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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짓다, 1] 낮술

by 검은개 Mar 07. 2025

아는 것이 많아 슬프고

모르는 체할 수 없어 아팠다

    

낮이었고 술집이었는데

술병이 반쯤 비어 있었다  

    

서로의 얼굴을 한참 응시했으나

물끄러미 보았으나

좀처럼 선명해지지 않았다  


낮에 술을 마신다는 것에 소리 없이

번갈아 웃었고

   

접시 위

갓 잡은 살점에 사그라든 혈관이 선명하고

몇 개의 반찬이 정갈했다    

 

어디서 배운 걸까,    


죽음 앞에

눈빛으로 인사해야 한다는 걸

두 손을 가지런히 포개야 한다는 걸

속으로 울면서 보내는 법을  

    

가벼운 말은 실로 가볍지 않고     


몰려드는 손님에  

추가한 음식은 오래도록 나오지 않아

설마 잊어버리신 건 아닌지 물었다

    

소리 없이 웃으며

죄송하다는 말과 손에 들린 음료수   

  

받으며 괜찮다는 이와

잊지만은 말라는 이가   

  

서로를 모르는 체할 수 없어

낮달 아래

그림자를 포개고  


소리 없이 번갈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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