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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Jan 12. 2023

나눔을 주고받는 따스함이 너를 키운다.

육아 동지가 있어서 감사한 날.


아가야, 너를 키운 건 엄마와 아빠만 있는 게 아니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고모와 삼촌처럼 친척만 있는 것도 아니야. 사실은 네가 자라는 동안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과 환경들이 너를 함께 키웠단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어. 너를 키우기 위해서도 온 마을이 필요했어.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을 만날 때마다 낯설어하고 긴장하던 너도 어느덧 어울리는 법도 알고 차례를 기다리는 법도 알게 되었지. 계속해서 엄마와 둘이서만 시간을 보냈다면 너도 엄마도 참 길고도 외로운 시간이었을 거야.


엄마가 본 드라마에서는 아까 말한 아프리카 속담을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 있다고 바꿔 말하기도 했어. 엄마는 그 대사가 마음에 콕 들어왔단다. 너를 자주 느낀 감정 중 하나가 외로움이었는데, 온 마을에 너와 나만 있는 느낌이 들 때면 정말 외로웠어. 세상이 모두 우리에게 무심한 것 같고, 너를 키우는 일을 혼자서만 감당해야 한다는 게 버겁게 느껴졌단다. 미안하게도 바쁜 아빠, 어린 너, 단절된 관계 등이 엄마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어. 이러다가 너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 같았지. 누구나 다 하는 육아가 왜 나에게는 이렇게나 힘들고 버겁고 어려울까 생각도 참 많이 했었어. 드라마 대사의 원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너에게도 엄마에게도 사람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느꼈단다.


이웃께서 나눠주신 장난감과 책


온라인으로도 모임을 찾기도 하고, 오프라인에서도 함께 육아 이야기도 나누고 공동 육아를 할 수 있는 동지들을 찾기 시작했어. 감사하게도 세상에는 좋은 인연이 참 많더라. 특히 미국에 오고 나서 만나게 된 인연들은 모두 너와 엄마를 많이 도와주셨단다. 책도 장난감도 옷도 육아 정보도 기꺼이 나눠주셨어. 낯선 타국에 왔어도 오히려 익숙하게 육아를 이어갈 수 있었던 힘도 좋은 이웃들 덕분이었단다. 너도 이모들이나 언니 오빠 동생들을 만나면 즐거워했고, 집에서 놀다가도 가끔 이웃들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어. 세상에 엄마와 아빠만 존재하던 너의 세계를 점차 넓혀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뻤는지 너는 모를 거야.


나눔을 받은 만큼 엄마도 나눔을 주려고 노력했어. 다른 아이들과 책 읽기를 하거나 만들기를 하기도 했지. 한글학교에서 재능기부처럼 수업도 하며 같이 교류하는 시간도 보냈단다. 네 옷이나 장난감 중 쓰지 않는 물품을 나누기도 했지. 나눔은 받는 일도 좋지만 내가 나누는 일도 아주 행복한 일이거든. 나눔을 받을 때도 감사 인사를 꼭 전하도록 하고, 나눔을 할 때도 얼마나 값진 일인지 너에게 이야기해 주곤 했지. 왜냐면 엄마는 네가 사랑을 나눌 줄도 알고 받을 줄도 아는 따스한 사람이 되면 좋겠거든. 


이웃께서 나눠주신 트램펄린과 칠판, 책 등등


한때는 다른 사람의 집에 방문하는 게 어색하고 불편했던 때가 있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웃을 초대하거나 초대받는 일도 감사하고 좋더라. 함께 식사하거나 음료를 마시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육아하는 순간은 시간도 아주 잘 지나갔어. 너도 엄마와 둘만 있을 때보다 더 잘 먹고 잘 놀아서 엄마도 너도 행복한 일이더라. 그렇게 함께 시간과 공간을 나눌 수 있는 육아 동지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공동 육아를 한 날은 하루가 조금 더 알차고 즐겁게 지나간 기분이 들었어. 엄마만 그런 게 아니었을 거야. 그렇지?


일상 속에서도 여행 속에서도 어디를 가도 우리는 혼자서 살아가지 않는단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내가 도움을 주기도 하지. 우리 뉴욕여행에서 너에게 버스 자리를 양보해 주던 사람들처럼 말이야. 도움과 나눔, 배려, 관심, 공동체처럼 따스함을 담고 있는 단어들이 너의 시간과 공간에 늘 스며들면 좋겠구나. 엄마는 네가 언제나 따스한 기운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란단다.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나눔을 가득 주고받고 와서 따스하게 에너지가 채워진 마음을 가득 담아 편지를 남겨본다. 이 소중함을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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