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흔적

by 소소한 특별함

몇 해전 1박 2일 과정으로 미술심리치료에 참여했었다.

그림을 완성하고 발표하는 아주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나는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입을 떼지 못하는 나를 안타깝게 생각했던 선생님은 1인극으로 말문이 트이기를 유도하셨다.

엄마와 언니랑 닮은 사람을 각각 세워두고 각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었지만 입을 꾹 다문채 울기만 하였다. 언제나처럼 나는 울음조차 밖으로 소리 내지 못하고 안으로 삼키고 있었다.

KakaoTalk_20260110_232039189.jpg

오늘은 책과 강연에서 진행하는 26기 백일백장 2차 합평회가 있던 날이었다.

1차 때 낯선 공간, 낯선 사람에 대해 긴장했던 마음은 편안함으로 바뀌었고, 함께 나누었던 따스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 참여했다. 함께 참여하는 작가님들의 미소로 마음이 녹듯 너무도 반가웠다.

1차 때 나의 글은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했다고 한다면 2차인 오늘은 감정을 빼고 담백하게 그려내었다.

글의 솜씨를 뽐내는 자리가 아니었으므로, 감정을 뺄 줄 알고 담백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오늘의 나에게 크게 만족하였다.


2025. 11. 10. 시작된 100일 글쓰기 중 62일 차를 맞았으며, 26기 공식적인 합평회는 오늘도 종료되었다.

책과 강연을 나서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들은 못내 아쉬워 커피숖으로 향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조용한 커피숖을 찾는다는 것은 언제나 무리가 있다. 그러나 딱 맞는 장소를 안내받아 조용한 가운데 글쓰기의 힘에 대하여, 글이 어떻게 위로가 되는지에 대하여, 글을 왜 쓰려하는지에 대하여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어지던 대화 속 내 이름이 불리는 순간 난 와락 무너졌다.


"00야"


뒷 말이 들리기도 전에 불려지는 이름에게 이미 위로는 끝났다.

50대 중반이 되어 누군가에게서 들려지는 내 이름은 낯설었지만 너무도 다정했다. 그건 아빠이기도 엄마이기도 했다.


"에고... 애썼네"

"참 잘 살았어"

"어쩜 너무도 대견하네"

"혼자서 힘들었지?"

"참 외로웠겠다"

"미안해..."

"사랑해~"


내 이름이 불려지며 이어지는 단어 하나하나에 나는 참을 수 없는 울음을 쏟아내었다.

울음조차도 안으로 삼키며 지내던 나는 처음으로 소리 내어 흐느꼈다.

토닥토닥 어깨에서 느껴지는 손길이 너무도 따뜻했고, 위로의 말들은 나를 주체할 수 없게 하였다.

여자는 울면서도 거울을 본다고 하지만 함께 에너지를 모아 나에게 쏟아내고 계신 선배작가님들 앞에서 흘리는 눈물이 창피하지 않았다.

나는 그때 알았다. 위로가 너무도 간절했다는 것을.


오늘처럼 어깨를 쓰담쓰담하며 내 이름이 불리며 받는 위로는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 것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다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눈물을 흘린다.

그때 내 눈물을 닦아준 흔적들이 집 안 책상으로 옮겨와 다시 내 눈물을 닦아준다.


오늘 쏟아낸 눈물은 나를 한 단계 더 성숙하게 할 것이 분명하기에 오늘을 멋진 날로 기억하며 마무리한다.

가장 좋아하는 향이라며 가방 속에서 꺼내어 기꺼이 선물로 주신 아로마 로즈향으로 리츄얼 해본다.

KakaoTalk_20260110_232039189_01.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주저앉는 대신 펜을 들었습니다. 강연을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