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안해, 아가야

by 문 내열

한국에서는 어버이날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한 묶음으로 일 타해 버리지만 미국에서는 어머니 날이 있고 한 달여 후에 아버지 날이 있다. 어머니 날이 다가오면 라디오 나 T.V 에서 어머니 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느니 어머니에게 드릴 선물을 특별 할인 판매 중 이라느니 야단법석이다. 어머니날 식당가를 찾으면 손님들로 북새통이다. 할머니 어머니, 어머니, 며느리 어머니 삼대의 어머니들이 자식들로부터 감사와 축하를 받는 모습은 아름다워 보인다.


그런데 아버지 날은 왔다 갔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나 세상에 아버지들이 홀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버지 술잔의 절반은 눈물이라는 우스게 소리도 있는데 어머니날에 비하면 아버지 날은 참으로 맹맹하기 짝이 없다.


새로 맞이한 두 며느리의 출산과 육아 돌봄을 눈여겨보기 시작하면서 어머니가 왜 위대한지를 새삼 깨우치게 됐다. 나약한 여인의 몸으로 뱃속에 십 개월 동안 아이를 품고 다니는 인내심과 조심스러움. 때로는 입덧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어렵사리 한 숟갈 목에 넘긴 음식마저도 토하면서 회사 일에 매달리고 있는 워킹맘들을 보면 사람 이라기보다는 철의 여인처럼 보였다. 내가 결혼해서 아내가 임심 했을 시 그녀가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임신하면 다들 저렇게 힘들어하는구나 정도였지 오늘과 같이 그 여인의 임신 고통을 자세히 눈여겨보지를 못했다.


저녁 식탁에 모든 가족이 모여 아기 엄마를 기다려도 오지를 않아 방문을 빼꼼히 열어보면 아기 엄마는 방에서 갓난아기 젖을 먹이다 말고 지쳤는지 젖을 물린 체 잠들어 버리곤 한다. 아기 엄마가 식탁으로 돌아올 땐 가족들 식사가 다 끝나 버리고 그녀의 몫으로 남겨둔 차가운 음식 몇 가지 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며칠을 지켜봐도 아기 엄마는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안타깝다. 엄마가 되는 과정이 이토록 혹독하니 말이다. 이내 영양보충이라도 시켜줄 요랑으로 임신 전에 그녀가 그토록 좋아했던 음식이라도 사주겠다고 했더니 지금은 안된단다. 모유를 먹는 아기가 배탈이라도 날까 염려가 되기 때문이란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아기 엄마는 벌써 새벽 두세 시에 잠에서 깨어 아기와 함께 새벽 동이 트기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간밤에 잠을 설쳤는지 아기와 함께 카우치(소파)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이 아린다.


오늘은 아기가 종일 내 칭얼거리며 울어댄다. 아기가 배가 고파서 우는 것은 아닐까 해서 젖을 먹여도 보고 우는 아기를 껴안고 이방 저 방을 돌아다녀도 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고 계속 울어댄다. 엄마는 아기를 쳐다보며

“엄마가 미안해, 아가야”

엄마는 왜 미안하다고 할까?

아기가 왜 우는지 헤아리지 못해서?

아가의 불편함을 엄마가 대신해주지 못해서?

우는 아기가 안쓰러워 엄마는 금방이라도 울상이다.

이를 지켜본 나도 아기 엄마의 안타까워하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마치 성당에 성모 마리아 와도 같은 인자한 모습 그 자체다.


그뿐인가 그녀가 그토록 좋아하던 음식도 임신 중이라는 이유로 절제를 하는가 하면 출산 후에는 미역국이 아기와 산모에게 좋다는 시어머니의 한마디에 두 미국 며느리들이 미역국을 주저하지 않고 꿀꺽꿀꺽 마시는 것을 보고서 자식을 위하는 것이라면 그 무엇도 마다하지 않는 어머니의 지극정성은 세월이

흘러도 옛날 우리 어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고, 동서양의 문화 차이도 이를 말리지 못해 보인다.


모든 것을 희생하며 정성을 쏟는 철의 여인들의 그 무서운 힘은 도대체 어데서 온 것일까? 놀랍다고 표현하기보다는 경이롭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어쩌다 아기가 잠들어 온 가족들과 함께 모처럼 시간을 함께하며 웃고 즐기다가도 어느새 아기 울음소리라도 들었는지 자리를 박차고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엄마의 모습은 휴전선 비무장지대에 초계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와도 같아 보였다. 단 일초도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고 긴장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 여인들은 분명 우리 남자들과는 다르다.


@ 여보 당신도 우리 애들을 저렇게 길렀어요?

# 그럼요

@ 그런데 그때는 왜 저런 게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

# 그때는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들이 다 그랬지요. 그때만 해도 먹고사는 문제가 절박했으니까요. 너무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우리 여인내들은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아내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미안한 마음이다. “내가 참으로 무심했구나”. 회사에 메인 몸이었을지라도 조금만 관심과 배려가 있었다면 철의 여인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마음속으로 나 자신을 타일러 본다. “철이 없었구나”


수십 년이 지난, 철이 든 이제 여인네들의 육아 생활을 곁에서 지켜보노라면 “어머님 은혜”라는 가사 구절구절이 예전과는 다르게 내 마음속 깊이 와닿는다.


이 정도만으로도 여인네들은 이미 위대한 어머니인데 불가피한 사정으로 싱글맘이 돼버린 그들은 무엇으로 표현해야 적절할지 모르겠다. 가족의 생계뿐만 아니라 자식들의 교육도 함께 짊어지고 앞만 보고 달리는 철의 여인들의 무한한 책임감도 우리 남자들과는 분명코 다르다. 나는 보았다. 자식들과 홀로 된 아버지들이 부모님께 자식들을 맡겨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 버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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