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팬, 법정에 서다

제8화 타이거 릴리 선생님, 토끼섬에 오다

by 임재도

임재도 작가의 법률감성소설

피터 팬, 법정에 서다

존엄사법이 제정되지 않아 살인범이 된 어느 소년의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간병과 사랑이야기






제8화 타이거 릴리 선생님, 토끼섬에 오다



처음 이렇게 시작된 해적놀이는 마을의 다른 아이들이 소년이 빌려준 『피터 팬』 동화책을 읽은 후 더 큰 전쟁놀이로 변했다. 제일 나이가 많은 소년이 주인공 <피터 팬>, 한 살 아래 여자애가 동화 속 아이들의 어머니 <웬디>, 그보다 또 한 살 아래 두 소년이 동화 속 네버랜드 땅 밑 집 아이들인 <투틀즈>와 <슬라이틀리>가 되었다. 동화 속의 투틀즈가 곰 가죽옷을 입어 뚱뚱했던 것처럼, 몸이 뚱뚱한 아이가 투틀즈 역할을 맡기로 했다.


슬라이틀리가 된 아이는 동화 속 슬라이틀리가 피리를 불면서 신나게 춤을 추는 것처럼, 횟집을 하는 아버지가 사준 리코더를 잘 불었기 때문에 슬라이틀리가 되었다. 그러나 슬라이틀리라는 이름이 너무 길어 그냥 <슬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웬디 역을 맡은 여자애의 남동생이 존, 이제 겨우 여섯 살짜리 같은 남동생이 마이클이 되었다. 소년이 마이클에게 맞게 작은 나무칼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존과 투틀즈 및 슬리도 각자 나무칼 하나씩을 만들었다. 슬리의 집에서 키우는 개 누렁이는 동화 속 유모 <나나>가 되었다. 이즈음 아버지는 동화 속 후크 선장처럼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해 질 무렵 아버지 후크 선장의 목선이 해안으로 다가오면, 피터 팬과 아이들은 그동안 더 깊고 견고하게 만든 네버랜드 땅 밑 집에서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아버지 후크 선장이 방파제 옹벽 쇠고리에 목선을 끌어매고 허리를 구부린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어슬렁어슬렁 걸어온다. 왼손에 나무막대 칼을 든 후크 선장은 오른쪽 갈고리 손을 뒤로 감추고 있다.


이때 네버랜드 오른쪽 동백나무 울타리 숲에 숨어 망을 보던 슬리의 리코더 소리가 들린다. 후크 선장이 나타났다는 신호다. 그러면 아이들은 미리 준비한 모래 대포알을 하나씩 들고 후크 선장이 더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먼저 공격하는 쪽은 후크 선장이다. 후크 선장이 해적선 대포 <롱 톰>을 발사한다. 후크 선장은 비겁하게 뒤로 감춘 오른손에 모래 대포알 하나를 숨겨 쥐고 있었다. 아이들 역시 주먹 대포알을 던지며 반격한다. 이윽고 후크 선장이 아이들의 모래 대포알을 뚫고 네버랜드 경계선까지 진격한다.


― 와, 와, 와.


피터 팬과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땅 밑 집에서 쏟아져 나와 후크 선장을 포위한다. 동백숲에 숨어 있던 슬리도 아이들과 합류한다. 아이들과 후크 선장의 칼싸움이 시작된다. 탁탁, 탁탁, 나무칼이 서로 부딪힌다. 아, 그런데 큰일 났다. 오늘은 후크 선장의 칼에 존이 먼저 팔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


― 웬디 누나!


존이 외친다.


― 알았어!


아이들의 뒤에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웬디가 달려 나와 존을 땅 밑 집으로 데려가 팔에 손수건 붕대를 감아 준다. 붕대를 감은 존이 다시 용감하게 싸움터로 달려간다. 존이 합류하자 후크 선장이 도망간다.


― 와, 이겼다.


아이들이 모두 함성을 지르며 두 손을 하늘 높이 들고 나무칼을 흔들며 펄쩍펄쩍 뛰어오른다. 누렁이 나나도 아이들을 따라 깡충깡충 뛰어오른다.


어떤 날은 어린 마이클이 그만 후크 선장의 갈고리 손을 피하지 못하고 포로가 되고 말았다.


― 모두 칼을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마이클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후크 선장이 소리친다.


― 후크 선장, 비겁하다. 어린 마이클을 풀어 주고 나와 일대일로 당당하게 겨루자.


뚱뚱이 투틀즈가 배를 두드리며 호기롭게 나선다.


― 그럴 수 없다. 하늘을 날 수 있는 팅크 벨의 금가루를 가져오지 않으면 마이클의 목숨은 없다.

― 그것은 할 수 없다. 지금 여기에 팅크 벨이 없기 때문에.


피터 팬이 나선다.


― 그렇다면 나도 할 수 없다. 마이클의 목숨을 가져가겠다.


후크 선장이 억지를 부리며 어린 마이클의 목에 나무막대 칼을 갖다 댄다.


― 안 돼. 웬디 누나, 살려 줘.


마이클이 비명을 지른다.


― 안 돼요. 여기 있어요.


웬디가 나서서 후크 선장에게 손수건으로 묶어 싼 모래주머니 하나를 건넨다.


― 정말 팅크 벨의 금가루지? 거짓말이면 용서하지 않겠다.

― 정말이에요, 후크 선장. 팅크 벨이 뻐꾸기시계 속에 숨겨 둔 것이에요.

― 뻐꾸기시계라……? 그럼 진짜가 맞는구나.


후크 선장이 주머니를 열어 모래 금가루를 몸 위에 뿌린다. 그리고는 마이클을 안은 채로 날기 위해 풀쩍 뛰어오른다. 그러나 후크 선장은 그만 뒤로 벌렁 넘어진다.


― 하하하.


아이들이 모두 배를 움켜잡고 웃음을 터뜨린다. 이때 후크 선장의 손에서 빠져나온 마이클이 쪼르르 도망쳐 나온다. 아이들이 쓰러진 후크 선장에게로 몰려가 각자의 칼을 겨눈다.


― 후크 선장, 이제 항복하겠느냐?


피터 팬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위엄 있게 소리친다.


― 분하다. 꼬마들에게 또 속고 말았구나.


그렇게 한 해가 지났다. 이제 소년은 5학년, 웬디가 4학년, 투틀즈와 슬리가 3학년, 존이 2학년, 마이클이 일곱 살이 되었다. 새 학년이 되면서 그동안 분교를 지키던 무뚝뚝한 할아버지 선생님이 떠나시고, 젊은 여선생님이 새로 부임해 왔다. 웬디에게는 언니 같은, 다른 아이들에게는 누나 같은 예쁜 여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알고 있는 <피터 팬> 이야기 외에도 다른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신데렐라>, <보물선>, <소공녀>, <소공자>, <로빈슨 크루소>, <십오 소년 표류기>, <이솝 우화>, <콩쥐팥쥐> 등등, 선생님은 항상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다녔다. 모르는 이야기가 없었다. 선생님은 한 달에 한두 번씩 집에 가서 이런 동화책도 가져왔다. 선생님이 집에 갔다 온 월요일은 아이들이 서로 먼저 책을 보겠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선생님이 해주는 많은 얘기 중에서 역시 제일 재미있는 것은 <피터 팬> 얘기였다. 존과 마이클을 제외한 다른 아이들도 책을 읽었지만, 원래 책의 내용을 매일 조금씩 다르게 바꾸어서 하는 선생님의 <피터 팬> 얘기는 같은 얘기인데도 듣고 또 들어도 항상 재미있었다. 선생님이 해주는 얘기를 듣고 있으면 팅크 벨의 요술 금가루를 묻히고 진짜로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존은 웬디가 주는 팅크 벨의 금가루 모래를 몸에 뿌리고 교탁 위에 올라가 뛰어내렸는데도 다치지 않았다. 이때 선생님은 <피터 팬> 동화에서 웬디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달링 부인>이었다.


이제 분교는 아이들이 제집처럼 드나드는 놀이터가 되었다. 하나뿐인 교실은 물론이고 선생님이 독방처럼 사용하는 교실 옆의 사택도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아직 학교에 가지 않는 어린 마이클도 누나와 형을 따라 학교에 와서 함께 놀았다. 때로는 선생님도 후크 선장과 아이들의 해적놀이에 끼어들어 모래사장에서 함께 놀기도 했다. 이때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났다.


그해 유월, 아버지 후크 선장이 발동선 한 척을 샀다. 아버지가 처음 발동선을 몰고 마을로 오던 날, 소년과 아이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과 선생님도 발동선을 구경하기 위해 방파제에 나와 기다렸다. 저 멀리 새로 산 아버지의 발동선이 통통거리며 바다를 헤쳐 오고 있었다. 뱃머리에 노란색 페인트로 <일성호>라고 쓰인 배 이름이 햇볕에 반짝거렸다. 동화책에 삽화로 그려져 있는 후크 선장의 배처럼 돛이 주렁주렁 달린 큰 배는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노를 젓던 작은 목선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큰 배였다.


이윽고 발동선이 부르릉, 부르릉거리며 방파제에 닿고, 아버지가 먼저 배에서 내렸다. 아버지의 모습은 동화 속 후크 선장보다 더 크고 듬직해 보였다. 아버지를 따라 또 한 사람이 내렸다. 그 아저씨는 처음 분교에 부임해 왔을 때의 선생님처럼 하얀 얼굴 피부에 아버지보다는 조금 키가 작고 통통한 체격이었다. 옛날 아버지가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을 때 알게 된 같은 대학 후배라고 했다.


그날, 아버지와 함께 구경 나온 마을 사람들 모두가 모래사장에 모였다. 유일하게 빠진 사람은 엄마 혼자였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아버지가 목선 어창에 잡아 놓은 물고기와 조개, 시내 식육점에서 사 온 돼지고기를 석쇠 불판에 구워 먹으면서 밤늦도록 함께 떠들며 놀았다. 아버지는 후배 아저씨와 함께 소주도 마셨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제 방에 누워 가물거리는 잠 속에서 아버지와 엄마가 안방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더운 날씨라 안방의 문은 열려 있었다.


― 후배가 도와주기로 했어. 자금도 보태기로 했고. 다 잘될 거야. 이제 자재와 인부들을 운송할 배도 마련했고. 이제는 정말 이 섬과 바다가 모두 내 것 같아.


약간 술에 취한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 그러지 말고 모두 정리하고 다시 서울로 가요.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제 겨우 내 꿈을 이룰 발판을 마련했는데. 당신 예전에 함께 거제 외도에 간 적이 있었지. 기다려 봐. 나는 이 섬을 그렇게 만들 거야. 아니, 외도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섬으로 만들 거야.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쉽게 찾아와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관광과 명상의 성지, 나는 이 섬을 그런 섬으로 만들 거야.


― 이곳을 아무리 좋게 꾸미더라도 나는 싫어요. 처음엔 소녀 같은 마음에 들떠 당신을 따라왔지만, 이젠 정말 이 섬이 지긋지긋해요. 질식할 것만 같아요.

― 아직 당신이 적응을 못 해서 그래. 저 넓은 바다와 복작거리는 서울을 비교해 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곳은 오히려 서울이야.

― 그건 당신 생각이고요. 어쨌든 난 싫어요. 나도 그렇지만, 우리 애를 이 작은 섬에서 키우고 싶지 않아요. 애의 교육과 장래를 생각이나 해봤어요?


― 서울에서 나고 자란 당신 마음 잘 알아. 그러나 조금만 더 견뎌 봅시다. 당신도 적응이 되면 이곳에 정이 붙을 테니까. 그때 가서 정 안 되면 다른 방도를 찾아봅시다.

― 몰라요. 어쨌든 난 싫어요. 서울 친구들 보기도 너무 창피해요.

― 친구들에게 보이려고 사는 게 아니잖아. 그만합시다. 애가 듣겠어.

― 이 외딴섬에서 농사일이나 하고 고기나 잡는 당신 모습을 보려고……, 내가 그런 당신 모습을 보려고 결혼한 줄 아세요. 아~, 아!


평소답지 않게 갈라진 엄마의 목소리였다. 엄마가 종내에는 울음을 터트린 것 같았다. 소년은 잠든 채 누워 있었다. 토닥토닥, 아버지가 엄마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년은 일부러 등을 돌리고 모로 누운 채 생각했다. 저 넓은 바다가 어떻다고? 엄마는 왜 이곳이 질식할 것 같다고 할까? 왜 자꾸 서울 생각만 할까? 소년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창고 옆 엄마의 화실 방이 치워지고 아버지와 함께 온 대학 후배 아저씨가 그 방에 가져온 짐을 풀었다. 그 아저씨는 당분간 소년의 집에서 함께 생활할 거라고 했다. 화가 난 엄마는 일어나자마자 선착장으로 나가서 첫 여객선을 타고 서울 외갓집으로 가버렸다. 며칠 후 아버지가 서울로 엄마를 찾아갔지만 혼자 돌아왔다. 엄마는 거의 한 달이 다 지나서야 돌아왔다. 그러나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어두운 표정으로 말도 잘하지 않고 소년의 방 옆 아버지의 서재에 새로 마련한 화실에서 잘 나오지도 않았다.


이제 아버지와 후배 아저씨는 새로 산 발동선을 타고 거의 매일 먼바다로 나갔다. 아버지가 발동선을 산 이후로 아버지는 진짜 후크 선장이 된 것 같았고, 소년도 정말 피터 팬이 된 것 같았다. 피터 팬이 된 소년은 바위섬 위에 서서 발동선이 가물가물 멀어질 때까지 나무칼을 힘차게 흔들었다. 후크 선장의 발동선을 배웅하고 바위섬을 내려오면, 썰물이 빠져나간 바위섬 징검다리 바다 웅덩이에는 여전히 물빛 해초가 하늘거리고, 그 사이에서 유영하는 작은 물고기들의 큰 눈과 등줄기 비늘이 햇볕에 반짝였다.


해적놀이도 더욱 신이 났다. 아버지와 함께 온 후배 아저씨는 피터 팬 동화 속의 해적선 갑판장 <스미>가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아저씨를 <스미 갑판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제 아버지는 정말 큰 해적선을 타고 부하 해적을 지휘하는 동화 속의 후크 선장처럼 보였다.


소년과 아이들은 모래 둔덕 땅 밑 집을 더욱 깊게 파고 나뭇가지를 꺾어다가 그 위에 얼기설기 지붕도 만들었다. 스미 갑판장을 부하로 거느린 후크 선장은 이제 아이들이 감당하기에 벅찼다. 그래서 아이들은 매번 선생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했다. 그러는 동안 모래사장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제법 큰 돌들을 날라 경계선 안 네버랜드 요새를 한층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스미 갑판장이 가세한 후크 선장의 해적선 <롱 톰> 모래알 대포도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후크 선장과 스미 갑판장이 던지는 모래 대포알은 얼기설기 엮은 지붕을 뚫고 우박처럼 쏟아졌다. 어떤 때는 존과 마이클의 눈에 모래알 대포 파편이 들어가 선생님이 새로 만들어 준 하얀 깃발을 흔들어 휴전을 요청하기도 했다. 선생님이 존과 마이클의 눈을 씻겨 주었다.


어떤 날은 후크 선장과 스미 갑판장이 날이 어두워진 후에야 바다에서 돌아와 쳐들어오는 바람에 모래사장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해적놀이를 했다. 슬리가 그만 후크 선장 해적단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 이 꼬맹이들아. 이 고상한 후크 선장을 위해 음악을 울리고 춤을 추어라. 그러면 살려 주겠다.


후크 선장이 모래사장 위 제법 큼직한 돌 위에 앉아 왼손으로 수염을 문지르며 허연 이빨을 드러낸 채 얼굴 근육을 찡그리고 말했다.


― 꼬마들아. 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라. 그렇지 않으면 이 꼬마를 묶어 해적선으로 데려가겠다.


스미 갑판장이 정말 호주머니에서 밧줄을 꺼내 슬리를 꽁꽁 묶었다.


― 안 돼요, 안 돼.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소리쳤다.


― 음, 할 수 없다. 슬리, 리코더를 불어라.


피터 팬이 나서서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스미 갑판장이 노끈을 풀고, 슬리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리코더를 꺼내 삘릴리 불기 시작했다. 후크 선장과 스미 갑판장, 그 앞에 서서 리코더를 부는 슬리를 제외한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가 모닥불을 돌며 춤을 추었다. 존은 선생님이 서울에서 사 온 탬버린을 흔들었다. 누렁이 나나가 컹컹 짖으며 이리저리 아이들 사이를 누비며 돌아다녔다. 꼬리를 흔들며 깡충거리는 나나의 모습이 모닥불 불빛에 일렁였다. 덩실덩실 느리게 춤을 추는 아이는 뚱보 투틀즈. 선생님이 웬디의 손을 잡는다. 웬디가 피터 팬, 피터 팬이 투틀즈, 투틀즈가 존, 존이 마이클, 마이클이 다시 선생님, 모두가 손을 잡고 원을 그린다. 선생님이 외쳤다.


― 후크 선장은 착한 해적.


아이들이 따라 외친다.


― 후크 선장은 착한 해적.


― (선생님) 스미 갑판장은 나쁜 해적.

― (아이들) 스미 갑판장은 나쁜 해적.

― (선생님) 착한 후크 선장님, 슬리를 살려 주세요.

― (아이들) 착한 후크 선장님, 슬리를 살려 주세요.


후크 선장이 목소리를 깔고 위엄 있게 말한다.


― 안 돼. 이 후크 선장은 이 꼬마를 노예로 삼아 해적선으로 데려가 피리를 불게 해야겠다.

― 후크 선장, 그것은 약속 위반이에요.


웬디가 나섰다.


― 웬디, 너는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 너는 지난번 가짜 팅크 벨 금가루로 나를 속이지 않았느냐

― 그것은 마이클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어요.

― 그래도 안 된다. 나는 이 꼬마를 데려가야겠다. 스미 갑판장, 그애를 다시 묶어라.

― 예.


스미 갑판장이 다시 노끈을 꺼내 슬리를 묶었다. 슬리가 외쳤다.


― 피터 대장, 나나, 살려 줘.

― 나나, 지금이다.


피터 팬이 나무칼을 높이 쳐들고 외치며 후크 선장에게 달려들고, 나나가 스미 갑판장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졌다.


― 착한 후크 선장 살려.

― 나쁜 스미 갑판장 살려.


피터 팬과 나나의 기습에 후크 선장과 스미 갑판장이 어두운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도망갔다. 나나가 컹컹 짖으며 두 사람의 뒤를 쫓아갔다. 하하하, 까르르르, 모두가 웃었다. 웃음소리가 까만 밤하늘로 울려 퍼졌다. 하늘의 별들도 따라 웃는지 밤바다 물결 위에 하얀 웃음 같은 무수한 은가루 별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해적놀이가 끝나 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소년은 생각했다. 선생님도 함께 노는데, 엄마는 왜? 소년은 그것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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