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
아마 7살 때쯤으로 기억이 된다. 우리 집이 셋방살이를 했을 때였다. 주인집 아들과 나는 사소한 일로 다툼이 있었다. 명백히 주인집 아들이 잘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고 자존심이 상했다.
지금은 세상도 좋아지고, 사람들도 좋아졌지만 그때는 그런 부조리한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그 어린 나이에 마음속으로 다짐한 것이 있었다. 내가 어른이 되면 반드시 내 집을 가질 것이다. 적어도 나의 아들, 딸만큼은 내가 겪은 부당함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지금 집주인 눈치 보지 않은 내 집에서 살고 있다. 어릴 쩍 나의 물질적 결핍은 일정 부분 해소가 되었으나 지금 나의 아들, 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친구들의 집은 우리 집보다 훨씬 크고 좋은 집이고 차는 우리 집보다 비싼 차가 있다. 아빠보다 똑똑하고 돈 많은 친구의 부모들이 수두룩하다.
그들 때문에 우리 애들이 기가 죽지는 않을까? 아빠가 더 똑똑하고 돈이 많지 않아서 미안할 때가 있다. 그러나 어렸을 때 주인집 아들의 갑질 사건 이후에도 아빠는 한 번도 기죽어 살지 않았다. 물질적인 결핍은 노력을 하면 채워질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 결핍은 조금 다른 문제가 아닐까 싶다. 가슴에 오랫동안 상처로 남고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이 성장하면 정신적인 결핍이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우리 신체에 영양이 부족하면 영양결핍이 되듯이 정신적 영양결핍이 생기는 것이다.
물질적 결핍은 비교적 쉽게 채워질 수 있으나 정신적인 결핍은 더 어렵고 복잡하다. 내 안의 결핍이 무엇인지 찾아서 수련해야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결핍은 채워진다. 그리고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면 된다. 행복이라는 바운더리 안에는 결핍이라는 요소도 필요한 것 같다.
리더는 정신적인 결핍이 없어야 한다. 있다면 최소화해야 한다. 많은 수련을 통해서 채워나가야 한다. 정신적 결핍은 인성(人性)에도 영향을 끼친다. 머리는 똑똑해서 출세했는데 미친 짓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정신적, 정서적 결핍 때문이다. 그런 사이코패스들이 사회 곳곳에 숨어있다.
인문학이 중요성을 다시 말하고 싶다. 운전을 하다 보면 고급 세단이 끼어들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끔 비상 깜빡이를 켜며 미안함을 표시하는 차들이 있다. 그런 매너와 센스가 인성이다. 부와 명예를 얻은 사람이 인품까지 좋다면 존경의 대상이다.
인간의 삶은 숨이 멎는 순간까지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