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건가 외면한 건가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모른다면서

by 채송화

치매 카페 게시판에 뭐라도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 보겠다는 글이 있었다. 어떤 분이 고압산소치료 해 본 사람 있는지 정보를 물었다. 또 어떤 사람은 치매약 부작용을 물었고 거기에 상세하고 일목요연하게 댓글을 달아준 사람도 있다. 나는 뭔가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동안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나도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며 남편을 몰아쳤다.

과격한 표현을 즐겨하는 언니 말에 의하면 "돼지 몰듯이"

내가 한 건 뭐였지? 나는 왜 치료에 관련해서 약에 관련해서 그런 쪽으로는 무신경했지?

고압산소치료라든지, 임상시험이라든지, 신약이라든지. 왜 그런 것에 거부반응까지는 아니어도 반응을 게을리한 거지? 심지어 주치의가 신약 임상 시험을 권유했지만, 뇌출혈 부작용이 겁이 나서 제안을 받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올해 획기적인 신약이 나올 것처럼 기대했었다. 뿐인가 일론 머스크가 뇌에 칩을 심는다는 둥 할 때는 내 차례가 오면 당장 신청하고 싶다는 환상에 들뜨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어처구니가 없게도 정작 기회가 오니 망설였던 것이다. 지금도 그 결정은 모르겠다. 잘한 건지. 잘못한 건지. 의견은 반반이다. 부작용이 있다는 사람도 있고 유지되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남편을 모험 현장에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판단이 이렇게 힘이 든다.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모른다면서 정작, 왜 나의 '어느 구름'은 편협했지?

나는 남편의 치매를 아직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식단, 운동, 수면, 인지강화활동. 현상유지의 관건이라 생각했고 실천했던 이건 치매의 핵심이 아니라 주변부였나? 그렇다고 기초생활수급자 형편에 한 번의 고액의 주사를? 고압산소치료 비용은 아예 물어볼 엄두도 못 냈다. 와! 돈 때문이었나? 질병과 가난은 한 패로 덤빈다. 한 번 맞으면 사흘을 앓는다. 맷집을 어떻게 키우나.

남편이 새벽에 두세 번 화장실 가는 게 치매약 부작용일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다만 4년 이상 복용하면 부작용이 온다는데 그때는 어떻게 하나. 막연하기만 했었다.


이러고도 내가 독박 돌봄으로 지치네 어쩌네 할 자격이 있나?

뭔가 처음부터 다 잘못하고 있는 건가 심란하다.

남편을 걱정하기보다 내 고단함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 같다. 남편 치매로 인해 내가 얼마나 힘든지. 나는 거기에만 정신이 팔렸던 것이다. 돼지 몰듯 몰아놓고 돌봄이라 말했던 것인가.

그동안 정작 나를 몰아붙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다시 원점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엄선한 치매 정보는 도움이 되고 있는 건가. 나는 어디를 갔다 온 걸까.

남편이 시낭송 대회 참가도 하고, 상도 타오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운동도 하니까 치매라는 본분을 망각했던 걸까. "자랑 끝에 쉬 쓸는다"는 엄마 말을 명심했다.

신혼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 보면 그 행복이 깨질까 봐 오히려 불안할 때가 있다.

나도 괜히 유지 잘하고 있다고 자랑했다가 좀 먹을까 봐 조심했다.

그런데도 알게 모르게 내가 기고만장했었나?


8월이면 남편의 초로기 치매 3년 차 돌입이다. 그동안 정보를 보는 안목이 높아졌다고 생각했었다. 누가 성의 있고 진정성 있는 말을 하는지, 누가 약을 팔러 온 건지 직관력을 의심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심란하다니...

아니다. 정신을 차리자. 광고일지도 몰라. 깜빡 속을 뻔하는 건지도 몰라. 더 알아봐야 돼. 돌다리도 두들겨야 돼. 다시 기본에 충실해야 돼. 딱 부러지는 약도 방법도 없다.

치매는 백인백색이다. 다른 질병은 지붕에 구멍이 하나 뚫린 것과 같다고 한다. 그에 맞는 구멍만 메꾸면 치료가 된다. 그래서 치료약이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치매는 지붕에 구멍이 여기저기 숭숭숭숭 뚫린 거라고 한다. 그러니 한 군데만 막아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약 개발이 어렵고 아직 개발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뚫린 구멍에 맞는 예방법은 넘쳐난다. 그것이 내가 찾아내고 남편이 실천하는 방법들이었다. 식단, 운동, 수면, 인지강화활동. 이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며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게시판 제목 한 줄에 흔들리고 있다니. 아직도 멀었구나 싶다. 그래도 그로 인해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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