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그 녀는 유능한 여자였다. 그 녀는 중학교 2학년 때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단다.
동기가 약간 특이하다. 시장에 갔는데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좌판을 깔아 놓고 나물을 팔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 이후로 '늙어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며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30년이 지난 지금 H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야무진 사람이니 빈곤하게 살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만약 내가 그녀와 결혼을 해서 한강뷰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해도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녀와는 가치관이 다르다. 한강뷰가 장땡이 아니다.
요 며칠 리어카에 파지를 산 더미처럼 싣고 다니는 할아버지를 본다. 도로를 역주행하면서 말이다. 저러다 사고 날 것 같다. 바쁜 출근길이라 그냥 지나쳤는데 다음엔 얘기를 해야겠다. 할아버지는 역주행이라는 것을 모르실까?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주행하는 이유는 빨리 파지를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할아버지는 내일도 역주행을 할 것이다. 아까 얘기했던 그 할머니도 노년에 좌판을 깔고 나물을 팔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ps. 드물지만 건물이 있어도 파지를 줍는 할머니가 있긴 하더라. 좌판이든 파지든 떳떳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