 아이스박스 두 개를 내리더니, 각자 하나씩 모래사장으로 가져왔다. 아이들이 아이스박스로 몰려들었다. 박스 하나에는 모닥불에 구워 먹을 돼지고기와 생선, 조개 등 음식 재료가 들어 있고, 다른 하나에는 수박, 참외 등 과일과 아이들이 먹을 과자, 아이스크림 등이 들어 있었다. 스미 갑판장이 박스에 있는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때 마을 쪽으로 시선을 돌린 소년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아이들끼리만, 때로는 선생님도 함께 어울려 여러 번 해적놀이를 했지만, 엄마는 한 번도 어울리지 않았었다. 스미 갑판장이 왔던 다음날, 아침 일찍 첫 배를 타고 나가 서울의 외갓집에 다녀온 이후로는 아빠와 얘기도 잘하지 않았었다. 그동안 소년의 방 옆에 새로 마련한 화실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오직 그림만 그리던 엄마였다.


그랬던 엄마였다. 그랬던 엄마가 마을 쪽 모래사장 끝에서 선생님과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얘기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선생님은 사택 거실에 두고 있던 기타도 어깨 줄에 매고 있었다. 와, 엄마가 온다, 소년은 평소보다 더 신이 났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아이들이 “선생님!”하고 일제히 외치면서 두 사람 쪽으로 달려 나갔다.


한낮의 햇볕이 서서히 고개를 숙이고, 서쪽 하늘에서 점점 번진 노을이 모래사장과 바다에 자주색 주단을 깔아놓고 있었다. 선생님과 어머니들,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바닷가에 버려진 종이와 작은 나무막대, 송판 등을 한 곳에 주워 모아 모닥불을 피울 준비를 했다.


웬디 아빠가 아이들은 들지도 못할 큰 나무둥치 여러 개와 모래사장 어귀 잎사귀가 무성한 잡목을 톱과 낫으로 베고 잘라 모닥불 불쏘시개 위에 세워 쌓고 캠프파이어를 할 준비를 했다. 그중 길고 굵은 통나무 원목 하나는 캠프파이어 나무더미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오른쪽 모래사장에 삽으로 구멍을 깊게 파고 한쪽 끝을 묻어 튼튼한 기둥 하나를 세웠다.


이제 노을은 더욱 짙게 깔리고 있었다. 웬디 어머니가 불을 지핀 아궁이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빨갛게 물들어 하늘로 퍼져 갔다. 바다도, 모래사장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뺨도 모두 빨갛게 물들어 갔다. 그때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웬디 어머니가 캠프파이어 나무 아래 모닥불 불쏘시개에 불을 붙였다. 그 위에 쌓이고 포개진 캠프파이어 나무에서 뭉실뭉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불길이 확 피어올랐다. 치솟는 불길을 바라보며 아이들이 와, 함성을 지르며 깡충깡충 뛰어오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들도 덩달아 손뼉을 쳤다. 또복이 할아버지는 언제 집에서 가지고 나왔는지 꽹과리를 치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 얘들아, 저기를 봐.


그때 선생님이 손으로 바다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아이들이 일제히 선생님이 가리키는 손끝으로 시선을 돌렸다. 와, 아이들이 함성을 질렀다. 방파제 끝에 정박해 있던 후크 선장의 발동선이 어느새 만(灣)으로 굽이진 모래사장 앞바다에 다가와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배의 갑판 위에는 피터 팬 동화책에 그려진 삽화처럼 삼각형의 검은 해적모자를 삐뚜름하게 쓰고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검은 천을 망토처럼 두른 진짜 후크 선장이 서 있었다. 배배 꼬아 말아 올린 콧수염을 올려붙이고, 오른손 소매는 노끈으로 질끈 묶어 갈고리만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그 뒤에 서 있는 스미 갑판장이 챙이 뭉텅한 괴상한 검은 모자를 뒤로 돌려쓰고 검은 안경을 코끝에 걸고서, 무언가 긴 장대 같은 것을 휘둘러 돌리고 있었다. 장대 끝에 둘둘 말려 있던 검은 깃발이 펼쳐졌다. 깃발 중앙에 잘 알아볼 수 없는 하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스미 갑판장이 그 장대를 들고 조타실 지붕 위로 올라가 깃대처럼 세웠다. 장대 끝에 매달린 검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며 바탕에 그려진 하얀 문양이 나타났다.


― 와, 해적 깃발이다.


웬디가 제일 먼저 깃발에 그려져 있는 문양을 알아채고 손뼉을 쳤다. 하얀 해골 얼굴에 X자 뼈다귀 문양이 그려진 검은 해적 깃발이었다.


― 야, 진짜 해적선이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손뼉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소년도 그 깃발을 바라보았다. 깃발은 마지막 정염을 불사르는 붉은 노을 속 하늘을 배경으로 해적선 돛대 끝에 매달려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깃발에 그려진 하얀 해골의 눈에서 눈부신 붉은 광채가 쏟아지고 있었다.


소년은 눈이 부셨다. 깃발에 그려진 해골의 뻥 뚫린 입에서 갈채 같은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소년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소년의 가슴에 해일 같은 파도가 밀려왔다. 해적의 검은 깃발은 소년의 가슴에서 힘차게 펄럭이기 시작했다.


그때 선생님이 다시 소리쳤다.


― 얘들아, 후크 선장 해적선 이름이 무엇이었지?

― 졸리 로저호요.


소년과 웬디가 동시에 외쳤다.


― 그래, 졸리 로저호! 선생님이 셋을 세면 우리 모두 함께 크게 불러보자. 자, 그럼 모두, 하나, 둘, 셋!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 두 손으로 손나팔을 만들어 큰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 졸리 로저호!


동시에 외치는 아이들의 손나팔 외침이 모래사장과 바다에 힘차게 울려 퍼졌다. 그때 갑판 위에 서 있던 후크 선장이 갈고리 손을 들어 줄 하나를 휙 잡아당겼다. 순간 줄에 매달려 있던 하얀 천막이 확 걷히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뱃머리 외판에 한글로 <일성호>라고 쓰여 있던 배 이름이 <졸리 로저호>로 바뀐 것이다.


― 야, 졸리 로저호! 진짜 후크 해적선이다!


아이들이 모두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그때 또다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해적선 조타실에서 검은 해적모자를 쓴 세 사람이 갑판으로 나오고 있었다.


첫 번째로 나온 사람은 마치 문신을 한 것처럼 벗어젖힌 웃통에 얼룩덜룩 물감이 칠해져 있었다. 투틀즈처럼 배가 나온 뚱뚱한 투틀즈 아빠가 동화 속 <빌 주크스>처럼 꾸미고 나왔다.


두 번째로 나온 사람은 동화 속 <스타키>였다. 슬리의 아빠가 동화 속에서 스타키가 입고 있는 공립학교의 수위복처럼 몸에 꽉 끼는 양복 윗도리를 입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모래사장에서 일하던 웬디 아빠가 어느새 배에 탔는지 이탈리아인 <쎄코>로 분장하고 나왔다. 웬디 아빠는 동화 속의 이탈리아인 쎄코처럼 일부러 소매를 둥둥 걷어 올려 팔뚝을 드러내고 있었다.


― 앗, 아빠다!


세 사람을 자세히 바라보던 존이 먼저 외쳤다.


― 우리 아빠다.


슬리가 말했다.


― 우리 아빠야.


일렁이는 불길 그늘을 타고 덩실덩실 춤을 추던 투틀즈가 소리쳤다.


― 아니야. 무서운 후크 선장 해적들이 진짜로 쳐들어왔어. 쎄코, 빌 주크스, 스타키야. 빨리 네버랜드 땅 밑 집으로 피신해야 해.


선생님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 헤헤헤, 쎄코, 빌 주크스, 스타키? 그래, 진짜 해적들이구나. 어디 쳐들어올 테면 오너라.


피터 팬이 먼저 땅 밑 집을 향해 뛰었다. 아이들도 피터 팬을 따라 모두 뛰기 시작했다.


― 앙, 내 칼이 없어.


모두가 피터 팬을 따라 뛰는데도 마이클만이 허리춤을 더듬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 이거 말이니?


모닥불 근처에 있던 마을 할머니 한 분이 나와 마이클의 작은 나무칼을 내밀었다.


― 앙, 불에 탔잖아. 싫어.


노는 동안 모래사장에 떨어뜨린 마이클의 칼을 주운 할머니가 그 칼을 부지깽이 삼아 웬디 어머니를 도와서 아궁이의 불을 지핀 모양이었다.


― 괜찮아. 이제 마이클의 칼은 뜨거운 불칼이 되었어. 해적들이 더 겁낼 거야.


선생님이 달려와 마이클을 다독거렸다. 마이클이 금방 눈을 반짝이며 끝이 시꺼멓게 타버린 나무칼을 받아 들고 땅 밑 집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빨리 대포알을 만들어요. 해적들이 몰려왔어요.


선생님이 먼저 물가로 달려가 젖은 모래를 손으로 다져 모래 대포알을 만들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연신 웃으면서 모두 물가로 나와 선생님을 따라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모래 대포알을 선생님과 어머니들이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아 아이들이 숨어 있는 땅 밑 집 참호로 서둘러 날랐다.


그새 졸리 로저호 해적선에서 하선한 후크 선장 해적단이 드디어 물가에 상륙했다. 이제 땅거미도 물러나고, 바다 멀리 수평선에는 엊그제 보름을 갓 넘긴 둥근 하현달이 곧이어 벌어질 해적놀이를 구경하기 위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후크 선장이 소리쳤다.


― 우리는 무서울 게 없는 후크 해적단이다. 저 대포알부터 먼저 빼앗아라.


스미 갑판장을 비롯한 부하 해적 넷이 물가에서 모래 대포알을 만들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을 둘러싸고 서로 눈을 찡긋거리며 나무막대 칼로 위협하며 내쫓았다.


― 허허허.

― 아이고 무시라(무서워라).

― 이눔들아. 어디루 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제각기 한 마디씩 하며 만들고 있던 모래 대포알 몇 개를 해적단을 향해 던지고 웃으면서 물가에서 도망쳤다. 대포알을 빼앗은 후크 선장이 일렁이며 타오르는 캠프파이어 불빛 너머 땅 밑 네버랜드 참호를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 피터 팬, 꼬마들아. 빨리 항복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버랜드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 후크 선장, 감히 네버랜드로 쳐들어오겠다고? 올 테면 와라. 이 피터 팬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참호에서 나온 피터 팬이 모래 둔덕 위에 올라서서 맞받아 고함쳤다.


― 이놈, 피터 팬. 오늘이 마지막인 줄 알아라. 해적들아, <롱 톰> 대포를 발사하라.


후크 선장이 왼손에 든 막대 칼로 네버랜드 둔덕을 가리키며 명령했다. 해적단이 먼저 <롱 톰> 대포알을 발사했다. 네버랜드 참호에서도 대응 발사가 시작되었다. 타오르는 캠프파이어 불길을 중간에 두고 한동안 어지럽게 모래 대포알 공방이 계속되었다. 그 사이에서 나나가 컹컹 짖으며 불길 가장자리를 뱅뱅 맴돌았다.


그러나 땅 밑 집 참호에서 날아가는 대포알은 대부분 불길을 넘지 못했다. 아이들의 팔매 힘으로 불길 너머까지 대포알을 넘기기에는 너무 멀었다. 그러나 해적들이 던진 대포알은 <롱 톰>이라는 대포 이름처럼 나뭇가지와 잎으로 얼기설기 엮어 놓은 네버랜드 참호 천장을 뚫고 쏟아져 내렸다.


― 에고, 에고, 이눔들아. 진짜루 아아들 잡겠다.


그것을 본 해적들 뒤에 있던 할머니들이 소리치며 모래사장의 작은 조약돌을 주워 해적들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 할매, 살살 던져요. 진짜 아파요.


웃통을 벗고 연신 히히거리며 모래 대포알을 발사하던 투틀즈의 아버지 빌 주크스가 머리에 조약돌 하나를 맞고 헐헐 웃으면서 소리쳤다.


― 용감한 해적들아, 진격하라.


후크 선장이 네버랜드 참호를 향하여 칼끝을 겨누며 소리쳤다. 그때 먼 수평선 위에 둥근달이 둥실 떠올랐다. 후크 선장의 우렁찬 목소리에 깜짝 놀라 벌떡 솟아오른 것 같았다. 달빛을 받은 모래사장은 대낮처럼 환했다. 곧이어 벌어질 해적단과 네버랜드 아이들과의 백병전을 밝힐 조명등 같았다.


해적단이 가로로 쭉 늘어서서 네버랜드 참호를 향하여 성큼성큼 진격했다. 다가오는 해적들을 향해 참호에 엎드린 아이들이 모래 대포알을 계속 발사했다. 참호 앞까지 점점 가깝게 다가왔을 때, 피터 팬이 발사한 모래 대포알 하나가 슬리의 아버지 스타키의 눈에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스타키가 한동안 눈을 껌벅거리며 멈칫거리자, 다른 해적들도 머뭇거렸다. 그러나 해적단은 이내 다시 대오를 갖추고 진격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해적들이 참호 앞 돌 경계까지 진격했다.


피터 팬이 먼저 칼을 휘두르며 참호에서 뛰쳐나왔다. 그 뒤를 이어 슬리, 투틀즈, 존, 마이클이 뛰쳐나왔다. 웬디만이 참호 안에 그대로 쪼그려 앉아 있었다. 해적단과 네버랜드 아이들의 막대기 칼싸움이 한동안 벌어졌다.


탁탁 탁탁, 탁탁 탁탁. 존과 맞서던 스미 갑판장이 칼싸움 도중에 먼저 슬그머니 빠져나와 참호 안에 앉아서 고개만 빠끔 내밀고 있는 웬디를 가볍게 들어 올려 사로잡아 캠프파이어 불길 너머로 돌아갔다. 그동안 투틀즈의 아버지 빌 주크스가 제일 어린 마이클과 존을 한꺼번에 상대하고 있었다.


스미 갑판장이 웬디 아빠가 모래사장에 미리 세워 두었던 통나무 기둥 아래로 웬디를 데려가 선 채로 기둥에 결박했다. 그러고는 다시 싸움터로 달려가 존을 상대했다. 그러자 이제는 제일 어린 마이클 하나만을 상대하게 된 빌 주크스가 마이클을 답삭 안아 사로잡고 말았다. 빌 주크스가 캠프파이어 불길 너머로 돌아와 웬디의 발치에 마이클을 앉혀 결박했다. 스미 갑판장이 다시 존의 어깨를 답삭 안아 사로잡고 말았다. 다시 불길 너머로 돌아온 스미 갑판장이 마이클 옆에 존을 앉혀 결박했다.


이번에는 웬디 삼 형제의 아버지, 이탈리아인 쎄코에게 슬리가 사로잡혔다. 이제 남은 사람은 투틀즈와 피터 팬 뿐이었다. 그러나 투틀즈도 이내 슬리의 아버지 스타키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이제 마지막 남은 후크 선장과 피터 팬이 맞붙었다.


탁탁 탁탁, 피터 팬과 후크 선장의 결투는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동안 포로들을 모두 나무기둥에 묶은 해적들은 그새 잦아드는 캠프파이어 불길 위에 널찍한 석쇠 불판을 얹어 놓고, 아이스박스에 담긴 돼지고기와 생선, 조개 등을 올려놓고 있었다.


이탈리아인 쎄코가 기다랗고 폭이 꽤 넓은 널빤지 하나를 어깨에 메고 오더니, 멀지 않은 얕은 바닷물에 잠겨 삐쭉 고개를 내밀고 있는 두 개의 작은 바위 위에 양 끝을 걸쳐 놓았다. 그것은 마주한 두 개의 바위 위에 걸린 나무다리 같았다.


불길 위 석쇠 불판을 중심으로 빙 둘러앉은 해적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함께 고기 익는 냄새가 퍼져나갔다. 어머니들과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불길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앉아 해적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아이고 저눔들, 저눔들!


슬리의 할머니가 웃으면서 연신 해적들을 향해 삿대질하며 말했다. 고기 익는 냄새를 맡은 나나가 해적들의 주위를 깡충거리며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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