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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많아 슬프고
모르는 체할 수 없어 아팠다
낮이었고 술집이었는데
술병이 반쯤 비어 있었다
서로의 얼굴을 한참 응시했으나
물끄러미 보았으나
좀처럼 선명해지지 않았다
낮에 술을 마신다는 것에 소리 없이
번갈아 웃었고
접시 위
갓 잡은 살점에 사그라든 혈관이 선명하고
몇 개의 반찬이 정갈했다
어디서 배운 걸까,
죽음 앞에
눈빛으로 인사해야 한다는 걸
두 손을 가지런히 포개야 한다는 걸
속으로 울면서 보내는 법을
가벼운 말은 실로 가볍지 않고
몰려드는 손님에
추가한 음식은 오래도록 나오지 않아
설마 잊어버리신 건 아닌지 물었다
소리 없이 웃으며
죄송하다는 말과 손에 들린 음료수
받으며 괜찮다는 이와
잊지만은 말라는 이가
서로를 모르는 체할 수 없어
낮달 아래
그림자를 포개고
소리 없이 번갈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