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섬진강
여행.
혼자 가면 자유롭고 함께 가면 즐겁다.
모처럼 처자식이 없는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왔다. 가족이 함께 가는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다 관광에 가깝다. 아빠는 관광 가이드와 돈을 대는 쩐주와 운전을 하는 운전기사, 1인 3역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물총도 쏴야 했는데 지금은 그나마 그런 행위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들이 성장하니 어지간한 것에는 감흥을 느끼지 못해서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도 고민이다. 풍경 좋은 곳으로 트래킹을 하자고 했더니, 왜 걷느냐고, 걷는 건 재미없다고 한다. 사실 맹숭맹숭 걷는 것이 재밌는 행위는 아니다. 가족여행이 힘들긴 해도 아내와 아이들이 좋아하면 나도 즐거워지니 그 맛에 여행을 한다.
맨날 이렇게 베짱이처럼 놀러나 다니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녔으면 좋겠다.
하루하루를 자잘한 즐거움으로 인생을 채워야 한다. 순간순간의 락이 있어야 한다. 드라마처럼 드라마틱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 일생을 피곤하고 힘들게 살다가 막판에 입신양명한다고 행복한 삶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즐거워야 한다.
스타벅스 커피도 마시고, 브롤스타즈 게임도 하고, 탕후루도 먹고, 요트도 타고, 믹스커피도 마시며.
나는 고명환이라는 작가를 좋아하는데 그의 강연 중에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책 속에서 요술램프처럼 뭐가 나와서가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사색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끊임없이 뇌가 움직이고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변하고 변하면서 성공을 하게 되고 내공이 쌓인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이유도 비슷하다. 운동을 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운동자체로 건강해지기도 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나쁜 음식을 안 먹고, 나쁜 습관들을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강연도 있지만 책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사색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이유와 원리를 설명해 준다. 박진영, 김창옥, 고명환 이런 사람들은 찐으로 내공이 있는 사람들이다. 쌩으로 경험한 것들을 말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진리에 가깝다. 장사치들이 쓰는 책과는 다르다.
김은숙, 김은희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상황에 맞는 대사 한 줄을 쓰기 위해 며칠, 몇 달을 고민하기도 한다. 어떤 안무가는 노래의 한 동작을 완성시키기 위해 6개월을 고민했다고 한다. 이것이 창작이다. 챗GPT와는 다르다. 추리고, 베끼고, 짜깁기한 것들과는 다르다.
자연은 늘 같은 듯 다르다.
그리고 사람을 창의적으로 바꾼다.
잘 놀았으니 이제 또 일해보자.