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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Sep 13. 2021

일상에서 만드는 영적인 순간들

강혜정의 ‘별’

          사람의 생명은 몸과 마음을 포함한다. 마음은 지성(知性), 이성(理性), 감성(感性), 덕성(德性), 영성(靈性)과 같은 본성(本性)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본성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편적인 마음의 성향이다. 몸이 물질적인 양식과 활동을 해야 하듯, 마음도 이러한 성향을 유지하기 위한 마음의 양식과 활동이 필요하다. 사람의 마음은 사랑, 자유, 평화와 같은 보다 높은 영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지향한다. 마음의 양식으로 이러한 영적인 가치를 추구할 동기와 힘을 유지하며, 마음의 활동으로 궁극적인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영적인 양식을 위해서, 우리는 경전 읽기, 거룩한 독서, 기도, 묵상, 음악 듣기를 하고, 봉사나 기부 활동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육체적, 정신적인 활동으로 채워져 있다. 출퇴근, 직장 일, 수업, 운전, 회의, 발표, 사고파는 일, 운동 등이다. 많은 사람에게, 육체적, 정신적인 노동은 오늘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이런 현실 가운데서, 언제 우리는 마음을 돌볼 영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가?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나사로와 그의 동생, 마리아와 마르타의 집을 방문했다. 마르타는 죽었던 오빠를 되살려 준 예수의 방문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 음식 준비와 손님들 시중으로 바빴을 것이다. 마르타는 여러 가지 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동생 마리아가 다른 손님들과 함께 예수 곁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마르타가 "예수님, 제 동생이 저에게 일을 다 떠맡기고 있는데, 이것을 보시고도 가만두십니까? 나를 좀 거들어주라고 일러주세요."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예수는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에 마음을 쓰고 걱정하지만, 진짜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선택을 했다."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일에 매이고, 공부에 매이고, 운전에 매이고, 여러 가지 약속에 매여, 우리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 마르타처럼 우리는 여러 가지 일에 마음을 쓰지만, 정작 필요한 한 가지 일은 나중으로 미루거나, 사치스럽게 여긴다.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맡은 일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한다. 약속도 해야 하고 약속도 지켜야 한다. 음식도 만들어야 하고 컴퓨터 작업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삶의 현장 속에서, 영적인 순간들을 만들 수 없을까?

          나는 기도와 경전 읽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과 저녁 산책은 습관이 되어있다. 나는 운전 중에 기도하곤 한다. 혼자서 운전할 때, 차 안은 소리 내어 기도하기 좋은 장소이다. 아침에 컴퓨터를 켜고 약 2~3분을 기다려야 부팅이 완료된다. 초조하게 모래시계를 쳐다보고 기다리는 것보다 그동안 기도한다. 기도가 대화라면, 듣고 말하기를 포함한다. 듣기는 말하기만큼 중요하며 듣는 기도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 나는 아주 낮은 볼륨으로 고전 음악을 들으며 일한다. 고전 음악을 배경으로 방문객을 만나기도 한다. 낮은 볼륨의 고전 음악은 업무에도, 대화에도 방해가 되지 않는다. 고전 음악을 들으면서 대화를 하면, 방문객도 나도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나도 휴가를 내어 수도원이나 기도원에서 영성 서적을 읽고, 기도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은 만들기도 어렵고, 갈 장소도 마땅치 않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삶의 현장에서, 영적인 순간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저녁이 오면, 뜰로 나가 눈을 들어 하늘을 한번 바라보자. 누군가는 구름 걷힌 서산머리의 산뜻한 초사흘 달을 볼지도 모른다. 어쩌면, 달은 지고 별만 반짝일지도 모른다. 강혜정이 부른 별’이란 우리의 가곡을 한 번 들어보자.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평화롭게 될 것이다.

강혜정이 부른 ’, www.youtube.com/watch?v=ECdfuFW2k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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