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아이와 카페를 가는 이유.
어린애를 데리고 왜 이런 곳에 오는 거지? 노 키즈 존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아. 아이가 있으면 커피는 그냥 집에서 마시는 게 낫지 않나? 남편은 일하러 간 동안, 엄마는 이렇게 카페에 와서 쉴 여유도 있고 좋겠네. 이런 말을 들어보거나 한 적이 있는가.
솔직히 아이가 없던 시절의 나는 이 중 몇몇 문장을 내뱉거나 생각한 적이 있다. 아이와 카페에 온 엄마를 보며 굳이? 왜?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을 만큼 공감력 0인 사람이었다. 나도 어린아이였던 시절이 있었고, 나도 아이를 키우게 될 수도 있는 사람이었고, 나와 관련이 전혀 없는 문제더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잘못된 것이었다.
카페는 커피나 음료, 술 또는 가벼운 서양 음식을 파는 집을 말한다. 그리고 카페. 커피. 카페인, 이 세 가지는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카페인 중독이 문제라고 할 정도로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 많고, 그러다 보니 거리에서 카페를 흔히 만날 수 있다. 사실 나는 커피를 그다지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남편이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 머신도 사고, 원두도 여러 가지로 도전해보곤 했다. 그런데 본격적인 육아의 세계가 열리면서 보약을 챙겨 마시듯 꼬박꼬박 커피를 챙기기 시작했다. 하루의 시작, 나른한 오후, 식사 후 입가심 등 커피를 마실 명분은 충분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카페에 가는 일을 즐기기 시작했다.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에 비해서 아이를 데리고 카페에 가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가 얼마나 오래 버텨줄 것인지, 아이가 먹을 간식이나 음료를 챙겨가거나 살 수 있는지, 카페 공간의 크기나 분위기가 아이를 받아줄 수 있는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어찌나 많은지. 혼자 카페를 다니던 때에는 전망이 좋거나 커피 맛이 좋거나 배경음악이 취향에 맞는 등 나의 입맛에 맞는 장소를 골라 다녔다. 그러나 아이와 카페를 가려면 나의 취향은 살짝 접어두어야 했다. 따뜻한 커피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마시다가도 아이의 울음이 터지거나 짜증이 시작되면 후다닥 들고나갈 수 있는 아이스가 편했다. 예쁜 커피잔도 사치였다. 언제든지 뛰어나갈 수 있는 휴대용 컵을 택해야 했다. 배경음악을 들을 정신도 없고, 커피 맛을 느낄 틈도 없을 만큼 우당탕탕 커피만 사서 나와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런데 굳이? 왜? 이 힘든 과정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께 카페를 다니게 됐을까.
나에게 카페는 숨 쉴 구멍이었다. 육아를 벗어날 수는 없지만, 집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날이 있다. 바깥에 나가야만 아이도 나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날도 많았다. 물론 아이도 그런 기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분이 나아져서인지 아이도 괜찮아 보였다. 안타깝게도 바깥에 나와서 아이와 갈 만한 곳은 많지 않았다. 놀이터, 마트, 도서관, 카페 등 발길이 닿는 곳으로 여기저기 다녔다. 그중에서도 특히, 카페에 가서 커피 한 모금 마시며 사람들 틈에 앉아있으면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숨을 쉬고 싶어서 들리곤 했다. 커피에 담긴 카페인, 카페에 담긴 분위기가 하루를 버틸 힘이 되곤 했다.
아이가 지금보다 어릴 적에는 떡뻥이나 튀밥 같은 아이가 먹을 간식,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몇 개를 챙겨서 카페에 들렀다. 그리고 지금은 따로 무언가를 챙겨가지 않아도 아이와 내가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많아졌다. 카페에 들러서 함께 간식을 먹으며 맛난 음료를 마시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제는 나보다 아이가 먼저 카페에 들르자고 하는 날도 생겼다. 집에서 먹으나 카페에서 먹으나 뭐가 다르나 싶지만, 우리에게는 많은 것이 달랐다. 집이 아닌 카페라는 다른 공간이 주는 매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일상의 소소한 행복 중 하나가 되었다.
오늘도 카페에 가면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나 아빠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들도 나도 그곳에서 잠시 에너지를 채워본다. 카페인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날에도 그 분위기와 에너지에 위로받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굳이 아이와 함께 나가는 이유는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의 행복한 카페 데이트가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