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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Apr 03. 2023

땀과 눈물

잘 흘리고 있나요?

  내 몸이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액체, 땀과 눈물. 아이를 키우면서 참 많이 흘렸다. 특히 아이가 잠들고 난 뒤, 나의 땀과 눈물은 수시로 흘러내렸다. 그날의 육아가 편안하고 즐거웠던 날은 땀이 흐를 만큼 운동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반면, 그날의 육아가 힘겹고 아이에게 미안했던 날은 잠든 아이를 보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내 인생의 땀과 눈물을 돌아보니, 두 가지의 비슷한 점들이 생각난다.


출처: Unsplash의Shashank Shekhar


  먼저 땀은 사람이나 동물의 땀샘에서 분비되는 대부분이 물로 된 액체이다. 예전에는 땀이 잘 나지 않는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님께 운동하더라도 땀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으시더니 운동 방법을 알려주셨고, 나는 깨달았다. 땀이 날 정도로 제대로 된 운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깨달았다. 운동 후 흘린 땀을 씻고 나서 느끼는 개운함과 가벼움이었다. 최근 달리기를 시작하고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 이 느낌에 다시 빠져버렸다. 특히 마음이 답답하거나 무거울 때 달리고 나면 싹 씻어낸 기분이 들었다. 마치 땀 속에 나의 고민을 담아 같이 흘려낸 느낌이랄까.


  그리고 눈물은 안구의 눈물샘에서 흘러나오는 분비물이다. 오줌이나 땀 같은 생물학적 노폐물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내 별명 중 하나는 울보였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눈물이 참 많은 편이다. 툭-하면 톡-하고 눈물이 나는 나를 보고, 크면 우는 연기를 해야겠다며 엄마는 나를 놀리셨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눈물이 나고, 드라마나 책을 보다가도 눈물이 났다. 심지어 울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눈물을 참는 일이 어려웠다. 눈물은 주로 슬플 때 흘린다지만, 분노나 기쁨 등 격한 감정을 겪을 때도 나온다. 나의 경우에는 분에 겨워서 눈물을 흘릴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어쨌든 눈물을 흘리고 나면 슬픔이든 분노든 감정 해소에도 도움이 되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애쓰고 노력한다는 의미로 피 땀 눈물이라는 표현을 쓰듯이, 땀과 눈물은 힘든 정도를 표현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피 땀 눈물로 키워냈다는 말을 수시로 한 것처럼. 발바닥에 땀나도록 아이를 쫓아다니기도 하고,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손에 땀을 쥐는 순간도 수시로 찾아왔다. 아이는 잠시만 눈을 떼도 넘어지거나 다치기 쉬웠다. 아이가 조용한 순간은 사고를 치고 있다는 말처럼 예상치 못한 아이의 행동과 그 결과에 식은땀이 나기도 했다. 아이가 잘 크고 있기에 당연히 나타나는 일들이지만, 나는 그 모든 순간이 참 버거웠다. 그래서 땀도 눈물도 늘 함께였다. 아이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그 다짐을 지키는 것도 힘들었다.



  어느 날은 아이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어떤 날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엉엉 우는 소리만 내며 울었다. 아이의 울음과 눈물은 주로 원하는 게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터져 나왔다. 엄마가 안아주기를 바라거나, 간식을 더 먹고 싶거나, 장난감이 갖고 싶거나, 잠을 자기 싫거나, 그냥 떼를 쓰고 싶거나. 이유 없는 울음과 눈물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 아이의 울음과 눈물은 유난히 견디기가 어려웠다.



출처: 사진: Unsplash의tabitha turner



  나를 지켜주기 위해 흐르는 땀과 눈물은 정말 중요하다. 땀을 적당히 흘려야 전신의 노폐물도 잘 배출되고 체온 조절도 잘 된다. 눈물은 육체적이든 감정적이든 물리적인 자극이 있을 때 흘러나와 눈을 보호해 준다. 몸의 노폐물이 켜켜이 쌓이기 전에 땀으로 흘려보내주고, 마음의 노폐물이 굳어지기 전에 눈물로 흘려보내줘야 한다. 땀과 눈물을 적절하게 잘 흘리는 사람은 몸과 마음도 건강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의 눈물도 나의 눈물도 건강하게 흘리는 방법을 배워가고 싶다. 그리고 땀 흘리는 기쁨과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 땀과 눈물이 주는 건강함을 아이와 함께 나누는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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