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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Aug 07. 2022

교사들끼리는 갈등이 없나요?

학교의 교사는 원래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기 위해 뽑힌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런 교사들도 학교라는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직장 동료가 되고 같은 일을 함께 하는 협력자가 된다. 



그럼 이런 교사들끼리는 학교에서 갈등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교사들도 각자가 생각하는 관점, 경험해왔던 과거가 서로 다르다. 또 큰 관점에서는 학교라는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각자가 속한 부서, 맡은 행정업무, 가르치는 교과, 담당하고 있는 학급도 서로 다르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 생겨난 하나의 일을 가지고도 자신의 포지션과 사고방식에 따라 수많은 견들이 나올 수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갈등이 생겨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 학교에서 생겨나는 이런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부터는 교사들끼리 생겨나는 갈등유형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자.


교사의 직급은 크게 교장-교감-교사로 구분된다. 그런데 학교의 교장 교감은 관리자로서 학교에 1명씩만 있을 뿐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 같은 직급의 교사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부장교사도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부장교사는 직급이 아니라 보직이다. 즉 학교의 담임처럼 업무의 책임자를 두기 위해 만들어진 직책이지 직급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한번 부장을 맡은 교사라도 다음 해는 부장을 안 맡거나 다시 그냥 담임을 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핵심은 일반 교사들끼리는 직급의 차이가 없다는 데 있다. 즉 교사들끼리 관계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 관계이기 때문에 행정업무나 교과 업무를 함께 맡았을 경우 , 이에 대해서는 누군가 최종 책임이나 결정을 지기보다는 서로 의견을 내고 이를 조율하여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여기서 이런 조율이나 타협이 원만치 않은 경우다. 즉 서로 간의 주장이 강경하여 평행선을 달릴 경우 이를 해결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갈등은 의외로 같은 교과교사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시험문제, 평가방식, 수업방식 등에서 각자의 의견만 제시하다 큰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를 몇 번 봤다. 나 같은 경우도 예전 한 교과에서 수행평가 채점을 놓고 동 교과 선생님과 갈등을 겪은 적이 있었다. 동 교과 선생님들은 학교의 주 업무인 수업과 평가를 놓고 누구보다 수시로 자주 만나고 협의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끼리 갈등이 생기고 해결이 잘 안 된다는 것은 학교 업무에 상당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줄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부서나 서로 간의 행정업무 구분이 불분명할 때도 갈등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문제 학생 지도를 놓고 학생생활안전부와 학년부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학생생활안전부는 학생들의 생활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지도하는 부서다. 학년부는 해당 학년의 담임과 부장으로 구성되며 해당 학년 학생들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부서다. 관건은 학생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이 학생을 누가 지도하고 어떻게 지도하냐는 것이다. 두 부서 다 학생을 생활 지도해야 하는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교육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하더라도 학생에 대한 사실 확인은 누가 받을 것이며 학부모에게 상황 설명과 생활교육위원회 안내는 누가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생활교육위원회에서 징계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학생의 징계 이행에 대한 관리는 또 누가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이런 세부적인 항목들에 대해서 학기 초에 결정이 안되거나 제대로 협의가 안 될 경우 이 문제는 계속해서 서로에게 미루기가 됨으로써 각 부서 선생님들을 피곤하고 신경 쓰이게 만들 수 있다. 부서 간 학기 초에 제대로 된 협의가 필요한 이유다.


또 다른 문제로 학교에서 새로운 업무를 추진할 때 해당 업무를 추진하는 교사들과 그 업무와 맞물린 타교사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어느 부서든 해가 바뀌면 교육청 공문에 따라 없던 일이 추가되고 변화를 추구할 때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새롭게 추가된 일을 다른 교사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교사의 업무는 굉장히 다양하고 할 것이 많다. 이런 교사들에게 새롭게 추가되는 업무는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거부감이 생기고 부담을 주게 된다. 실제 나 같은 경우도 예전 학교폭력업무를 맡았을 때 학급별 반장 부반장을 중심으로 학교폭력예방운동을 새롭게 추진한 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 일이 담임의 협조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나중에 학교생활기록부 작성도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보니 담임들에게는 시작부터 부담이 되었다. 결국 담임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이 운동은 취소되고 말았는데 그 과정에서 나도 반대하는 타 교사들과 사이가 나빠지게 되었고 많은 후유증이 남았다. 개인적으로 실수한 부분도 있었다. 사전에 미리 이 일에 대해 타교사들의 반응을 살피고, 여러 선배 교사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도 필요했는데 우리 부서 사람들끼리만 일을 추진하면서 다소 성급한 측면도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학교에는 선생님들끼리 다양한 갈등 유형이 생길 수 있다. 관리자의 지시가 비합리적이다고 판단될 경우 관리자-다수 교사끼리도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같은 부서 사람들끼리도 서로 힘든 일은 맡지 않으려 하거나 누군가는 비적극적이거나 비협조적이라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사들끼리의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적으로는 앞서 말했듯이 부서 간 업무가 맞물린 일은 각 부서 사람들끼리 서로 간의 사소한 업무라도 분명한 역할 구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큰 틀에서는 서로 간 협의가 이루어졌더라도 실제 본격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고 세부적으로 다시 협의해야 될 일들이 생기게 된다. 이럴 때 뒤늦게 다시 협의를 진행하는 것보다 애초에 세부적으로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나은 것이다.


두 번째는 소통이다. 특히 교사 간 갈등은 서로 간 소통이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서로 간 소통이 부족하면 서로를 안 좋은 쪽으로 해석하게 되어, 상대를 불신하고 오해하게 된다. 또 그런 과정에서 그 사람과 관련도 없는 거짓 정보나 없던 소문도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 내 경험적으로는 학기말이 되어 다른 부서 사람과 같이 이야기를 해보니 무수한 거짓 정보가 많이 나오고, 이를 사실로 믿는 분들이 또 많이 있어서 놀란적이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업무가 맞물릴 경우 되도록 서로 자주 만나야 하고 사적으로도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 소통할 때 특히 중요한 것은 상대의 주장을 경청하고 이를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이 아무리 합리적이더라도 타인 입장에서는 본인 주장이 더 합리적이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서로 근무하는 환경이나 자리하고 있는 위치에 따라 보는 시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의 관점도 어필이 필요하지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상대의 관점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업무 협의가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다. 동 교과 선생님들끼리 이런 자세가 특히 요구된다.


세 번째로 새 업무를 추진하거나 새로운 제안을 할 때는 되도록 사전에 언질을 주고 많은 사람들과 미리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전 나의 사례에서 봤듯이 우리 부서에서만 새로운 업무를 계획하고 다른 부서에게는 아무 소식도 알리지 않다가 갑자기 그 업무를 추진했을 때 타 선생님들은 강경한 거부 반응부터 보였다. 참고로 우리의 뇌는 새로운 일을 싫어하는 습성이 있어서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본능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그 일을 되짚어볼수록 전두엽이 기능을 발휘하여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조정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우리 뇌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새로운 업무에 대해서는 언질을 주어 미리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든 다음,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편이 나았던 것이다. 또 업무란 것이 한 사람이 그 일을 도맡았을 경우에는 그 사람만의 책임이 되지만 여러 사람이 업무를 공감하고 도와줄 경우에는 여러 사람의 책임이 되기도 한다. 학교에는 그런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분들로 교장 교감 선생님이 있다. 본인이 어려움이나 해결이 잘 안 되는 일을 겪을 경우 관리자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꺼내고 같이 고민하고 도움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학교 일은 같은 입장에서 서로 고민해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해결하기가 수월해진다. 또한 학교에는 같은 교사가 어려움에 처할 경우 이를 도와주고자 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종합하면 자신이 힘들고 어려운 업무를 맡았을 경우에는 혼자 책임지려는 자세보다, 이를 오픈하여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공유하고 같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네 번째로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는 성실히 완수하려는 자세다. 세상의 어느 사람이든 자기가 맡은 일을 중간에 그만두거나 줄행랑을 치는 사람을 두고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는 잘 없다. 간혹 학교에서는 업무를 하다가 중간에 갑자기 쉬거나 불성실하게 업무를 놓아버리는 사람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고스란히 같은 교과 같은 부서에 있는 사람들의 몫이 되고 피해를 끼치게 된다. 조직 사회에서 이는 타인에게 가장 안 좋은 평판을 받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사람은 성실하고 노력하는 사람부터 먼저 도와주고 인정해주는 법이다. 본인이 조직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그만큼 본인 일에 대해서는 서툴더라도 노력하는 자세부터 보여 줌이 필요하다.        

교사들끼리 일수록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교사들끼리의 관계는 대체로 수평적이다. 내 개인적으로도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싫어서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듯이 수평적이다고 해서 지켜야 될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선 사례들에서 봤듯이 수평적인 관계가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서로 지켜야 될 매너가 많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한 것이다.


학교의 교사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을 주 업무로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학교의 일이란 게 교사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교사가 공문서 하나를 작성할 때도 여러 사람의 협조와 교장-교감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시험 문제 하나를 출제할 때도 동 교과 선생님들 간 검토와 협의과정은 필요하다. 이런 조직 내에서 다른 교사와의 갈등이란 결국 본인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교사가 배워야 할 것이 단순히 수업 지식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30년 원만한 직장 생활을 위해서는 동료 교사와 협력하고 동료 교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도 반드시 배워야 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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