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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Mar 17. 2024

[100-13] 애도에 관한 이야기

기억상자/ 조애너 롤랜드 글 테아 베이커 그림

그림책 기억상자는 애도에 관한 책이다. 한 아이가 바람에 풍선을 날려버린 이야기로 시작한다. 풍선이 나무 위로 올라가 구름 속으로 날아가버릴 때 슬펐다고 한다. 그러나 풍선을 잃어버린 것이 지금은 슬프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풍선을 가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떠나간 소중한 사람을 대신할 다른 소중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슬프다고 한다.


그림책 속의 아이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난 후 그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한다. 그 사람을 잊을까 봐 두려워한다. 그 사람을 꼭 안아주고 싶어 한다. 그 사람을 잊지 않으려고 기억상자를 만든다.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일, 그 사람과 함께 가본 곳 그 사람이 가본 곳 함께 가보고 싶었던 그 모든 곳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리곤 그 사람을 생각나게 하는 장소로 간다. 어떤 날엔 웃고 어떤 날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서 슬퍼하는 걸 멈출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아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로 계획했던 것을 한다. 그 사람은 없지만 그 사람과 함께 추억을 새로 만든다.  그래서 어디로 가든지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잊을까 두려워하지 않고 기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동생 두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나갔다. 그리고 시아버님과 시어머님도.  나는 가끔 이들을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들을 잘 모른다. 서로 자신의 마음이나 겪었던 일들을 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죽을 만큼 고통을 겪으면서도 한 마디도 말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들도 그랬을까?  나는 그들이 무엇을 할 때 행복했는지 모른다. 무엇이 그들을 고통스럽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생전에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과 함께 하기로 한 것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감추는 게 맞을까?  난 가족을 떠나보낸  애도를 제대로 못했다. 종잇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동생들과 난 각자 살기에 바빴던 것 같다. 지금도 나 혼자 살아가기에 바쁜 것 같다. 나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나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돌아볼 겨를 없이. 가족은 무엇일까? 사랑이란 것이 어떤 것일까? 다시금 생각해 본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기로 계획했는데 못 한 것이 있는 사람이 나는 부럽다. 살아있을 때 가족과 서로 마음 이야기를 하며 살아야겠다. 그리고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할 계획부터 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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