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편지 13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 많은 그녀.
경상도 어디께로
여행 다녀오더니
주섬주섬 씨앗봉투를
선물인 듯 가지고 왔다.
이건... 토종 상추
이건... 토종 우엉
이건... 옥수수... 이건... 흑보리...
척척 펼쳐 상 위에 올려놓는다.
"엄마 민호 좀 잡아봐!
야, 이민호 당장 그거 가져와. 빨리!!!"
누나의 일기장을 들고
약 올리던 민호가
다과상을 들이받은 건 찰나.
씨앗은 사방으로 흩뿌려졌고
거실을 기어 다니며 친구들은
씨앗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거 뭐가 뭔지 알겠니?'
"상추가 이거였나? 아니 우엉인가?"
"아무렴 어때. 기다리면 알 수 있겠지"
아이에게 버럭 한 아침,
문득
기다리면 알 수 있다던
그녀의 태평한 황당함이
그리워졌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엄마가 되고, 가장 힘든 것은 '내 인내의 바닥'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데!!!!"라는 말로 시작된 훈육(?)은 말만 훈육이었을 뿐, 참고 참고 참았던 울분을 토하는 성토의 장이 되기 일쑤. 여유롭고, 너그럽고, 조금은 헐렁헐렁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매번 생각뿐이다.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꽃 작품과 글을 엮는 <꽃편지> 프로젝트의 초기 기획과 함께 원고 작업을 했다. 매주 5개의 이야기, 총 60개의 이야기를 내 안에서 끌어냈다. 일이었기에 가능했다. <꽃편지> 프로젝트 덕분에 내 안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글로 기록했다. 노트북이 망가져 모든 기록이 사라져 버렸던 2021년의 어느 날, 혹시나 하고 찾아간 Leposy의 블로그. '감사합니다' 아직 글들이 남아있었다. 내겐 소중한 이야기들을 한 편씩 옮겨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