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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드 Sep 05. 2024

겨울

1초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 

뽀득, 뽀드득


역시, 이런 날씨에는 집에 있는 게 상책이다.

목도리와 장갑까지 꼈는데, 빌어먹을 올 겨울은 너무 춥다.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자 입김에 뿌연 안경을 넘어, 익숙한 형태가 다가온다.


"어 왔어? 많이 춥지? 얼른 들어가자."


보이지도 않는 그녀의 손을 잡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서리가 낀 안경에 메뉴판이 보이지 않아 그제야 안경을 닦고 주문을 했다. 

담요를 챙겨 따듯한 자리를 찾아 앉고 나서야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 오늘이구나..'

평소답지 않은 표정, 움츠러든 어깨, 초조해 보이는 손떨림

그 1초의 순간, 온몸이 느꼈다. 이별이었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고 그녀가 먼저 운을 띄었다.  

"오빠 나 할 말.."

"어 그거 잘 됐어? 요즘 회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자기가 진짜 고생 많이 했잖아. 잘 끝났어?"

"어... 잘 됐어.. 그냥.. 뭐 회사 일이 그렇지.."

"근데 오빠.. 그.."

징--징--

"커피 나왔다! 금방 다녀올게!"


그래. 오늘이 맞구나. 

그래.. 오늘이구나..


자리에 앉아, 아무렇지 않게 그녀가 좋아하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저어주고, 휴지와 함께 건네자 그녀가 먼저 무너졌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아가며,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그녀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떠한 손길도 내줄 수 없었다. 


밖은 여전히 추웠다. 

멀어져 가는 그녀를 다시 보기 위해, 안경을 닦아 봤지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추워진 것 같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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