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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2] 백일사진

지금 네 마음이 어때?

by 할수 최정희



남동생 백일 사진을 찍는 날이다.

친척들과 동네 사람들이 마당에 모여든다.


사진사는 마당에 카메라를 세팅하고.

아버지는 남동생을 툇마루 벽에 기대 앉힌다.


아랫도리를 벌거벗긴 남동생.

아버지가 뒤돌아서자마자 마자 기우뚱 마룻바닥으로 넘어진다.


사람들이 "어쿠쿠!" "아이고야!" "고놈 고추 좀 봐라." 잘 생겼다." 소리치면서

남동생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 웃는다.


아버지가 다시 앉혀놓아도 기우뚱기우뚱 쓰러지는 남동생.


사람들은 "어이쿠, 조금만 더 앉아있지." "고새를 못 참고." 라며 안타까워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고놈 고추 좀 봐라. 잘 생겼다." 라며 연신 웃는다.


아버지가 여러 차례 다시 남동생을 툇마루 벽에 기대 놓았지만.아버지가 돌아서는 순간 남동생이 쓰러지는 바람에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아버지가 남동생을 내게 안긴다.


장손 백일사진 찍는다고

친척들도 오고 동네 사람들도 와서 웃고 떠들며 즐거워하지만.


나는 멀뚱 멀뚱 쳐다보고 있다.


이때 난 39개월짜리 아이였다.

내 마음이 어떤지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다들 고추가 달린 남동생에게 마음이 가 있었다.


할머니와 부모님의 사랑이 남동생에게로 흘러가버렸다는 것을 알아챘다.


앞으로 남동생에게 주고 남은 사랑이. 껍데기 사랑이 내 몫이라고 느꼈다.


그때 "지금 네 마음이 어때?.'라고 누가 물었다면.

"내 사진은 왜 안 찍어주는 거야. 내 사진도 찍어줘. 내 백일사진은 왜 없는 거야."라고

소리치면서 앙~ 울어버렸을 것이다.


남동생에게 사랑을 빼앗겨 아픈 마음은 말 못하고.


웃지도 울지도 않고 즐거운 광경을 지켜보던 나. 혼자였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지금 네 마음이 어때?"라고 물어본 적이 없다.


내 사랑하는 딸과 아들이 외로워 울 때

나는 거기 없었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다른 감정이 생기고. 그 감정이 드는 것이 당연한데.


그런 감정 가지면 안 돼.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해. 라는 엄마.


엄마가 아니었다.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늦깎이 엄마가 묻는다.


"딸아, 지금 네 마음이 어떻니?"

"아들아, 지금 네 마음이 어떻니?


내게 말해 줄 수 있겠니?


생태공예힐링핼퍼 1호/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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