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완벽하게 동그랗지 않은 지구본을 두 개 가졌어. 남들보다 유독 봉긋한 쌍둥이 언덕에 하나씩 지구본을 놓았지. 지구본엔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을까? 세계지도를 보기 위해 만든 지구본이 아니라, 손으로 살살 매만지며 달래며 입술을 대며 빨며 생의 감각을 깨우기 위한 지구본이었어. 그래도 지구본은 지구본이라고, 가까이 다가가 물끄러미 응시하면 물줄기가 보이고 섬이 보이고 대륙이 보였지. 우리가 살 수 있는 건 열 평 남짓한 두 시간 반짜리 방이었으니. 넓지는 않더라도 ‘듀크 조단’의 음악에 맞춰 춤추고 빛이 무거워지면 의자에 앉아 황홀한 시를 부를 수 있는 섬을 지구본에서 찾아다녔지. 격렬하게 밀착하다가 천천히 밀착하다가 순간 멈추었다가, 생의 감각을 유지하는 손길을 따라 헤맸어. 지구본이 두 개이니, 이쪽 지구본에서 찾지 못하면 저쪽 지구본에서 찾자며 까르르 웃었고. 겹쳐진 체온이 뿌연 습기 되어 망막을 가릴 때, 높은 음표의 찌릿한 피아노 선율이 여백을 두다가 서로를 쫓듯 빨라지면, 우린 절정을 향해 달렸고. 낮술처럼 얇은 낮잠에 빠져 두 시간 반짜리 방에서 빠져나오지. 그녀가 말했어. 꿈을 꾼 것 같아. 낮 꿈을 꾸면, 항상 옆에 네가 누워 지구본을 돌리고 있어. 어딘가를 검지로 가리키면, 그녀의 지구본이 환하게 웃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