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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Jan 31. 2024

[리뷰] 눈물이 솟구쳤다.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읽고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노 요코 글 그림/ 비룡소)를 읽고

그럭저럭 살고 싶지 않은 나에게     

 

가슴이 울컥하면서 눈물이 솟구쳤다. 그림책을 읽는데 말이다. 100만 번 산 고양이 그림책은  주인공이 18번 환생하여 19회 차의 삶을 살아가는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다른 버전이다.


“이 그림책을 보다가 울컥했어. 한번 읽어봐요.”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이 그림책을 받아 들고 읽기 시작했다. 식탁 건너편에 앉아서 남편이 그림책을 들고 읽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거꾸로 펼쳐진 그림책을 눈으로 따라 읽었다. 근데 또 그 지점에서 눈물이 솟구쳤다.    

  

고양이는 왜 백만 번이나 다시 태어나고 죽은 것일까? 고양이는 늘 누구의 고양이였다. 한때는 임금님 한때는 뱃사공, 마술사, 도둑고양이, 홀로 사는 할머니, 어린 여자아이의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이들을 좋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싫어했다. 주인들은 모두 자기 방식대로 고양이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임금님의 고양이였을 때는 전쟁터에서 화살에 맞아 죽었다. 뱃사공의 고양이일 때는 바다에 빠져 죽었다. 마술사의 고양이일 때는 마술사가 마술 상자 속의 고양이를 실수로 반으로 자르고 말았다. 도둑고양이의 개일 때는 개에게 물려 죽었다. 홀로 사는 할머니의 고양이일 때는 늙어서 죽었다. 여자아이 고양이일 때는 포대기 끈에 목이 졸려 죽었다. 고양이가 죽을 때마다 주인들은 슬프게 울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이유는 죽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명이 죽는 것이 왜 아무렇지도 않겠는가! 생명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존재인데. 고양이가 죽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건 누군가의 고양이로 살아가는 삶은 고양이에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자기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이 원하는 삶을 살 때, 살아 무엇 하나 싶지 않은가.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가 아닌 적이 있었다. 도둑고양이로 살 때였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살았다. 고양이는 자신을 좋아했다. 우리의 눈에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멋져 보인다. 암컷 고양이들도 고양이가 멋져 보였다. 그래서 암고양이들은 고양이에게 잘 보이려고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고양이는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선물을 가져다주는 암고양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자신에게 잘 보이려는 암고양이가 고양이 눈에 멋있게 보일 리가 없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에게 끌렸다. 그 이유는 하얀 고양이는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않고 그냥 자신의 삶을 살아갔기 때문이다.

  

둘은 마음이 맞아 함께 살게 되었고 새끼고양이들이 태어났다. 새끼고양이들이 자라 뿔뿔이 흩어져 도둑고양이가 되었다고 한다. 이 말은 고양이와 하얀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들을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키워냈다는 뜻이다.


고양이와 하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부드러워졌다고 하는 말은 둘이 원숙해져 갔다는 말일 것이다. 나도 남편과 함께 살면서 점점 사랑스럽고 원숙해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래서 원수가 아닌, 서로에게 오래오래 함께 살고 싶은 존재가 되면 좋겠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 이전 생에서 고양이에겐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래서 울지 않았는데. 이젠 슬프고 고통스러워 울게 된 거란 뜻이다.      


어느 날 하얀 고양이가 움직임을 멈췄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다. 백만 번이나 울었다. 자신으로 살며 자신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곁에서 사라지는 것이 우리에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없다. 내 가슴이 울컥하면서 눈물이 솟은 곳은 하얀 고양이가 죽고 고양이가 백만 번이나 우는 장면에서다.


어느 날 고양이도 서서히 움직임을 멈췄고. 다시는 태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이생에서, 수없이 되풀이되는 삶을 산다.  후회하고  또  후회하면서도  과거의  잘못을 반복한다. 과거에 원치 않게 꼬인 삶의  매듭을  풀지 못해서다.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죽은 후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다시는 태어나지 않은 이유는 자신을 사랑하고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를 진정으로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100만  번  산  고양이가  다시  태어나지  않게  된  이유는  진정한  사랑으로  삶이  충만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기 원한다. 우리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바란다. 부족한 것은  충족하고 싶지만 우리가 결핍을 채우지 못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사랑이 답인 것 같다.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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