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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드 Sep 10. 2024

가끔 익숙한 것들에 감사함을 느낄 필요가 있다.

내가 도둑맞은 물건

난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다. 

물욕이 크지 않은 편이라 가지고 있는 게 많지도 않고, 이미 최적의 포지션으로 배치해 둬서 어디 있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다. 만약 추후라도 내 방에 방문할 강도나 도둑에게는 미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미안하게 됐수다. 먼 길 오셨는데 가져갈 게 없네여ㅎ 


가진 게 없어서 정보라도 털어가려 했나. 내 인스타그램 계정이 털렸다. 누군가 해킹을 시도해서 비밀번호를 변경했는데, 본인 인증절차에서 계속 어플오류가 발생해 로그인을 못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고객센터 전화번호도 없고, 1:1 문의도 안 돼서 문제신고?를 했지만, 2~3일째 연락이 오지 않는다. (내가 맞다고.. 내가 내 방 들어가겠다는데 왜 잠가놓고 연락도 안 받냐 이 인스타그램아!!)

이 상태로 아무것도 안된다. 화딱지가 난다.

 인스타가 안되니까 심심하다. 쉬는 시간에 잠깐, 이동시간에 잠깐, 흡연하면서 잠깐씩 봤는데 '잠깐'이 안되니까 뭔가 허~전하다 해야 하나. 그리고 우연찮게 인스타가 안 되는 시점과 브런치 작가 선정된 날이 겹쳐서 세상세상 자랑하고 싶었는데.. 속상...  내가 자랑 욕심이 있는 줄 몰랐다. 책을 낸 것도 아니고, 전문성이 있는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자랑하고 싶었다. 어쨌든, 잃어버려야 소중함을 안다고 했나. 소중한 줄도 몰랐던 SNS가 안되니까 그제야 중독되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도파민 중독자는 인스타그램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마 SNS가 아니더라도 소중함을 잃어버린 것들이 더 있을 것이다. 다 지금은 문제없는 것들이겠지. 그런 것들을 돌아보며, 잠시 감사한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의 나는 아직 잘 작동되는 내 신체에 감사인사를 전해야겠다. 


혹시 여러분들의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지 몰랐지만 생각해 보면 소중한 것들이 있나요? 궁금합니다!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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