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인쇄, 출판분야에서 일한 지 벌써 25년이 되었다. 2D 디자인을 15년 했고, 인쇄제작과 영업관리를 10년 했다. 지금은 물류업무를 비롯해 회사 전반적인 관리업무를 하고 있다.
관리자는 여러 사람들과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관리(management)라는 것이 오묘하다. 관리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인간관리가 아닐까 싶다. 직원수 몇 안 되는 소규모의 회사에서는 더 그런 것 같다. 작은 회사는 체계가 없다. 협력업체관리와 직원관리도 필요하다. 인간관리는 소통이 중요하다.
특히 현장 사람들은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그들은 말도 행동도 투박하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 분야에서 수십 년간 기술을 쌓아온 베테랑들이다. 그러나 종종 상식에 어긋나는 삐딱선을 탄다.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장에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은 별 문제가 안된다. 기술자, 소위 장(長)이라고 하는 우두머리가 문제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가 먼저 인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커피하나 사다 주면 된다. 그러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이 된다. 진정성을 갖고 위로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필요할 땐 부탁해야 한다. 대표가 얘기하면 해결될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안 하려면 어떻게 해서든지 안 할 수 있다. 그들은 기술로 사람을 속일 수 있다.
오래전에 어떤 TV방송에서 이런 이야기를 봤다. 어느 중견기업의 회장이 아침 일찍 출근을 하는데 어떤 남자가 회사 정문 앞에서 항상 인사를 하더란다. 생면부지의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이다.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 한 달이 넘도록 매일 회장님이 지나가면 인사를 하더란다.
하루는 회장님이 그가 궁금해서 면담을 했다고 한다. 사연인즉 회사를 다니다가 직장을 잃었고 가장이었던 그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막연히 그런 방법을 선택했다고 했다. 딱한 사연을 들은 회장을 그를 회사에 취직시켜주었다고 한다.
나는 우리 회사에서 나이가 제일 많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 직원들이지만 출근하면 내가 먼저 인사를 한다.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경력도 많고, 직급도 부장이고, 나이도 많은데 굳이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그래서 내가 더 먼저 인사를 한다. 그것이 그들과 친해지는 방법이고 업무에도 도움이 되었다. 물론 예외도 있긴 하다. 가끔 긴장감이 풀어져서 개념 없이 구는 직원도 있다. 그들에게는 또 그들만의 맞춤 처방전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관리다.
인사가 꼭 "안녕하세요?"일 필요는 없다. 오늘 날씨가 좋네요? 머리 자르셨네요? 또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가볍게 손을 흔드는 것도 방법이다. 아는 척을 하자는 것이다.
우리 집 식탁 벽면에는
실제로 "인사만 잘해도 먹고 산다"라는 문구가 써져 있다.
인사는 화해의 제스처이기도 하다. 아내랑 심하게 다투고 나면 말하기도 싫을 때도 있다. 아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런데 출근하면서
"갔다 올게"
이 한마디면 화해 모드로 조금씩 바뀐다.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아내가 반응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갔다 왔어?"라고
인사한다. 화해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인사 한 마디에 이미 화해가 되는 것이다.
인사를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