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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내열 Jan 29. 2024

수도 산티아고 에서 시티투어 첫날 (제 2화)

칠레 파타고니아를 가다)

8시간 비행 후 이튿날 아침 7시에 산티아고에 도착하였다. 이민국에서는 PDI라는 입국허가서를 건네주면서 잘 보관했다가 출국 시 반납하라는 주의를 준다. 이 PDI는 호텔에서 체크인할 때마다 요구한다. 아마 이를 근거로 세제혜택을 받는 듯하다.


이민국 수속을 마치고 캐리어를 끌고 택시를 타기 위해 나오니 택시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똥파리처럼 달려든다. 다소 긴장도 되고 어수선하여 주춤하고 있으니 신분증을 목에 걸고 있는 사람이 다가와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이니 너무 경계하지 말라며 택시를 안내해 주기에 따라갔다. 공항 주차장으로 우리 일행을 데리고 가 태운다.  1 킬로미터 정도 운전 후 차를 도로변에 세우니 누군가가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다가온다. 요금을 징수하는 직원이라고 한다. 불길한 예감이 섬광처럼 스친다. 나는 다소 짜증 난 목소리로 이 차를 탈 수 없으니 공항으로 우리를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공항으로 되돌아간다.


다른 택시로 바꿔 탔는데 이번에는 SUV 차량이다. 운전사와 다른 동료 한 사람이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호텔로 가는 길이 너무 험악하다. 공항 가는 길이 그 나라 그 도시의 얼굴이라 하는데 칠레가 이처럼 못 사는 나라인가? 다소 놀랬다. 나중에 공항으로 돌아올 때 봤더니 그들은 포장된 고속도로가 아니라 비좁은 지름길로 달렸던 듯하다. 20여분 정도 운전 후 호텔에 다다르니 현금은 받지 않는다면서 카드로 결제를 해 달란다. 현금보다는 카드결제, 그것 "괜찮네" 하고 크레디트 카드를 건네어주었다. 결제가 안된다고 한다. 가지고 있던 데빗카드를 다시 내밀었다. 역시 결제가 안된단다. 하는 수 없어 현금 $25을 지불하고 호텔로 들어갔다. 저녁 늦은 시간에 전화기에 사기경고음이 울려 들여다보니 공항에서 타고 온 택시 일당에게 무려 $5,800 카드사기에 걸려든 것이다. 크레디트 카드는 사전에 결제를 막을 수 있었으나 데빗카드는 계좌에서 이미 현금이 인출되어 버렸다. 미국에서 발급받은 카드와 통장 인지라 미국에 전화하여 카드 사기를 당했다고 보고하니 조사하는 데에 2주가 걸린다 한다. 출발이 불길하다. 그래도 중남미에서 경제 및 치안이 가장 안정적인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똥 밟은 격이 되고 말았다. 미국에서 이용했던 우버(Uber)가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칠레 여행 시에는 우버택시를 이용하면 가격도 저렴하고 나와 같은 카드사기도 방지할 수 있다.




숙소(hotel Casa Aure)가 올드타운에(old town) 위치해 있어 주변 건물에는 갱들 낙서로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호텔 카운터에 이곳 치안을 물어보니 걸어서 돌아다니기엔 안전하단다. 다만 소매치기가 있을 수 있으니 유념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숙소에서 10여분 걸으니 시내 중심가인 Plaza de Armas 광장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넓은 광장 주변에는 300년이 다되어가는 (1748년에 지어진) 대성당, 1807년에 지은 박물관들이 있는데 이태리에서 우아하고 웅장한 대성당들에 감탄했지만 이곳 대성당도 그 규모가 대단하다.



내일은 시티투어를 하면서 시내 전체를 들러 보기로 하고 모래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특정한 곳을 자세히 살펴볼 계획이다. 여행안내센터에 들러 각종 투어 정보를 수집하여 숙소로 돌아왔다.  


오후 5시가 됐는데도 해가 중천에 있어 숙소 근처 공원을 찾았다. Parque Qunita Normal이다. 넓기도 하려니와 100년이 다 돼 보이는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져 있고 굵은 팜트리(palm tree), 커다란 자연역사박물관까지 있어 우리도 서울에 이런 공원 하나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럽다.

 



다음날 아침 Plaza de Armas로 되돌아와 시티투어 버스티켓을 구매했다. 버스는 10개의 정류장에서 멈추는데 구경을 하고 싶은 곳이 있으면 내려서 최대 2시간까지 머무를 수 있다. 내리지 않고 시내를 한 바퀴 도는 데는 한 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우리 일행은 버스 2층 deck에 앉아 시내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대통령 궁과 정부 종합청사.


시티투어 중 첫 번째로 내려 관광을 했던 곳은 정부 종합청사였다.  운이 좋게도 오늘은 사회복지부 장관이 참석하는 시상식이 있는 날로 보인다. 정부 군악대의 우렁찬 밴드가 넓은 잔뒤광장을 행진하니 시상대 근처에는 이를 구경코져 하는 시민, 카메라를 들고 근처를 서성이던 관광객들이 순식간에 수백 명 운집한다. 여성 (장관)분이 차에 내리면서 행사가 시작되는데 연단에는 의사 가운을 입은 몇몇 분이 상장을 받는 것으로 보아 감사장 아니면 공로상이 아닌가 싶다. 우리와 같이 정부 주도의 행사에 학생, 공무원, 직장인들이 동원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Costanera Center


두 번째로 하차하여 관광한곳은 한국 롯데월드를 연상케 하는,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300 미터 높이의 현대식 빌딩이다. 555미터나 되는 롯데월드 빌딩 높이에는 한참이나 못 미치지만 1960년도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 9.5도의 강진이 있었고 2015년 에는 수도 산티아고에서 멀지 않은 이야펠시에 8.4도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지진피해로 흑역사를 쓰고 있는 칠레가 여기에 이처럼 고층빌딩을 지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백화점을 비롯하여 고급상품을 파는 상가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나는 마켓에 들러 물을 한 병 사가지고 나오다 병뚜껑을 열었더니 물이 폭포수처럼 바닥에 쏟아져 쪽팔리고 말았다. 칠레에서는 탄산이 들어있는 펑가스 와 일반 미네랄워터 씽가스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을 그만 잊어먹고 확인을 안 했던 탓이다. 그리고 식당 어데를 가도 물은 공짜가 아니다. 반드시 값을 지불해야 한다.




케이블카로 Cerro San Cristobal 정산에 오르다.


서울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남산타워가 있다면 칠레 산티아고에도 케이블카로 산 정상에 올라가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Cerro San Cristobal 이 있다. 정상에는 12미터 높이의 성모 마리아상이 우뚝 서있는데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 에 세워져 있는 예수그리스토의 조각상을 연상케 한다. 화려한 식당이나 커피샵은 찾아볼 수가 없으며 조그마한 성당과 마리아 조각상 밑에 서너 사람이 기도할 수 있는 비좁은 공간이 전부였다. 중남미 전체 인구의 70%가 캐톨릭 인지라 그들의 신앙생활을 옆 볼 수 있는 곳이 여기가 아닌가 싶다. 예수그리스도 고난의 길을 생각하며 높은 산을 걸어 올라와 이 마리아상 밑에서 기도를 하고 벤치에 앉아 시내를 내려다보며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였을 것이다.


1908년 이후로 개발이나 재정비가 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왔는지 모든 게 옛것 그대로다. 조그마한 커피숍이 있으나 불과 30분 전에 들렀던 화려하고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는 Costanera Center를 생각하면 다른 세상에 와있는 기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지만 재투자 없이 옛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자 하는 그들이다.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숙소 근처에 있는 맛집을 찾았다. Peluqueria Francesa라는 식당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팔순을 넘긴듯한 분이 정장 차림을 하고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안내해줄곳이 있다면서 이층으로 올라간다.  커다란 다이닝 식탁이(dining table) 놓여 있다. 바로 이 식탁에서 역대 칠레 대통령들이 모두 식사를 하고 갔다 한다.


코너에 있는 나무상자를 꺼내 보이더니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맞히면 선물로 주겠다고 한다. 골동품인양 세월의 나이가 많아 보이는 박스다. 나는 여자 화장대라 했고  다른 우리 일행은 보석상자라고 했더니 주인장은 살며시 웃으며 상자를 연다. 120년 된 축음기다. 지금도 작동이 된단다. 옆방으로 옮겨가니 거기에는 100년이 넘은 전기스토브 와 전기세탁기가 있었다. 그다음에는 주방이 있는데 옛날에 살림하고 살았던 주방기기 일체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마치 100년 전 어느 가정집을 방문하고 있는 듯하다. 뜻하지 않게 좋은 기회를 맞이한 이런 경우를 횡재했다고 해야겠지?  지은 지 150년이 된 저택에는 화장실이 이층에 3개 아래층에 2개가 있는데 이층에 있는 3개의 화장실은 여자용, 남자용, 어린이용으로 구분, 사용되었다 한다. 다시금 일층으로 내려오니 식당옆에 웬 이발소가 있다.  지금도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데 100년 이상 이 자리에서 영업을 해오고 있다 한다.  손님용 의자, 이발기기들이 옛것 그대로다.


투어가 끝나자 주인장께서는 우리에게 굳이 이곳에서 식사를 안 해도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음식맛도 궁금할 수밖에. 식사 주문을 끝내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를 안내했던 주인장은 일상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식당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계신다.  그 옛날 2층 가정집이었는데 식당으로 개조하여 손님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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