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시장에서 청년들의 활약
술 취재를 다니기 전엔 '우리술'하면 고루할 거라고 생각됐다. 알면 알수록 고루하긴 커녕, 너무나 힙한 문화가 아닌가. '힙한' 우리술 문화를 이끄는 중심에는 청년 양조인들이 있다. 고전적인 우리술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의 술을 내기도 하고, 완전 다른 농산물을 주재료로 쓰기도 한다. 또 컬래버레이션에도 적극적이다. 청년 양조인이 이끄는 양조장 몇 곳을 소개해본다.
충주의 사과술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뽐내는
33살 이대로 대표 선수(댄싱사이더에서 부르는 호칭)가 이끄는 트렌디한 양조장 댄싱사이더. '분기마다 술을 내겠다'는 목표 따라서 정말로 신제품이 계속 나오는 양조장이다. 사과로 만든 발효주인 애플 사이더를 기반으로 우리 농산물을 넣어서 만든다.
가장 최근에 나온 술은 <허니문배>, 배로 만든 사이더가 출시됐고 복숭아를 넣은 <치키피치>, 유자를 넣은 <신애유자>, 블루베리 넣은 <와쥬블루> 등을 비롯해 각양각색의 매력적인 애플사이더가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에 애플사이더를 전파하는' 양조장이라는 수식어가 과분하지 않은 곳. 웬만한 트렌디한 펍에는 댄싱사이더 병을 볼 수 있다. 가벼우면서도 깔끔한 맛에 선물하기도 좋고, 꼭 사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곡성 토란을 넣은 술을 빚은
사실 토란으로 막걸리를 빚는다기에, 속으로 '엥?' 했다. 토란은 그냥 먹기도 거부감이 있는 재료가 아닌가. 그런데 시향가의 양숙희 대표(39)는 본인이 싫어하던 토란을 놀라울 정도로 맛있는 막걸리로 빚어냈다. 토란 함유량이 20%나 되는데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술. 개인적으로 친구들에게 선물했는데도 정말 토란막걸리가 맞냐고 반응이 좋았다. 집중해서 마시면 토란의 식감이 나긴 한다.
여기서 눈 여겨 볼 건 패키지다. 시향가 패키지는 캔 막걸리, 우유병 막걸리 등 딱 보면 '술 같지 않은 술'이다. 먹기도 전에 눈으로만 봐도 즐거운 술이다. 시향가는 곡성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여성 양조인으로서도 행보도 빛나는 곳 중 하나다.
맥주에 감자를 넣었다고요?
맥주에 감자를 넣었단다. 말도 안돼. 요새 청년 양조인들이 내는 수제맥주집이 많은데, 그중에 로컬 맥줏집으로 굉장히 인상 깊었던 양조장. 20대인 김규현 공동대표(27), 안홍준 공동대표(26)가 이끈다. 감자맥주는 맥아에 감자 분말을 섞어서 만드는 식으로 맥주를 만들었다. 감자를 넣은 <포타페일에일>이 대단히 인상적이고, <단팥 슷-따우뜨> <말랑피치사워> 등 강원도 농산물을 넣은 도발적인 술들이 많다. <우두동사람들> <쥬씨랜드IPA>도 맛있다. 패키지도 심플하다. 특히 멀리서 보면 '단' 가까이서 보면 '팥'이라고 읽히는 <단팥 슷-따우뜨>는 아이디어도 맛도 놀랍다.
컬래버레이션 장인
37세 고성용 대표가 이끄는 젊은 양조장. 서울쌀로 빚는 <나루 생막걸리>가 인기다. 웬만한 전통주점에 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만큼 유명하다. 세련된 패키지도 패키지지만, 한강주조에서 눈에 띄는 건 적극적인 컬래버레이션이다. 올해는 카페 브랜드 아티제와 컬래버레이션으로 막걸리맛 마카롱 '빈드리즈 넘버 일레븐'을 출시했고, 대한제분과 함께 곰표를 뒤집은 '표문'이란 이름으로 <표문막걸리>를 출시해 화제. 개인적으로 나중에 한 번 꼭 취재가고 싶은 곳 중 하나다.
청년 양조인들이 이끄는 양조장에 가보면 이렇게 우리술이 다채롭고 신선하다니라는 생각이 든다. 주말엔 청년 양조인들이 만든 도전적인 술에 기꺼이 도전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