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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Jun 14. 2022

예민한 사람 체크리스트

<FEAT. 층간벽간소음>

     

집에 대한 고통이 커지면서 혼자만 묻어두고 넘어가려던 나는 더이상 짐을 짊어지기 버거웠다.

sns에 슬슬 층간소음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주위에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층간소음 고민을 털어놓았다.      

모든 정황을 다 말할 수는 없기에 간략하게 집에 아기 우는 소리라든지 발망치나 문 쾅 닫는 소음이 너무나 잘 들리고 몇 달째 힘들다는 것을 말했다.      


그런데 내 의도와는 다르게 어떤 사람은 나를 ‘귀가 지나치게 예민하고 깐깐하며 모든 일에 예민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나를 안지 얼마 안된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을 경우, 오해를 더 잘 하는 것 같았다.      


혹자는 밥을 먹을 때 작은 접시에 날파리가 들어간 것(내 접시에서 발견된 건 아니었.)을 보고도 ‘기분은 찝찝하지만 마저 먹어야지’하며 밥을 먹는 나를 보고 본인보다 더 비위가 좋다는 것에 놀라고 내가 생각보다 예민하지 않다며 놀라기도 했다.     




결혼 직전까지 전원주택에서 15년 넘게 살았었다. 새벽마다 마당의 개장에서 큰 개 3~4마리가 밤새 짖어도 견딜만 했다. (귀여운 호야, 진순이, 해피, 하나, 두나 ..그외에 우리집에 살았던 많은 개들 사랑해!)


내 방 바로 근처 마당에 개장이 있어서 다른 방 사람들보다 더 시끄러워도 넘길 수 있게 ‘개 소리’에 단련이 된 나였다.


뿐만 아니라, 바로 집 근처에는 군부대가 있어서 아침마다 사격 훈련을 하는 적도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는데 화장실 창문 바깥으로 ‘타당타당 타당타당’  소리를 몇십분간 들어도 자장가처럼 느껴지는 나였다. 시끄럽기는커녕 나중에는 아무 소리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남편과 결혼한 후, 빌라, 아파트, 전원주택에서 나는 소리들은 적응이 안됐다. 특징이 있다면 결혼 후 내가 시달리는 소음들은 대부분 사람 소리의 비중이 높고, 시간도 10~30분 정도가 아니라 1~3시간 이상일 정도로 지속적으로 시끄럽다는 것이다.      


미혼 시절, 전원주택에 있으면서 겨울에 집에 몰래 들어온 쥐가 고구마나 화분을 갉아먹는 것도 여러 번 본 적 있고 커다란 거미라든지 바퀴벌레를 죽인 적도 많았다. (맨손으로는 힘들고 대부분 신문지나 두꺼운 책을 이용한다.) 사실 쥐약을 먹고 죽은 새끼쥐의 꼬리를 어두운 밤에 부엌에 물 마시러 가다가 살짝 밟은 적도 있.....


그래서인지 그런 곤충, 벌레, 동물들이 약간 무섭기는 해도 호들갑 떨거나 도망갈 정도는 아니다.     


음식도 특별히 가리지 않는다. 홍어삼합이 코를 찌르긴 해도 거뜬히 먹을 수 있으며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다. 생간, 천엽같은 날고기도 잘먹고 회 뿐만 아니라 가리는 생선도 없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보다 담력, 비위, 입맛 등등도 강한 편 아닌가?    


그동안 여기까지 읽으면서 내가 예민하다고 오해하셨던 분들!


절대, 네버, 난 예민한 편이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다! 남들보다 귀가 조금 더 밝은 편은 맞지만 내가 예민하다면 개 소리, 총 소리, 그리고 지금 사는 집의 공사 소리, 닭 소리, 새 소리에도 몹시 괴로워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땐 괴롭지 않았다.

     

누구든 성급하게 돌을 던지지 말라!

층간소음을 겪는 사람은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창세기 1장 28절♡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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