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중심부, 한 경제 일간지의 편집국은 언제나처럼 잉크 냄새와, 눅눅한 종이 냄새, 그리고 식어빠진 믹스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그곳의 가장 지저분한 책상 하나가 최기환 기자의 자리였다.
15년 차 베테랑 기자인 그의 책상 위에는 미결 서류 더미와, 수십 권의 낡은 취재 수첩, 그리고 말라비틀어진 난초 화분이 그의 냉소적인 성격을 대변하듯 놓여 있었다. 그는 기업들이 돈으로 뿌려대는 화려한 보도자료와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인 제목만 뽑아내는 온라인 기사들의 홍수 속에서, 진짜 '기사거리'의 냄새를 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진실에 대한 사명감보다는, 거짓의 냄새를 맡고 그 위선을 물어뜯는 것을 즐기는 하이에나에 가까운 남자였다.
그의 일과는 언제나처럼 수십 개의 군소 온라인 매체와 업계 커뮤니티를 훑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대기업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날것의 정보들을 찾았다. 그러던 중, '테크 인사이트'에 올라온 김민준의 인터뷰 기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흔한 청년 성공 신화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사를 읽어 내려갈수록, 그의 15년짜리 '위선 감지기'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위화감은 매체 그 자체였다. '테크 인사이트'. 업계에서는 기업의 돈을 받고 미사여구로 가득 찬 홍보성 기사를 써주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거물급 인물이 단독 인터뷰를 하기에는 격이 맞지 않았다.
두 번째는 기술이었다. '시냅스 알고리즘'.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가짜처럼 들리는 이름이었다. 최기환은 지난 10년간 '유비쿼터스',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술들을 말하며 흥했다 사라져간 자칭 전문가들을 지켜봐 왔다. '시냅스 알고리즘'은 그 모든 것들의 냄새를 교묘하게 섞어놓은, 인공 조미료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의심은 김민준의 '배경'이었다. 최기환이 아는 여의도와 강남의 VC들은 그들만의 확고한 계보가 있었다. 아이비리그 MBA, 맥킨지나 BCG 같은 컨설팅 펌 경력, 혹은 다른 유명 투자사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이력. 그것이 그들의 세계를 지탱하는 '신분'이었다. 그러나 김민준의 이력서에는 '시장에서 독학했다'는 안개 같은 문장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마치 세계적인 외과의사가 "유튜브를 보고 수술을 배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공허한 소리였다.
마지막으로 사진. 강남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고뇌하는 듯한 그의 사진은 너무나 완벽하게 연출되어 있었다. 최기환이 아는 진짜 '꾼'들은 저렇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놈, 스티브 잡스거나, 아니면 희대의 사기꾼이거나. 어느 쪽이든 기사는 되겠네." 그는 혼잣말을 하며,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언론사가 구독하는 기업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민준의 회사, ‘'페르소나 캐피탈'을 검색했다. 법인 등기부등본은 불과 몇 달 전에 등록되어 있었다.
그는 검색 범위를 넓혀,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졌다. '불개미 군단'이라는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김민준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훑었다. 대부분은 찬사 일색이었다. 바로 그때,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박성철: 허허, 이 친구 저희 회사에 있을 땐 참 조용한 친구였는데, 퇴사하고 이렇게 크게 성공할 줄은 몰랐네요. 세상일 참 모릅니다.
최기환은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찾았다. 김민준의 신화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과거의 좌표. 그의 안개 같던 이력서에 처음으로 찍힌 명확한 점이었다. 안개 속에 숨겨진 길을 찾아낼 실마리. 그는 즉시 박성철 계정의 프로필로 들어가 그의 메일 주소를 알아냈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기자였다. 그가 한 글자씩 정성스레 써내려간 메일의 내용은 사냥감을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럽고 정중했다.
'안녕하십니까, 박성철 팀장님. 저는 한국경제일보의 최기환 기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페르소나 캐피탈의 김민준 대표님에 대해 취재 중인데, 팀장님께서 예전에 같이 근무하셨다는 글을 봤습니다. 혹시 몇 가지만 여쭤보고자 합니다.
'...팀장님께서 보시기에, 김민준 대표는… 어떤 후배였습니까?'
[1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