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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내열 Feb 07. 2024

칠레의 나이애가라 폭포 (제 5화)

칠레 파타고니아를 가다

칠레에 들어온지도 벌써 일주일이 됐다. 칠레의 나이애가라 폭포라 부르는 살토스 라하 폭포 (Saltos del Laja Fall)을 찾아가기 위해 아타카마에 있는 칼라마 공항으로 나와 컨셉션(Conception) 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시간은 2시간 30분인데 항공료는 한화 65,000원이다. 그런데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항공사 직원들이 기내로 끌고 가는 가방에 대해 돈을 내야 한다면서 2만 5천 원씩을 징수한다. 칠레에서는 핸드백을 제외한 모든 수화물(baggage)에 대해 평균 U$20-30씩을 징수한다. 비행기 값이 싸다 했는데 웬걸? 컨셉션 공항에서는 우버택시를 불렀더니 2-3분 내에 나타나고 가격도 참으로 저렴하다,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대도시답게 고층건물도 있고 산티아고에서 보았던 공원들도 눈에 뜨인다. 아타카마의 토담집 생활을 끝내고 다시금 문화생활을 즐기니 여러모로 편리하고 익숙하다.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오후를 즐기고 있으나 동양인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러나 거리나 빌딩에 낙서가 없어 두려움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소지하고 있는 미국 달러를 페소로 바꾸기 위해 호텔을 나오면서 근처 환전소를 물었더니 서너 블락 가면 있다 한다. 내비게이션을 앞세워 찾았더니 고층빌딩 지하에 환전소들이 있다. 환율이 매우 좋다. 산티아고 공항에서 1천 불을 바꿀 때는 달러당 766페소였는데 여기서는 865페소다. 무려 13% 차이다. 왠지 돈을 벌었다는 생각에 맛있는 저녁을 사 먹자고 일행에게 제의하여 찾아간 곳이 숙소 주변에 있는 맛집 Fina Estana 칠레 스타일 식당이었다. 손님들 옷차림을 스캔해보니 길거리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아니고 동네 젊잖은 단골들처럼 보였다. 잘 찾아왔다 싶었는데 음식 역시 별미다. 닭고기, 문어, 쇠고기가 칠레에 와서 먹어본 음식 중에서 단연 일등이다.  일행 모두가 행복해한다.




Saltos del Laja Fall


숙소에서 우버를 타고 공용버스터미널로 나왔다. 버스표를 사서 한 시간가량 타고 오니 버스 기사분이 목적지에 당도했으니 내리라고 알려준다.  아침 10시인데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없고 어느 한적한 시골처럼 보인다. 유명한 관광지라면 지금 이 시간에 사람들이 북적거려야 할터인데 이게 무슨 일이람?  도로변 주변에는 관광상품을 파는 허름한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있다.  폭포를 보러 왔다고 하니 가는 길을 인도해 준다.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크지도 웅장 하지도 않아 실망했다.  미국에 있는 나이애가라 폭포와 브라질에 있는 이과수 폭포를 보았기 때문일까?  


사진 몇 컷을 찍고 나오는 길에 폭포수 위를 보고 싶었는데 어느 관광객이 폭포수위로 올라가는 길을 가르쳐준다. 와우! 여기에 오르지 않고 갔더라면 얼마나 후회를 했을까 싶을 정도로 폭포수의 장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언제 폭포수가 가장 아름다운 장관을 이루냐고 물었더니 2-3월이라고 한다. 폭포수의 길이가 40미터에 이른다.




폭포수 구경이 싱겁게 끝났다. 나이애가라 폭포나 브라질에 있는 이과수 폭포 관광은 먼발치에서 보기도 하고 배를 타고 폭포 밑에까지 접근하는 코스들이 있어 대여섯 시간 아니 하루가 걸리는데 여기는 두세 시간이면 족하다. 그런데 컨셉션으로 돌아가는 버스 편을 오후 4시로 티켓팅 하였기에 세 시간이나 남았다. 오는대로 버스를 잡아타고 왜 버스표 시간을 무시하고 탔느냐고 물으면 자초지종을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버스에 올랐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버스 안내원이 잘못 탔다면서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라 한다. 전화 통역기를 켜 들고 설명을 하려고 한참이나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버스는 벌써 10여분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봐 줄 터이니 그냥 타고 가라 한다. 그 옛날이 떠오른다. 친구들과 배낭을 메고 여행 가면서 한 구간짜리 기본요금 차표만 사들고 버스를 잡아타고서는 안내양과 실랑이를 멀이다 용케 목적지까지 갔었던 일이 있었다. 그때는 모험심에서 아니 철부지였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오늘은 내가 생각해 봐도 구질구질하다.    




컨셉션 시내로 돌아와 이번에는 바이오와 아트로 (bio and art) 유명하다는 컨셉션 대학을 찾았다. 대학 정문에 학생들이 운집해 있어 호기심에 가보았더니 사진을 찍느라 야단법석이다. 이 스팟(spot) 에서는 졸업생들만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사진 속에 주인공들은 언젠가는 캠퍼스 잔뒤밭에 누워 낭만을 즐겼을 터이고 때로는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도서실에 앉아 날밤도 셌을 것이다. 이제는 사회로 나와 그들의 꿈과 욕망을 위해 힘찬 첫발을 내딛는 그들 이기에 졸업을 축하하고 앞날을 축복해 주고만 싶다. 캠퍼스 전망대에 올라보고 싶었으나 늦은 시간 인지라 문이 굳게 닫혀있어 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미술관에는 고전과 현대 응용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 빌딩 입구에는 멕시코 출신 벽화 예술가 Jorge의 대형작품 "La Presencia de America Latina"가 커다란 빌딩 실내 벽면 전체의 크기로 화려한 색깔로 그려져 있다. 1960년도에 9.5의 대지진으로 대학이 큰 피해를 입자 멕시코 정부가 재건에 도움을 줬다. 이때 중남미를 단합하는 의미에서 작가 Jorge가 중남미의 변혁사, 민족, 농산물, 심지어는 안데스 산맥까지 담은 그림을 그려 이 대학에 제공했단다. 나는 벽화 앞에서 화가가 담고자 했던 내용들을 읽느라 한참을 서 있었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Grupo Montparnasse 100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20세기초 1920년에 불란서 파리 Montparnasse Quarter에서 피카소를 포함한 예술인들의 모임을 시작하였는데 1923년도에 칠레에서도 같은 모임을 시작했던 것이다 벌써 10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를 기념키 위해 특별 전시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고전 작품들은 주로 초상화였는데 100년이 됐는데도 너무 셈세하고, 정교하고, 화려하여 최근에 찍은 컬러사진처럼 보인다. 100-150년 전에 초상화라고 그린 우리 작품들은 실존 인물이라고 느끼기에는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현대 작품들은 중남미 특유의 원색으로 화려하게 그렸으며 여인의 얼굴, 짐승, 과일 등으로 어우러진 추상적인 그림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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