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남긴 것들은

by 선세

한 때, 러닝에 푹 빠져있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말을 하면 생색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2024년에 러닝크루라는 말이 우리 한국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전의 일이다. 우리는 뛰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고 그것은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친구들, 그리고 아주 미약하지만 자존심과 연관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문제가 많은 채로 모인 우리였고,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몰랐기에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힘들기 싫어!’

일부러 천천히 달렸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힘든 건 싫어했고,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어 했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에게 자발적으로 고통을 선사한 역사적 순간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런 놈들이 어떻게 달리겠다고 모인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작심삼일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우리는… 아직 뛰고 있다. 이젠 볼 수 없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달리고 있다. 조금 더 나은 인간으로 달리고 있다.


같이 달릴 때면 항상 듣던 ‘사랑이 남긴 것들’… 나는 종종 출근길에도 강원도 화천 민통선의 어딘가를 달리며 가사 속의 강변북로와 한강을 떠올린다. 우린 한강을 참 좋아했다. 함께 간 적은 몇 번 되지 않지만 한강을 떠올리기만 해도 우리는 ‘한강! 맥주! 자전거!…’ 이러면서 달이 담긴 눈을 하늘에 비추곤 했다. 생각해 보면, 한강과 꽤나 가까이 있던 우리가, 그렇게 한강을 찾던 우리가 그곳으로 자주 달리러 가지 않았어서 다행이다. 그곳은 자주 찾지 않음으로써 아직 우리에게 동경과 낭만, 그리고 약속으로 남아있다.


비록 지금은 다들 떠났지만 한강은 남아있다. 그곳을 지나치는 시민들의 발자국 소리, 연인들의 사랑이 담긴 속삭임, 자전거의 체인이 돌아가는 소리까지 모두 담은 채로, 억세게 꾹꾹 눌러 담은 채로… 우리가 들어갈 자리는 한 모퉁이에 남겨둔 채로… 그렇게 남아있다. 마냥 웃기만은 힘든 세상이지만, 언젠가 우리 그곳에서는 지난날의 추억, 우정, 젊음, 사랑… 이 모든 행복한 언어들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내뱉으며 웃을 수 있겠지…

우리가 한걸음 내디딘 것처럼

우리가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있을 미래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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