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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Jun 12. 2022

내려놓다

         ‘내려놓다’는 아주 애매모호한 표현이다. “욕심으로 생긴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마음을 편히 한다”라는 의미로 주로 쓰는 것 같다. 이에 상당하는 영어 표현으로는 ‘let go’ 또는 ‘go with the flow’일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일을 그만두거나, 포기할 때도 ‘내려놓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주로, 목적어를 생략하거나, “다 내려놓았다”라고 말하는데, 무엇을 내려놓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목적어를 넣어, ‘그만둔다(stop doing),’ ‘포기한다(give up)’라고 해야, 의사전달이 분명해진다. 등산길에, 배낭을 내려놓고 쉬어 가기도 한다. 트럭 운전사가 휴게소에 들러가기도 하지만, 목적지에서 짐을 내려놓는다. 무엇을 그만두거나 포기한다는 의미의 “내려놓다”는 유행어처럼 흔히 쓸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여행을 떠날 때, 꼭 필요한 짐만으로 가야 한다. 필요 이상의 짐을 가지고 떠나면, 여행길에서 고생하기 마련이다. 북미에서 가장 높은 산인 위트니산(Mt. Whitney)은 왕복 35km를 걸어야 오를 수 있다. 이틀은 야영해야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베이스캠프를 떠날 때, 꾝 필요한 짐만으로 떠나야 한다. 특히, 물과 음식물은 필요한 만큼만 짊어지고 가야 한다.

         인생길은 분명 어떤 높은 산의 등산길 보다 멀고 험한 길이다. 인생길을 가면서, 불필요한 짐들의 무게를 느끼면서, ‘내려놓는다’라는 철학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무엇에 욕심을 내기도 하고, 욕심을 버리기도 한다. 욕심으로 생긴 불필요한 짐이면, 짐을 내려놓아야 하는가? 욕심을 버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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