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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짓다, 3] 크림 카스텔라

by 검은개 Mar 18. 2025

경주엔 크림 카스텔라가 능처럼 두 개 있었다. 첨성대를 돌로 쌓던 첫날에도 크림 카스텔라는 연초록빛 발하며 보드랍게 있었다. 경주를 찾은 그가 크림 카스텔라를 손끝으로 살포시 만지더니, 깜짝! 놀라며 이렇게 촉촉하고 보드라울 수가! 감탄을 아끼지 않았고, 이렇게 촉촉한 크림 카스텔라가, 그것도 두 개나, 두 손으로 만질 수 있다는 것에 엄지와 검지는 바삐 움직였다. 크림 카스텔라의 정중앙에는 우유 크림이 들어 있었는데, 청정지역에서 울타리 없이 자란 젖소의 젖으로 만든 순수 크림이었다. 검지로 푹 찍어 입술로 가져가면 순수함과 촉촉함에 말을 잃어 몸으로 황홀함을 말했고, 저 깊은 곳의 크림 찾아 손가락을 넣을 때마다 크림 카스텔라는 태초의 모습을 찾아갔다. 크림 카스텔라 두 개 사이엔 두 사람만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좁은 길이 나 있었는데, 그는 크림 카스텔라를 한입 물고 대자로 길 위에 누웠다. 그러고는 선잠에 빠졌는데, 그가 입술을 오물거리며 뭐라고 뭐라고 말하고, 촉촉하고 보드라운 크림 카스텔라를 잠결에 매만지며 윤을 내고, 크림 카스텔라의 크림이 묻은 입술을 혀로 보드랍게 핥고 있었다. 경주엔 어여쁜 의성 김씨가 살고 있었고, 크림 사르르 녹듯 사뿐히, 두둥실 구름 밟듯 춤추는 꿈을 꾸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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