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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아이는 어디서 자라고 배울까?

아이를 믿어도 괜찮아.

by 꿈을꾸다

해외에서도 아이는 교육기관을 통해 자라고 배운다. 특히 미국은 주마다 교육제도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무상교육이 시작되는 나이나 학년 제도가 다르기도 하다.


미국에서 아이의 첫 기관 생활은 27개월에 시작되었다. 위스콘신은 9월 기준으로 4살이 지난 아이부터 무상교육이 제공된다. 그전에는 유료로 교육기관에 맡기거나 가정에서 돌본다. 아이의 19개월에 미국에 도착한 이후, 27개월까지 종일 혼자 돌보면서 급격히 지쳐버렸다. 도저히 혼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 위주로 아이가 다닐 만한 기관을 알아보았다.


아이가 처음 다닌 기관은 데이케어였다. 데이케어는 한국의 어린이집과 비슷하다. 오전에만 아이를 돌봐주는 곳은 한 달에 약 800달러, 종일 돌봐주는 곳은 한 달에 약 1,600달러가 평균 가격이었다. 수입이 남편 월급뿐인지라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점점 지쳐가던 나는 결국 오전에만 아이를 맡기기 시작했다. 아침 9시에 가서 12시에 돌아오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이는 엄마와 처음으로 떨어지는 시간을 힘들어하며 매일같이 크게 울었다. 아이가 처음 데이케어에 간 날, 아이의 얼굴에 눈물 자국이 그대로 말라붙은 채로 남아있었다. 아이가 나를 보며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같이 나의 눈물도 터졌다.


다행히도 2년 후, 아이는 크게 성장했다. 엉엉 울던 아이는 이제 미소 짓기 시작했다. 영어는 하나도 모르던 아이가 선생님과 친구들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영어로 말하기도 시작했다. 단체 생활을 하면서 기다림과 배려를 배우며 사회성을 익히기 시작했다. 데이케어에서의 2년은 아이에게는 첫 사회생활이자 영어와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아이의 두 번째 기관 생활은 48개월이 지나서였다. 4살이 되던 해의 9월부터 4k에 다니기 시작했다. 4k는 프리스쿨이라고 하며, 위스콘신에서는 이때부터 무상교육이 시작된다. 매달 나가던 아이의 데이케어 비용이 나가지 않으니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디쯤, 보육과 교육 어디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알파벳, 숫자, 감정 표현, 미술, 과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해 주었다. 아이도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선생님 덕분에 표정이 나날이 밝아졌다. 오후 2시까지 있게 되어서 점심 도시락도 챙기기 시작했다. 아이의 도시락을 챙기는 일은 어렵거나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아이가 점심까지 먹고 오니 한결 숨통이 트였다.


4k에서 1년을 보내는 동안, 아이는 혼잣말도 영어로 하는 순간이 늘어났다. 영어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영어가 나날이 익숙해져 갔다. 마친 뒤에는 같은 반 친구들과 놀다가 헤어지는 날이 많아서 영어를 쓰는 기회도 점차 많아졌다. 데이케어에서는 영어와 친해지는 시간이었다면, 4k에서는 자립하기 위한 기술을 익히는 시간이었다.


아이의 세 번째 기관 생활은 5살, 60개월이 지나서였다. 올해 9월부터 킨더가든에 다니기 시작했다. 킨더가든은 한국의 유치원과 비슷하다. 병설유치원처럼 학교에 설립된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등교 시간은 딱 10분으로 정해져 있다. 8시 10분부터 8시 20분, 10분 동안만 출입문을 열어준다. 등교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정문으로 가서 도어벨을 눌러서 들어가야 한다. 하교 시간은 오후 3시 20분이다. 이때도 등교 시간처럼 일정 시간 안에 데리러 오지 않으면 사무실로 데리러 가야 한다. 그 외의 시간에는 교내에는 출입증이 없는 사람은 들어갈 수 없도록 문이 닫혀 있다.


그동안 다녔던 데이케어나 4k는 보육의 성격이 강했다면, 킨더가든은 교육의 성격이 강해졌다. 파닉스와 숫자 등을 배운 학습지가 쌓여가고, 미술과 음악, 체육 등은 각기 담당 교사가 있는 교실로 이동해서 배우기 시작했다. 시간표가 있어서 이에 맞게 매일 일과가 진행된다. 그동안은 점심 도시락만 챙겨가고 간식은 제공되었는데, 이제는 점심과 간식도 챙겨가기 시작했다. 물론 스쿨 런치나 스낵도 있지만, 대부분은 집에서 직접 챙겨 와서 먹는 편이다. 쉬는 시간은 학년마다 달라서 킨더가든 아이들이 나와서 노는 시간과 초등학교 아이들이 나와서 노는 시간이 겹치지 않는다.


이제 다닌 지 한 달이 지났고, 처음에 적응하느라 헤매던 아이는 많이 편안해졌다. 하교 시간에는 선생님과 헤어지는 게 아쉽다고 울기도 할 만큼 선생님에 대한 애정도 쌓이고 있다. 요즘은 영어로 된 책을 스스로 읽는 모습도 보여주기 시작했다. 쓸 줄 아는 단어도 늘어가고 있다.



4년 동안 3개의 기관을 다니면서 아이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영어, 미술, 감정, 사회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 늘어갔다. 앞으로 남은 킨더가든 생활 속에서 성장할 아이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영어 한마디 못하던 아이가 읽기, 쓰기, 말하기와 듣기 등을 영어로 할 수 있게 된 것도 낯선 환경 속에서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게 늘어난 것도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아이가 아이 속도로 차근차근 배우며 성장한 이 시간과 경험이 성장의 토대가 되어주기를,

엄마 아빠가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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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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