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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노랑 Aug 13. 2021

레스토랑에서 고객이란

블랙과 화이트 사이에서 색을 잃지 않기

레스토랑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고객님들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흑과 백처럼 무척이나 선명한 고객님들의 태도가 어쩔 때는 웃으며 퇴근을 하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맥주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일들도 많이 생깁니다. 거기다 손님들과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많은 신입 직원들이 힘들어하기 때문에 퇴사 이유에 많이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특히나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변화가 생긴 요즘은 방역수칙 때문에 손님들과 입씨름을 펼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제게는 이 매장에 있으면서 저를 알아보시는 단골손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중에서는 크게 컴플레인을 거셨던 분들도 계시고 처음부터 친절하셨던 분들도 왕왕 계십니다. 제가 잘났다는 이야기가 아닌 그저 한 에피소드로 오늘은 매장에 방문하시는 고객님들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ep 1. 방역수칙

코로나 19로 많은 분들이 어느 정도의 고통을 감수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마스크도 그중 하나에 포함이 됩니다. 많은 가게들과 마찬가지로 저희도 음식점이기 때문에 집합 금지에 대한 방역수칙을 꼭 지키려고 합니다. 단순한 오해로 인해 신고가 들어갔던 적도 있어 늘 예의 주시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초반에는 마스크 신고로 인해 진땀을 뺐던 적도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신고를 안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방역수칙을 어긴 분들의 벌금은 세지 않지만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엄청 큰 금액이기 때문에 저희는 무조건 방역수칙을 지키는 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식당에서 같은 일행들끼리 나눠 앉는 것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당연하게 들어오셔서 나눠 앉겠다고 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저희는 나눠 앉는 것 역시 안되기 때문에 입점 자체를 막고 있지만 많은 고객님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매장만 한다는 둥, 나눠 앉는 게 안된다는 말을 기사에서 본 적이 없다는 둥, 이번만 해주시면 안 되는 얘기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나눠 앉는 것을 허용하는 다른 가게들을 욕하는 게 아닌 그저 저희 매장은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기에 그것에 따라서 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6시 이후 동거가족은 인원수에 제한이 없다는 것 역시도 같이 산다는 증명서인 등본을 서류로 지참하셔야만이 입점이 가능한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매번 설명해드리고 있습니다.


ep 2. 배달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가게에서 배달을 시행하고 있을 겁니다. 저희는 매장 컴플레인보다는 배달 컴플레인이 더 있는 편입니다. 엄청 많지는 않지만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아무래도 비대면이다 보니 식사 누락이나 퀄리티에 더 신경을 써서 배달을 해드림에도 악의적인 컴플레인이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음식을 담는 용기가 변경이 되었기 때문에 먹고 싶지 않기 때문에 취소를 해달라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용기는 더 효율적으로 식사를 담아서 드리기 위해 변경한 것이기 때문에 따로 배달 사이트에 공지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이유로 취소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아서 취소를 해달라는 경우도 어렵습니다. 만약 매장에서 식사를 제대로 조리하고 원칙대로 배달을 해서 드렸다는 가정 하에 입맛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취소를 해드리기는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악의적인 컴플레인은 한 분 해드리면 어느새 소문이 나서 너도 나도 해달라고 전화가 오기 때문에 가능한 선에서만 응대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ep 3. 단골손님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저희 매장을 찾아주시는 많은 고마운 단골손님들이 계십니다. 그중에서는 저와 간단한 사적인 얘기까지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이가 학원은 잘 다니고 있는지 편찮으셨던 부분은 괜찮은지 묻는 경우도 있는데 고맙게도 다들 잘 얘기해주시기도 합니다. 단골손님이 중요한 것이 이 매장에 와서 누군가 나를 알아봐 주는 것만 해도 무언가 기분이 좋게 느껴지기 때문에 더 자주 오시게 되는 지름길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고객님들의 성향에 따라 단골손님이지만 모른 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적 친밀감만 형성된 경우도 정말 많지만 그래도 그분들이 늘 찾는 메뉴에 음료라도 서비스를 드리려고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는 박카스나 사탕 같은 것을 주시는 경우도 정말 많으신데 그럴 땐 제가 여기서 일하는 게 무척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가족분들 모두 데려오셔서 저에게 소개를 시켜주신 적도 있고 다른 할인 혜택을 드리기 위해 다른 가족들에게 고객님을 통해 메모를 전해드려서 도와드리기도 합니다.


자세하게 에피소드를 쓸 수 없는 것은 같은 일이라도 응대는 늘 다르며 처리하는 방법도 다르고 무엇보다 블랙이라고 그 고객님들이 무조건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기에 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물론 화도 나고 눈물이 나오는 날도 생기고 잘못된 응대로 크게 페널티를 받게 된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들이 모두 저를 다지기 위한 경험들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경험들을 이번뿐 아니라 다음 에피소드에도 쓸 정도로 매일 매일 쌓이고 있기에 더 구체적인 응대에 대한 부분은 다음 글에 발행할 예정입니다. 우선은 블랙과 화이트 속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색을 빛내고 싶다면 무조건적인 비난과 분노보다는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경험과 멘털을 다지고 긍정적인 일들을 생각하며 일상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이 감정 노동자의 필수적인 행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메여있다보면 회의감과 함께 무기력과 번아웃이 찾아오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고 더 좋은 일들을 생각하는 게 스스로를 아껴주는 행동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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